김윤아 "세상을 노래하는 건 살아있기 때문이다"[인터뷰]
2010. 06.24(목)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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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김지현 기자] 자줏빛 숲에서 홀로 나온 여인은 또 노래를 부른다. 얼굴이 비춰지는 투명한 유리가면(2집)을 쓰고 세상 어딘가에 존재할 여인들을 노래한 그녀는 가면을 버리고 진짜 자기 자신을 드러냈다.


1998년 밴드 자우림에서 노래를 부르던 때부터 지금까지 그녀는 늘 세상과 자신을 노래해 왔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 은유적인 작업으로 은밀하게 이뤄졌다. 얼굴도 이름도 모를 누군가에게 진짜 자기 얘기를 하는 것은 낯선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3집은 용기를 내 인간 김윤아를 담았다. 그녀는 이 놀라운 변화를 "두 남자(남편, 아들)의 사랑과 팬들의 지지 덕분"이라고 말한다. 315360. 김윤아의 솔로 3집 앨범 제목이다. 그녀의 나이 36세에 1년 356일, 그리고 하루의 시간인 24를 곱한 숫자다. 그녀가 살아온 시간을 의미한다.


세번째 솔로활동이다. 홀로 무대에 서는 것은 익숙해졌나?


밴드와 솔로, 활동 자체의 형식에는 차이가 없다. 다만 솔로에서는 진짜 내 모습이나 본질을 가지고 음악을 만드는 것이다. 밴드 안에서는 네 명이 공통적으로 공감하는 것들로 곡을 만든다. 사실 2집까지는 어색했는데 이제 괜찮아졌다.


315360. 음반 제목이 독특하다. 살아온 시간을 기록했다. 막상 자신이 살아온 숫자를 바라보니 어떤 느낌이었나?


이 음반이 바로 그 시간을 돌아 본 느낌이다.


김윤아 음악은 가사가 아름답다. 가사를 쓸 때 무엇에 가장 가치를 두는가?


단순이 음이 붙어있는 말이 가사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언어에는 음율이라는 것이있어서 멜로디의 음율과 맞아 떨어지지 않으면 안맞는 옷을 입은 기분이다. 가사를 쓸 때 항상 두 가지를 생각한다. 우선 멜로디와 가사의 음율이 잘 맞아야한다. 두번째는 시어로서 가치를 가지고 있는 단어와 문장을 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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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집은 확실히 전작과 다르다. 김윤아의 앨범을 문학으로 본다면, 전 앨범들은 화자가 여러 명인 소설이었고 이번 음반은 에세이와 소설이 섞인 느낌이다


맨 얼굴 같다는 얘기라면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처음으로 자신을 드러냈다. 아이가 생긴 경험이나 최근 보도된 친동생 사기 사건 등 이런 단순한 접근에 의해 생긴 앨범이 아니라 내 인생이 담긴 앨범이다. 제목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만들어 놓고 왜 이런 일을 하게 됐을까 생각했다. 사실 평소에도 속내를 잘 얘기하는 편이 아니다. 남편인 김형규씨한테도 고민거리가 있어도 상의하지 않고 혼자 해결하는 편이다.


그럼 왜 용기를 갖게 됐나?


크게 두 가지다. 한 가지는 데뷔한지 13-4년 정도 되는데 그 시간 동안 우리의 음악, 나의 음악을 지지해 준 팬들 때문이다. 사실 자우림은 주류가 아니다. 차트 탑텐에 든 적이 없고, 판매량도 팀하기 좋을 정도로만 팔린다. 그런데도 꾸준히 팀을 유지하고 있다. 그건 우리를 같은 강도로 꾸준히 사랑해 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게 음악하는 사람으로서의 김윤아에게도 힘이 됐지만, 개인 김윤아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또 한가지는 집에서 두 남자(남편, 아들 김민재)의 사랑을 받고 있어서다. 에너지가 좋아지고 용기가 생겼다.


앞으로도 이런 변화를 계속 유지할 생각인가?


