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한서율 기자] 배우 이서진이 방송가 시상식의 고질적인 문제를 정면으로 꼬집었다.

이서진은 지난 30일 서울 상암동 SBS 프리즘타워에서 열린 ‘2025 SBS 연예대상’에서 쇼·버라이어티 부문 최우수상을 거머쥐었다.

이날 무대에 올라 트로피를 손에 쥔 이서진은 시상식 진행에 대한 피로도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그는 “연예대상이 너무 길어서 슬슬 지치고 지루해지던 참이었다. 사실 속으로 욕이 나올 뻔했는데 상을 주셔서 참았다”라며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이서진은 자신의 이름을 내건 예능 ‘비서진’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기다림에 지쳐 있었지만, 상까지 주셨으니 ‘비서진’ 다음 시즌도 긍정적으로 고려해 보겠다”라고 밝혔다. 또한 “고생한 제작진과 모든 출연진, 특히 이수지 씨에게 감사하다”며 동료들에 대한 애정도 잊지 않았다.

특히 시청률에 대한 냉철한 평가도 이어졌다. 이서진은 “사실 우리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달성하지 못했다. 원래 1등을 하면 하려고 연습해 둔 구호가 있는데, 앞으로도 (1위를) 못할 것 같아서 오늘 여기서 외치고 마무리하겠다”며 비관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유머를 선보였다.

이후 그는 동료 김광규와 함께 무대 중앙에서 “우리가 왜 비서진인지, 내가 왜 김광규인지, 내가 왜 이서진인지 확실하게 보여드리겠다”는 힘찬 구호를 외치며 소감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이서진의 이번 발언은 단순한 농담을 넘어 최근 방송가가 직면한 연예대상의 위기를 시사한다. 과거 온 국민의 축제였던 연말 시상식은 매체 환경의 변화와 뚜렷한 대세 콘텐츠의 부재 속에서 예전만큼의 영광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 밤에 시작해 자정이 넘도록 진행되는 ‘시간 끌기식’ 구성은 출연자와 시청자 모두를 지치게 하는 요소로 지목돼 왔다. 이서진은 매년 반복되는 시상식의 관행에 대한 피로감을 참석자의 시선에서 가감 없이 드러내며 고질적인 문제를 꼬집었다는 평가다.

결국 이서진의 “지루해서 욕 나올 뻔했다”는 일침은 형식적인 축제로 전락한 시상식 문화에 대한 경종인 셈이다. 2026년을 앞둔 방송가에 필요한 것은 권위적인 트로피의 나열이 아니라, 현장 종사자와 시청자가 모두 즐길 수 있는 밀도 높은 구성과 진정성 있는 콘텐츠다. 출연자조차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는 시상식이라면 이제는 낡은 형식을 과감히 깨고 시대의 요구에 응답해야 할 때다.

[티브이데일리 한서율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2025 SBS 연예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