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 김현주, 변화를 갈망하다 [인터뷰]
2023. 02.04(토) 11:00
정이 김현주
정이 김현주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부담도 됐고, 걱정이 앞섰지만 이를 원동력 삼아 자신에게 주어진 도전을 완성했다.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데 성공한 김현주는 변화하기를 갈망하고, 또 멈추지 않을 것이다.

지난 20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정이’(감독 연상호)는 급격한 기후 변화로 폐허가 된 지구를 벗어나 이주한 쉘터에서 발생한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전설적인 용병 정이의 뇌를 복제, 최고의 전투 AI를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SF 영화다. 김현주는 극 중 전쟁 영웅이지만 마지막 전투 이후 식물인간이 된 뒤 AI로 복제된 정이를 연기했다.

김현주에게 ‘정이’는 ‘지옥’에 이어 또 하나의 도전이나 마찬가지 었다. 그동안 해왔던 여성적이고 단아한 이미지와는 다른 이미지의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현주는 “왜 자꾸 연상호 감독님은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캐릭터를 나에게 덧 씌우려고 할까. 이 사람의 의도가 너무 궁금하다. 나도 모르는 나의 모습을 이 사람이 본 건가 싶다”면서 “시나리오를 봤을 때 그냥 너무 흥분됐다. 희소성 있는 장르이고, 성공 여부를 떠나서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재밌을 거라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변화에 대한 욕망이 있던 김현주에게 ‘정이’는 마치 긴 갈증 끝에 찾은 오아시스나 마찬가지였다. 김현주는 “장르에 국한하기보다는 다양하게 변화를 주고 싶다는 생각이 늘 있었다. 하지만 제가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 누군가 저를 선택해야 할 수 있는 거 아닌가”라면서 “화보를 통해 그런 모습들이 나에게도 있다고 어필해왔다. 화보 안에서는 좀 더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지 않나. 다른 면을 보여주려 많이 애를 썼던 것 같다”라고 했다.

이어 김현주는 “그렇지만 뭔가 욕구는 있지만, 제 안에서는 자신감이 없었던 것 같다. 연상호 감독님이 제의를 해주셨을 때 도전 정신을 깨우치게 해 줬다. 연상호 감독님의 실험 정신과 끊임없는 도전들이 저한테는 자극이 됐던 것 같다”라고 했다.

물론 처음엔 낯선 장르 속 낯선 자신의 모습에 대한 부담감은 있었다. 가뜩이나 한국형 SF 장르 자체도 도전인데, 그 안에 AI와 전쟁영웅의 모습을 한 자신의 모습을 한국 시청자들이 받아들이지 못하면 어쩌나 했단다. 이에 대해 김현주는 “로봇 연기와 용병 이미지를 저에게 덧대어 봤을 때 많은 분들이 선입견을 가지고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지 않을까 걱정했다”라고 했지만. 그러나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공개된다는 점 때문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김현주는 “한국을 벗어나 다른 나라에서는 저에 대한 선입견이 없을 수도 있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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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작품들에서는 감정 연기에 대해 집중했다면, ‘정이’에서는 그 감정을 덜어내는 과정을 거쳤다. 이에 김현주는 다른 레퍼런스를 참고하지 않고 정이만의 것을 만드려고 노력했단다. 김현주는 “동작이 멈추는 장면에서는 표정이 일반적이지 않은 표정이 나왔으면 했다. 정해진 표정이 아니라 부자연스러우면서도 기계스러운 표정을 주고 싶었다”라고 했다. 초반에 정이만의 것을 보여준다면, 이후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서 정이의 감정선을 잘 잡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다는 그다.

김현주는 마지막 장면에서 뜨는 해를 바라보는 정이의 표정을 특별히 신경 썼다고 했다. 그는 “그게 어떤 희망이나, 해방, 자유 등을 표현한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저는 연기한 사람으로서 봤을 때 그 눈빛과 표정이 저랑 흡사하다고 생각했다. 너무 좋았다. 밝아오는 태양을 보며 안도하는 오묘한 표정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게 보이는 것 같아서 감동했다. CG 기술이 좋았다”고 했다.

