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호불호에 집착해 자신의 중심을 잃기보다는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이렇듯 배우 류경수의 무기는 호불호를 떠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모든 노력을 쏟아부은 연기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9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선산’은 존재조차 잊고 지내던 작은아버지의 죽음 후 남겨진 선산을 상속받게 되면서 불길한 일들이 연속되고 이와 관련된 비밀이 드러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류경수는 극 중 선산 상속을 두고 갑자기 나타난 윤서하(김현주)의 이복 동생 김영호를 연기했다.

스산하고 불쾌하고 비정상적인. 김영호에 대한 첫인상을 나열하면 긍정적인 단어가 하나도 없다. 그만큼 김영호는 불유쾌한 캐릭터에 가깝다. ‘선산’의 미스터리는 김영호라는 양분을 먹고 뻗어나갈 정도로, 김영호가 극 안에서 해내야 할 지점들이 많다. 쉽지 않은 캐릭터의 옷을 입고 극의 큰 축을 맡아야 하는 그 어려운 일을 류경수가 해냈다.

누구나 부담스러웠을 거라 생각하지만, 오히려 류경수는 부담감보다는 도전의 욕구를 먼저 느꼈다고 했다. 류경수는 “연기해 보기 쉽지 않은 캐릭터이지 않나. 어떻게 하면 이 역할을 표현해 볼 수 있을까 생각했다. 이걸 잘 해내서 스스로 성장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김영호를 만들어나간 과정에서 가장 먼저 떠올린 키워드는 고립이다. 사회와 단절된 채 엄마의 말을 성경처럼 붙들고 사는 김영호는 사람과 관계를 맺는데 대단히 미숙한 인물이다. 외관부터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 등 어느 하나 정상적이지 않은 것도 김영호가 엄마와 둘이서만 철저히 고립된 채 살았기 때문이다.

류경수는 이에 대해 “근친으로 태어난 인물보다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서 우리 사회와 먼 곳에서 고립됐던 인물로 초점을 맞췄다”라고 설명했다.

고립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김영호의 전사들을 나름 상상하면서 인물을 만들어나갔다는 류경수다. 그는 “어떤 인물이라고 말로 설명하는 건 쉽지만 저는 캐릭터로 표현해내야 했다”면서 “일상에서 만날 수 없는 인물로 표현하고 싶었다. 섣불리 말을 걸기가 어렵고 해를 끼칠 것 같은 인물로 표현하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물론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비정상적인 김영호의 캐릭터성을 겉모습으로 표현하는 것도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류경수는 “이질적이라는 단어는 친근하지 않다는 뜻에 가까운 것 같다. 이상한 사람은 어떤 느낌일까 생각했다. 제 주변에 또래인데 머리에 흰머리가 엄청 많은 사람이 있다. 모자를 벗는데 흰머리가 많아서 이상하게 느껴지더라. 새치일 수도 있지만 흰머리는 대체적으로 나이 많은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지 않나. 김영호가 나이조차 가늠이 안 되는 느낌이면 어떨까 생각했다”라고 했다.

이어 류경수는 김영호를 “무리에서 탈락된 야생동물”이라고 간단명료하게 설명했다. 류경서는 “본능적이고 원초적인 인물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야생동물 습성들을 찾아봤다. 김영호는 무리에서 탈락된 야생동물 같았다. 우리가 무리에서 떨어진 야생동물을 볼 수 없지 않나. 그때부터 상상의 영역이었다”라고 말했다.

김영호를 연기할 때에는 상황에 집중하려고 했다. 스스로 주문을 걸며 상황에 집중하며 자신이 김영호를 만들어가며 선택했던 길에 확신을 가지려고 했다고.

류경수가 김영호를 완성할 수 있었던 마지막 사이드킥은 함께 연기한 배우들이었다. 배우 김현주 박희순 박병은 등 김영호와 부딪히는 인물들을 연기한 배우들의 리액션이 김영호를 고립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류경수는 “김영호는 고립이라는 것도 몰랐을 것”이라면서 “주변인들이 김영호를 고립을 시키는 것 같다. 내가 고립을 연기해야 한다기보다는 오히려 선배들에게 도움을 받은 부분이 있지 않았나 싶다”라고 말했다.

“제 도전에 만족하냐고요? 네. 연기를 잘했다, 못했다가 아니라 김영호라는 캐릭터를 표현했다는 것에 대한 만족인 것 같아요. 평생 맡아볼 수 없는 캐릭터일 수도 있는데 운이 좋고 복 받았다고 생각해요.”

류경수는 넷플릭스 ‘지옥’부터 ‘정이’, ‘선산’까지 비정상적이고 강렬한 캐릭터 연기로 호평을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이미지가 고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걱정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류경수는 “어쨌든 간에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류경수는 “배역을 맡아서 한 시간보다 그렇지 못했던 시간이 더 길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너무 행복하게 하고 있다”면서 “제가 변화한 모습을 보여드리면 되는 것 같다. 딱히 그거에 대해서 큰 부담은 없다”라고 했다.

시청자들의 호불호에 대해서도 제법 단단한 대답을 내놓았다. 류경수는 “저는 재밌게 최선을 다해서 만든 캐릭터를 제시하는 거다. 다만 제가 제시했을 때 받아들이는 건 보시는 분들의 마음이다”라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한 이미지로 굳어질 걱정보다는 배역을 맡아 연기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는 류경수다. 자긴에게는 아직 보여주지 않은 무기가 있다면서 걱정이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류경수의 무기가 무엇일지, 즐거운 마음으로 그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