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가수 유승준(스티브 승준 유)이 한국행 재외동포비자를 달라며 제기한 소송의 2심 재판부가 유승준의 손을 들어주자, 외교당국이 대법원 판결을 받겠다며 상고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주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은 서울고법 행정9-3부(부장판사 조찬영)에 이날 상고장을 제출했다. 이 재판부는 유승준이 제기한 사증발급 거부처분 취소소송의 항소심에서 지난달 13일 원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행정소송에서는 당사자가 판결에 불복할 경우 판결문이 송달된 날로부터 2주 이내에 항소장 혹은 상고장을 제출할 수 있다. LA 총영사관은 지난달 20일 판결문을 송달받았고, 검토 후 상고를 결정했다.

유승준은 지난 2002년 병역미필자 신분으로 미국 시민권을 얻었다가 한국 입국이 제한됐다. 당시 해외공연을 한다며 출국한 뒤 미국에 귀화했다. 이후인 2015년 8월 그는 재외 동포 비자(F-4 체류 자격)를 통해 한국에 입국하고자 했지만 LA 총영사관은 '병역면탈로 인한 입국금지 대상'이라며 이를 거부했다.

유승준은 같은해 첫 행정소송을 냈고, 1·2심은 모두 정부의 비자발급 거부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LA 총영사관이 유승준의 비자 발급을 거부한 건 위법하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에서 결국 "비자 발급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이 나왔고, LA 총영사는 재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유승준의 승소를 확정했다. 당시 대법원은 유승준이 병역기피자 입국제한연령(만 38세)을 넘겨 LA 총영사가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유승준은 이후 비자 발급을 또 거부당했다. LA 총영사관은 유승준의 신청을 2020년 7월 재심사했지만, 재외동포법 5조 2항의 3호인 '안전보장, 질서유지 등 한국의 이익을 해칠 이유가 있다'며 다른 사유로 재차 거부 처분을 했다. 이에 유승준은 같은해 10월 두 번째 소송을 제기했다.

외교당국은 "소송 확정판결은 비자 발급 거부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었지, 비자를 발급하라는 취지는 아니었다"며 "이번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발급을 거부했다"는 입장이다. 실제 두 번째 행정소송 1심에서 재판부는 외교당국의 입장을 받아들여 청구를 기각했지만, 2심에서 이 판결이 뒤집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병역 기피에 대해 광범위한 사회적 공분이 일었고, 단지 대중의 법감정으로 치부할 수 없음을 인지했다"면서도 "법원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판단할 책무가 있다"고 밝혔다.

항소심 선고 이후 유승준의 법률 대리인인 류정선 변호사는 "이 사건은 사실 1차 소송 파기환송심 사건에서 어느 정도 쟁점이 정리됐다"며 "여러 가지로 여론이 안 좋은 것이 있지만 법률적으로 따지면 재외동포 체류 자격을 거부할 사유가 없다는 부분을 명확하게 판단한 것"이라는 판결의 의미를 전했다.

이어 "과거에 (유승준이) 신청했던 비자 발급 신청이 그대로 살아있는 상태"라며 "그에 대한 발급 여부를 다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승준의 현 상황에 대해서는 "본인이 당연히 한국을 떠난 지 오래돼 오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다"라며 "이 사건을 통해 본인의 행동에 대해 너무나 가혹한 제재를 받았다는 걸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싶어 하는 명예회복적 성격"이라고 했다.

또 "사실 이 사건을 자세히 알면 이렇게까지 미워할 사건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결과적으로 여론이 안 좋음에도 재판부가 소신 있게 판단했다"고 봤다.

류 변호사는 "법원 판결로 비자를 주라고 하는데 (정부가) 다른 이유로 들어 (입국을) 거부하지 않을 것 같다"라며 유승준의 입국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외교당은 또 한 번 제동을 걸었다. 유승준이 20여년 만에 한국 땅을 다시 밟을 수 있을 것인지에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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