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방탄소년단이 주인공인 게임이 낯설지 않은 시대다.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카카오게임즈 등 국내 게임 개발사들이 K-콘텐츠의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하면서다. 이들은 지난 10년 간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뛰어들며 다양한 실험을 진행했다.

세계적인 가치를 갖게 된 K팝 관련 IP는 국내 게임 개발사들의 기술에 힘입어 시너지 효과를 냈다. 롤플레잉 게임은 물론 팬 플랫폼, 버추얼 그룹 등이 이들이 내놓은 상품들이다.어떤 기업이 울고 웃었을까.

■BTS로 손 잡은 넷마블X하이브

넷마블은 2018년 하이브(당시 빅히트)에 2014억 원을 투자, 25%(현재 약 9.4%) 가량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들은 IP 공동 개발 사업을 통해 다양한 상품을 출시했다. 2019년 모바일 스토리형 게임 ‘BTS 월드’를 출시하며 방탄소년단 IP를 게임화한 첫 대형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BTS 월드’는 K팝 아티스트 IP가 게임으로 실질적 수익을 만들어낸 첫 사례로 꼽힌다. 게임은 출시 직후 전 세계 176개국에 출시되었고, 게임 수익뿐 아니라 OST 앨범까지 출시되는 등 다양한 형태의 부가 수익 창출로 이어졌다. 두 기업에 따르면 BTS 월드를 포함해 방탄소년단의 IP와 관련한 프로젝트의 누적 매출은 업계 추산 약 5천만 달러(약 600억 원) 수준이다.

넷마블은 하이브와의 공동 사업 외에도 웹툰 ‘신의 탑’ IP를 확보한 롤플레잉 게임 형식의 ‘신의 탑: 뉴 월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5월 출시된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 IP를 매개로 한 게임 ‘Solo Leveling: Arise ’은 글로벌 시장에 출시된 후 다운로드 1500만 이상을 기록하는 성과를 보였다.

■카카오게임즈×카카오엔터

카카오게임즈는 형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통해 IP 사업에 착수했지만, 게임과 관련해서는 아직 직접적으로 출시한 상품은 없다. 카카오엔터(구 카카오페이지)의 웹툰 IP ‘나 혼자만 레벨업’ 게임판은 카카오게임즈가 아닌 넷마블이 개발한 프로그램이다.

카카오게임즈는 SM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국내 유수 매니지먼트사의 지분을 보유한 형제 카카오엔터를 통해 다양한 IP 사업을 구상 중이다. 양사는 지난해 말 SM(NCT, 에스파 등) 아티스트 IP를 소재로 모바일 게임을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아직 시장에는 출시되지 않았다.

카카오게임즈는 주로 카카오엔터의 웹툰·웹소설 IP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를 제작 중이다. 하지만 카카오엔터가 굴지의 아티스트 IP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언젠가는 관련 상품이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 유니버스X스타십 그리고 5세대 IP

엔씨소프트는 2021년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UNIVERSE’를 2021년 론칭했다. 엔씨소프트는 스타쉽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소속 아티스트 몬스타엑스, 아이즈원 등의 IP를 활용한 콘텐츠를 제작, 출시했다. 아티스트와 소통할 수 있는 대화, 영상 서비스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유니버스는 하이브의 위버스, SM의 디어유가 보유한 IP에 밀려 출시 2년 여 만에 문을 닫았다. 플랫폼이 보유한 IP가 두 회사에 비해 다양하지 않아서다.

결국 유니버스는 2023년 디어유에 흡수되며 운영을 종료했다. 업계 추산 매각가는 약 100억 원(추정가) 이다. 팬덤 사업이 게임사의 기술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한계를 보여 준 사례다.


5세대 그룹의 관련 사업은 활발히 진행 중이다. 게임사 크래프톤은 하이브 소속 르세라핌과 손잡고 배틀그라운드 IP를 활용한 컬래버레이션을 전개한다. 블리자드는 슈팅 게임 ‘오버워치 2'를 통해 YG엔터테인먼트 소속 신인 베이비몬스터와의 컬래버를 진행 중이다.

■아직은 시작 단계, 가능성은

지난 5년 여간 국내 '빅4' 기획사(하이브, SM JYP YG)들은 주요 게임사와 협업해 NFT, 메타버스, 팬 플랫폼, 게임 IP 사업을 본격화 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이 소속 아이들 그룹이 각자 다른 세계관을 부여하며 '메타버스 그룹'이라라고 소개하는 이유는 IP 관련 사업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사업들은 이제 막 시작된 단계에 가깝다. 기대 속에 출발한 넷마블의 ‘BTS 월드’ 서비스는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종료됐고, 엔씨소프트 유니버스는 시장에서 철수했다. 하지만 'BTS 월드' 등 넷마블과 하이브가 진행한 관련 프로젝트들은 아티스트 IP 사업의 가능성을 알린 시발점이 됐다.

최근 사업의 가능성을 보여 준 사례는 넷마블의 ‘나 혼자만 레벨업’이다. 게임은 출시 6개월 만에 업계 추정 1370억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이들의 안정적인 출발은 K엔터 IP를 직간접적으로 보유한 주요 게임사들의 움직임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