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안무치의 ‘승리’, 사람이 자신의 뒤태를 알지 못할 때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2024. 01.24(수)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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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후안무치(厚顔無恥), 낯이 두꺼워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뜻의 고사성어로, 잘못이나 실례를 저지르고도 전혀 미안한 마음을 가지지 않는 뻔뻔한 사람을 가리킬 때 쓰곤 한다. 죄를 지어 법의 심판을 받아 징역을 살고서도 여전한 후안무치의 상태라면, 그 혹은 그녀가 치르는 죗값은 표면적인 것에 불과할 뿐이다. 출소하여 다시금, 유사한 죄, 아니 유사한 방향성인데 한층 더 심화한 죄를 지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승리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한때 국내외 최정상 보이그룹 ‘빅뱅’의 막내로 재기발랄한 활약을 펼치던 그는, 2018년 말 그가 속한 클럽 버닝썬을 둘러싼 여러 의혹이 수면 위로 드러나며 다음 해인 2019년 3월 빅뱅에서의 탈퇴는 물론, 연예계를 은퇴하겠다 선언한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이었고 승리의 행보는 마치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와 같았다.

2020년 1월, 승리는 성매매와 성매매 알선, 성폭력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횡령), 업무상 횡령, 식품위생법, 상습도박,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총 8개 혐의로 기소된 것도 모자라, 2020년 3월 입대 후 군사 재판을 받던 중 특수폭행교사 의혹까지 추가했다. 그리하여 2020년 5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적으로 9개 혐의 모두 유죄 선고를 받아, 1년 6개월의 실형을 살고 지난해 2월 출소했다.

1년 6개월의 시간은 그의 죄질에 비해 짧아도 너무 짧았나 보다. 현재 자유인이 된 승리가 보이는 삶의 모양새는 징역을 살기 전, 전과를 가지기 이전과 전혀 다름이 없다. 여전히 동남아 지역을 돌아다니며 각종 행사와 유흥을 즐기고, 심지어 어떤 자리에서는 지드래곤을 언급하여 적지 않은 이들의 빈축을 사고 있으니까. 유명인의 도의적 책임은 이미 저 멀리 던져버린 상태인 그에게서, 이제 인간적인, 아주 기본적인 양심의 존재 유무를 의심해 볼 차례다.

다들 별다르지 않게, 어떤 이는 더 흉악한 죄를 짓고서도 아무 일 없이 살아가는데 자신만 운 나쁘게 법의 망 안에 걸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아니면 심각한 사안인 것처럼 대서특필되더니 막상 치른 대가는 가벼워 별일 아니었다 치부할 수도 있고. 어느 쪽이든 최악이어서 이 정도의 바닥에 치달은 사람은 아니길 바랄 뿐이다. 하지만 다른 이의 삶에 심각한 위해를 입힌 죄로 벌을 받고 온 사람으로서 반드시 보여야 할 뉘우침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으니, 아직도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 그의 실례에 우리의 입안은 쓰디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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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을 만난 탓에 기뻐 날뛰는 인간들을 자주 본다. 잘 나가게 돼 오만과 교만에 휩싸인 인간들, 그들은 알아야 한다. 하나님이 실수로 그들의 똥꼬 털을 너무 넓게 깎아 버린 탓에 오늘의 희희낙락(喜喜樂樂)과 까불까불이 있게 된 것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런 종류의 자만은 자기만 모른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나 같은 사람이 그들의 엉덩이를 지켜보고 있으며, 그런 사람들은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이래서 인간은 잘 나갈수록 겸손해야 하는 것이다.”

이응준 작가의 산문집, ‘고독한 밤에 호루라기를 불어라’에 실린 글의 일부다. 무슨 내용이냐면, 어느 날 필자는 함께 살고 있는 반려견의 엉덩이 털을 잘못 깎아, 이에 대한 미안한 마음으로 평소보다 두 배는 먼 코스로 산책하러 나간다. 그런데 이 반려견이 자신의 뒤태가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 모른 채, 모르는 게 당연하긴 하지만, 그날따라 길고 긴 산책의 시간을 어쩌다 얻은 횡재로 여기며 마냥 즐거워하더란 것이다. “……이 녀석은 지금 자신의 엉덩이 상태를 모르고 있구나”

얼핏, 유사한 맥락 위에 승리가 있다. 물론 승리의 경우는 저 스스로 잘못 깎은 것이며 더없이 무해한 강아지에 비해 더없이 유해하단 크나큰 차이점이 있긴 하다만. 유명인의 위치에 있다는 게 오롯이 제 능력 때문인 것처럼 특권의식을 가지고 아무렇지 않게 범법행위를 저지르고도 별다른 돌이킴이 없다는 점, 그런 그에게 주어진 형벌의 무게가 횡재라 여겨도 될 정도로 가벼웠던 까닭에(이마저도 항소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자신이 저지른 행동의 심각성은 조금도 깨닫지 못한 채 그저 의기양양하게 후안무치의 경지에 이르고 말았다는 점.

게다가 그러한 뉘우침이 조금도 보이지 않는 상태를, 도리어 무슨 대단한 경험이라도 했다고 자만으로 가득한 모습을 미간을 찌푸린 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데에서 겹친다고 할까. 그러니 다시, 이전보다 더 심각한 범법자의 자리에 서기 전에, 뉘우치는 마음을 가지고 정신을 바짝 차려 본인의 뒤태를, 앞과 옆의 태를 점검하기를, 그리하여 대중이 한때 그에게 건넨 애정을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않게 만들어주길 바랄 따름이다. 뜬금없이 비유로 활용된 더없이 무해한 강아지에게 한없는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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