또한 김현주는 CG 작업에 대한 만족도를 드러내며 “너무 재밌었다. 이게 어떻게 만들어질까 궁금증도 너무 있었다. 간단한 표정이지만 잘 살릴 수 있게 노력했다”고 말했다.

액션 연기에 대한 만족도도 최상이었다. 김현주는 “‘지옥’ 할 때에는 거의 발차기부터 배웠다. 기초부터 하루종일 했다. 기본으로 앞 구르기, 옆 구르기 다 했다”면서 “평소 복싱을 좋아해서 많이 보다 보니 이미지 트레이닝처럼 되더라. 액션 자체는 어색할 수는 있지만 보던 게 있어서 하는데 수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촬영하면서 점점 늘더라. 액션도 기술이 필요한 거라서 어떻게 기술적으로 하면 잘해 보이는지 터득하게 되다 보니까 ‘정이’에서는 스턴트를 더 수월하게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현주는 “와이어 액션도 많이 했었다. 총을 거의 갖고 다녔다. 장난감 총 사가지고 견착 하는 연습을 진짜 많이 했다”라고 했다.

다만 전투복은 예상보다 무거워 애를 먹었다고. 김현주는 이에 대해 “그 총보다 옷이 더 무거웠다. 멋있게 만드려나 보니 소재를 그걸로 할 수밖에 없어서 생각 보다 더 무거웠다. 신축성이 없어서 발차기할 때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옷 무게를 감당하려면 체력을 키워야 해서 많이 먹고 운동 많이 했다”라고 말했다.

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평소 캐릭터에 따라 옷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김현주에게 CG 작업을 위해 그린 옷을 입고 연기하는 것 자체가 몰입을 방해받는 일이었다. 김현주는 “캐릭터에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으면 연기가 잘 안 되는 경우들이 있다. CG 때문에 그린 색 옷을 입고 연기를 해야 했는데, 너무 정이 같지도 않아서 연기하는데 괴로웠다. 그 신 찍고 나서 다음 날인가 옷을 착장 했는데 힘이 나더라. 차라리 무게감이 낫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세트 안에서 실험할 때 러닝머신에서 뛰는 장면을 촬영할 때 실제 러닝머신에서 뛰면서 했다. 그냥 뛰는 것도 힘든데 총으로 손이 묶인 상태에서 뛰려니 어려웠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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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에게 ‘정이’는 처음 도전의 의미에서 지금은 의미를 정의할 수 없을 정도로 애틋하고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살면서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꿈같았던 선배 강수연을 작품 공개 전에 떠나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리더십이 강했던 강수연은 생전 촬영하는 동안 연상호 감독과 김현주, 류경수와의 만남을 자주 추진하며 팀워크를 다졌다고 했다. 김현주는 공개 당일에도 강수연이 살아있었더라면 함께 모여서 봤을 거라면서 강수연에 대한 그리움을 털어놓았다.

김현주는 “제게 ’정이’는 제 도전도 너무 좋았지만, 지금 시점에서 봤을 때 계속 내 마음에 남아있는 작품인 것 같다. 그냥 선배님과 같이 있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현주는 “작품을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는 힘을 잃었다”면서 “당연히 부족한 부분이 있을 거다. 어떻게 완벽한 작품이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그런 걸 다 떠나서 많은 사람들이 ‘정이’를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밖에 없다”고 했다.

배우로서 아직 해보지 않은 것들이 많다며, 기회만 주어진다면 계속해서 도전하며 변화하고 싶다는 목표를 전한 김현주다. 또한 매 순간 즐기고 감사하면서 살고 있는 지금처럼만 살아가고 싶다는 소박해 보이지만 지키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한 소망을 전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발란스를 맞춰오면서 그 과정이 힘들기도 했지만, 지금은 얼추 맞춰진 것 같아요. 지금처럼만 가준다면 괴롭지 않고 고통스럽지 않게 배우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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