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해운대구)=티브이데일리 한서율 기자] 거친 파도 속에서도 영화 산업을 위해 힘쓴 부산국제영화제가 30주년을 맞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감독과 배우는 물론 세계 각국의 스타와 거장들이 참석한 화려한 개막식을 시작으로 열흘 간 영화의 세계가 펼쳐진다.

1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개최됐다. 현장에는 박찬욱 감독,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을 비롯해 그룹 블랙핑크 멤버 리사, 배우 하정우, 이진욱, 정수정, 한소희, 김유정, 로운, 한효주, 심은경 등이 참석해 부산국제영화제를 빛냈다. 개막식 사회는 이병헌이 맡았다.

이날 진행을 맡은 이병헌은 "30년 전 부산이라는 도시에서 시작된 꿈이 영화제가 됐다. 영화제를 오신 분들 모두 반갑다. 91년도에 데뷔를 했고 올해로 30년 차 영화배우가 됐다. 30년이 돼서야 배우가 된 것 같다. 긴 여정 중에 기억나는 몇몇 순간들이 있다. 처음 왔을 때 어떤 영화가 상영될까, 나도 이 무대에 설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오늘 이 자리에 서있다"라며 지난 배우 여정을 되돌아봤다.

그는 "영화 앞에서 느끼는 설렘은 예전과 지금이 같다. 영화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건 시작이 있다는 것이다. 오늘 영화제에서도 그 시작을 보게 되실 것이다"라며 개막식의 시작을 알렸다.

부산국제영화제

이날 여성 영화인들을 기리는 까멜리아상은 배우 겸 감독 실비아 창이 받았다. 50년간 100편이 넘는 작품에서 감독, 배우, 프로듀서, 시나리오 작가로 활약하며 수많은 영화인들에게 영감을 준 그는 '20 30 40' '마음의 속삭임' '상애상친: 여자이야기'를 연출했다. 실비아 창은 지난 53년 동안 여성 영화인으로서 수많은 젊은 여성 영화인들에게 창작의 원동력이 됐다.

실비아 창은 "정말 고마운 상을 받게 돼 영광이다. 여성 아티스트를 지지하고 격려해 주시는 협찬사에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1972년 배우로 첫 작품을 했는데 영화에 완전히 빠져버려 지금까지 일하게 됐다. 열심히 또 열정적으로 멈추지 않고 작품에 참여했다. 각본, 감독, 프로듀서로 일하며 더 깊게 빠져들었다. 그 길이 힘들고 어려웠지만 어려움으로 인해 더 큰 힘을 얻었다. 그런 의미로 까멜리아 꽃이 저에게는 헌신과 사랑의 의미다. 오늘 설레는 마음으로 나의 새 영화 '타넌타일'을 소개하고 싶다. 난 여전히 여기 있고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는 작품이다"라며 기쁨을 드러냈다.

부산국제영화제

정지영 감독은 한국영화공로상의 주인이 됐다. 그는 80년대 정부의 통제 하에 제작, 수입이 가능했던 영화계의 위기에서 중심을 잡고 업계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 1982년부터 카메라 감독으로 활약한 정지영 감독은 79세의 나이에도 현역으로 활동하며 영화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는 "영화를 시작한 지 43년이고 조감독 시절을 포함하면 50년이다. 반세기 동안 카메라 옆에 있었고 관객과 대화하고 소통했다. 그게 나의 삶이었다. 내가 카메라 옆에 있을 수 있도록 지켜준 사람들이 있다. 앞에는 배우가, 뒤에는 스태프들이 있다. 그리고 내 영화를 봐준 관객들로 인해 나를 이 자리에 있게 했다. 50년 동안 순탄치는 않았다. 거친 파도와 싸우고 열심히 노를 저었다. 군사 독재시절에는 정부와 싸웠고 할리우드 시절에는 그들과 싸웠다. 대기업의 독과점 문제와도 싸웠다. 그 거친 강을 거쳐 오기까지는 선배들과 후배들이 있다. 이 상은 그들을 대신해 받는 거라고 생각한다. 한국 영화는 잠시 위기에 처해있지만 한국 영화 예술은 힘차고 바람직한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오늘 부산국제영화제를 즐기고 있는 분들께서 보물같이 숨겨진 한국 영화들을 찾아 봐주시길 바란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은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받게 됐다. 그는 영화 '잇 워즈 저스트 언 액시던트(It Was Just An Accident)'로 이란 정부에 맞서 싸웠고 평단의 호평을 받아 '78회 칸영화제'에서 최고 작품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바 있다.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이 상을 주신 부산국제영화제에 감사드린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첫 행사에 왔던 내가 30주년을 맞아 다시 오게 돼 매우 행복하다. 당시 난 첫 영화를 가지고 부산을 왔었고 다시 최고의 영화를 가지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나는 17년간 감옥에 갇히게 돼 이 행사에 올 수 없었다. 나는 내 나라를 떠날 수 없는 처지였다. 지난 30년간 한국은 사회의 자유와 영화의 자유를 위해 싸워왔다. 이는 끝나지 않았고 우리는 표현의 자유를 위해 맞서 싸워야 한다. 이 영화는 어려움에 맞서 싸우고 있는 모든 독립 영화인들에 바친다"라고 전했다.

부산국제영화제

마지막으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 '어쩔수가없다'가 소개됐다. '어쩔수가없다'는 갑작스러운 해고로 위기에 처한 만수(이병헌)가 가족과 집을 지키기 위해 해괴한 방식으로 경쟁자들을 제거해 가는 과정을 그린다.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국제 관객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오는 24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박찬욱 감독과 배우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엄혜란은 무대 위에 올라 '어쩔수가 없다'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박찬욱 감독은 "처음 부산국제영화제를 만든다고 했을 땐 무모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벌써 30년이 지났다. 딱 30년이 된 해에 제 영화를 개막작으로 보여드릴 수 있어 뜻깊다"라고 전했다. 손예진은 "오랜만에 부산국제영화제에 왔는데 개막작의 배우로 뵙게 됐다. 이 순간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베니스에서 상영됐을 때보다 더 떨리고 설렌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성민은 "저 역시 많이 떨리고 설렌다. 저희 영화 많이 봐주시길 바란다"라고 설렘을 드러냈고 박희순은 "우리 영화는 블랙코미디로 가장 극적인 순간에 코미디가 찾아온다. 웃으라고 만들었으니 웃고 재밌게 즐기시길 바란다. 관람 이후 조용필 선생님의 곡 '고추잠자리'를 들으며 다시금 우리 영화를 생각해 주시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엄혜란은 "제가 이 자리를 차지할 수 있어 영광스럽다. 우리 모두 오래 기다렸다. 박찬욱 감독님의 영화 세계에 빠지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병헌은 "오늘 30년 동안 늘 바랬던 일이 실현됐다. 현실이 되니 벅차고 감회가 새롭고 나의 설렘을 관객분들께 선물로 선사할 수 있어 기쁘다. 여러분이 있기에 영화가 있고 배우가 있다는 걸 잊지 않겠다. 저의 영화를 끝까지 남아서 관람할 예정이니 여러분들도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라며 "부산에서 세계화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 보자는 한 소년의 꿈이 이뤄졌다. 오늘을 시작으로 거리와 카페, 어디에서든 영화를 주제로 이야기하길 바란다"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부산국제영화제

한편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날부터 오는 26일까지 영화의전당, CGV센텀시티,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등 부산 일대에서 개최된다.

[티브이데일리 한서율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송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