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유명 팝스타들이 자신의 대표곡에 케이팝 감성을 더해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펼치고, 한국을 찾아 케이팝 스타들과 함께 한옥 카페에서 차를 마시거나 컵라면 편의점을 찾는 등 한국 문화를 만끽하기도 한다. 지금껏 여느 예능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신선한 그림으로 단단히 무장한 '케이팝드'다.

지난달 29일 공개된 애플TV+ 예능프로그램 '케이팝드(KPOPPED)'의 연출을 맡은 CJ ENM 이연규 PD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났다.

'케이팝드'는 세계적인 대중음악의 전설들이 인기 케이팝 아이돌과 손잡고 펼치는 노래 대결을 담았다. CJ그룹 이미경 부회장과 팝스타 라이오넬 리치가 케이팝의 매력을 전 세계에 알릴 목적으로 기획을 시작해 애플TV+, CJ ENM, 호주 제작사 유레카가 공동 제작에 나섰다.

총 8부작으로 제작된 '케이팝드'에는 매건 디 스탤리언, 패티 라벨, 스파이스 걸스, 바닐라 아이스, 테일러 데인, 케샤, 이브, 제이 발빈, 카일리 미노그, TLC, 보이 조지, 제스 글린, 에이바 맥스, 보이즈 투 맨 등 쟁쟁한 팝스타들이 총출동했다. 빌리, 있지, 케플러, JO1, 에이티즈, 스테이씨, 키스 오브 라이프, 블랙스완 등 케이팝 스타들도 합류해 팀을 쪼개서 팝스타들과 팀을 이뤄 대결을 펼쳤다.

이 프로그램의 기획은 지난 2021년 가을 시작됐다. 연출을 이연규 PD는 Mnet '케이콘(KCON)', '마마 어워즈(MAMA AWARDS)', '킹덤' '퀸덤퍼즐' 등 케이팝 음악 프로그램을 전문적으로 만들어 왔다. 그는 "무대 위에서 만나기 힘든 해외 팝스타와 케이팝 아티스트가 컬래버레이션을 이루는 것이 프로그램의 포인트다. 이들의 만남도 리얼리티 연출을 통해 잘 녹여져 있다. 함께 시너지를 폭발적으로 터트리는 지점이 타 프로그램과의 차별점"이라고 밝혔다.

애플TV+ 케이팝드, 이연규 PD

해외 팝스타들의 섭외는 CJ ENM과 호주 제작사인 유레카를 통해 이뤄졌다. 이름만 들으면 모두가 알 법한 가수들을 섭외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케이팝을 소재로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하면 다들 흥미로워 해 섭외가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라는 것이 이 PD의 설명이었다. 그는 "섭외 과정 자체가 어렵다기 보다는, 그 과정에서 해외 팝스타와 케이팝 아티스트들의 포지션을 고려해 어떻게 팀을 매치하고 라인업을 짜야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무대가 나올 지를 중점적으로 고려했다"라고 말했다.

이 PD는 "무엇보다도 기존 히트곡을 신선하게 재해석하는 것에 중심을 뒀다"라고 밝혔다. 한국, 영국의 편곡자가 작업을 한 뒤 아티스트들이 듣고 최종적으로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 새로운 편곡이 나왔다. 모든 아티스트들이 직접 편곡에 관여했으며, 이후 한국을 찾아온 팝스타들이 48시간 안에 케이팝 스타들과 합을 맞춰 무대에 서게 되는 과정을 거쳤다.

특히 이 48시간 가량의 연습 시간은 모든 아티스트와 제작진에게 또 하나의 도전이 됐다고. 이 PD는 "무대 자체를 준비하는 시간은 꽤 걸렸지만 정작 두 팀이 실제로 만나서 호흡을 맞추는 시간은 너무 짧았다. 압박감이 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팝스타들은 보통 솔로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혼자만의 무대가 아니라 타 아티스트와 화합해서 무대를 만들어간다는 점을 흥미로워 했지만, 시행착오도 있었다"라고도 말했다.

이 PD는 "합동 무대 경험이 많지 않은데 동선도 맞추고 눈빛, 시선까지 신경을 써야 하니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다"라며 "그럼에도 음악과 함께 하다 보면 처음 만났을 때의 어색함도 사라지고, 결국은 모두가 프로페셔널하게 무대 위에 설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서로 다른 언어를 쓰고 다른 곳에 살지만, 결국 음악으로 만나 교감을 하는 과정이 재미를 자아냈다고 본다"라며 "이들이 만나서 함께 연습을 하고 무대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시청자들도 흥미롭게 봐주셨으면 한다"라고 당부했다.

애플TV+ 케이팝드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정의지만, 케이팝은 보컬, 랩, 퍼포먼스가 한데 어우러지고 3분 안에 폭발하듯 터지는 종합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동시에 음악으로 하나 되고 국경과 인종을 뛰어 넘는 '보더리스(Borderless, 경계나 제한이 없는 상태)'한 장르죠. 서로 다른 언어를 쓰고 다른 곳에 살지만, 결국 음악으로 만나 교감을 하는 과정이 재미를 자아낼 겁니다."

이 PD는 "시즌2를 이야기하기에는 애매한 상황이고 시청자들의 사랑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만약 성사가 된다면 켄드릭 라마, 테일러 스위프트를 모시고 싶다. 이들이 케이팝과 만났을 때 어떤 시너지가 나올지 궁금하다"라며 청사진을 그렸다. 최근 흥행하며 전 세계에서 케이팝 열풍을 선도하고 있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나도 두 번 봤을 정도로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다. 해외에서 케이팝을 이처럼 사랑하는 것이 정말 기쁘고, '케이팝드' 또한 문화 가교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라고 말했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애플TV+, CJE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