이런 작업을 또 하게 될 것 같지는 않다. 다음 음반은 모두 허구의 이야기만 만들것이다. 이번 음반은 지금 단계에서 나에게 필요한 작업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음반은 슬프지만 아름답다. 또 아름답지만 슬프다. 감정이 절제된 것도 인상적이다


감정을 일부러 절제했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신파극을 정말 싫어한다. 슬픔이건 기쁨이건 적나라하게 보여지는 것들이 싫다. 옷을 벗고 몸을 보여주면서 '어때 나 멋있지?' 이렇게 접근하는 방식이 좀 무섭게 느껴진다. 상징이 숨어 있는 것이 좋다. 베일로 얼굴을 가린다든지 그런 것들이 좋다. 그런 성향이 음악에 베나오는 것 같다.


김윤아의 음악은 문학적이란 얘기인데?


그렇다. 나는 문학과 영화를 사랑한다. 애니메이션도.


타이틀 곡이 '고잉 홈(going home)'이다. 동생 사기사건을 언급하기도 했고, 김윤아에게 집과 가족은 무엇인가?


이상향을 물어보는 건가? (그건 자유라는 말에 잠시 여유를 두고 생각에 잠기는 그녀.) 누구에게나 가정은 돌아가면 보호를 받는 느낌이 있어야 한다. 밖에서 지쳐있다가도 집에 가면 다시 현실과 부딪힐 힘을 얻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내가 선택한 가정을 그런 곳으로 만들기 위해 다 같이 노력하고 있다. 딴소리 같기는 하지만 다른 모든 가정들도 그런 노력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꾸렸으면 좋겠다.


하지만 슬프게도 가정은 불행의 온상지이기도 하다


그렇다. 그러니까 노력해야 한다. 비극이다.


남동생 김윤일씨와 곡 작업을 하기도 했고 목소리가 잘 맞는다


이번 음반에도 코러스 작업에 참여했다. 곧 열릴 콘서트에서도 듀엣곡을 부른다. 음악하는 사람은 아니고 본업은 다른 건데 노래를 워낙 좋아하고, 목소리가 아깝다. 본인이 음악 작업하는 걸 즐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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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사 얘기로 돌아가보면 '검은강'에 신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세상에 신이 있다면 사는 게 왜이리 슬픈건가요' 같은 가사 말이다. 사실 가사에 신이라는 단어가 가끔 나왔다. 종교적 성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동의하나? 어느 자리에서 무교라는 말을 들었다


여전히 종교가 없다. 신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잘 표현하기 위해 나온 단어일 뿐이다. 종교적 성향이라는 말에는 동의하기 힘들 것 같다. 절대자라는 말을 가사에 쓰기엔 딱딱하니까 신이란 단어를 썼다.



'써머가든'이라는 곡을 보면 자신을 버리지 말라고 말하는 화자가 어린 딸이라고 들었다. 독특한 가사인데 어떤 의미인가?


'써머가든'은 어떤 엄마가 정원에서 아이를 안고 울고 있는 상황이다. 가사는 아기가 자기 엄마를 향해 하는 얘기다. 엄마는 아이를 버리고 다른 곳으로 가려고 하고 있다. 아기는 엄마가 갈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자신을 버리자 말라고 우는 것이다.


인간은 그런 원초적 불안함이 있을까?


불안함을 주지 않기 위해 모든 부모가 노력해야 한다. 그런 불안함이 타고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유년의 경험으로 잊어버릴 수 있는 것이다. 따듯한 가정안에서.


미국 911 테러 사건 이후 바뀐 게 있다고 들었다


특별히 그 사건이 내 인생에 영향을 줬다는 얘기가 아니라 그 일을 계기로 인류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검은강'은 그런 고민과 슬픔을 담은 곡이다.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정치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다만 내가 세상을 노래하는 건 살이있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잔인하고 슬픈 일들을 보면 모든 가정들이 자기 역할을 잘해야 된다는 생각을 한다. 개인의 불행이 사회의 불행이 되니까.


다음달 열리는 공연 얘기를 해달라


7월 9일부터 11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열린다. 글쎄 특별한 특수효과라도 있다면 어떻게 꾸밀거에요 이렇게 쉽게 말할 수 있을텐데 정말 소리와 노래만 있다. 공연에 온 관객들은 자신의 맨 얼굴과 대면할 가능성이 높다. 자기 안으로 여행을 떠나는 시간이 아닐까?


[티브이데일리=김지현 기자 win@tv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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