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MC 유희열의 표절 논란으로 불명예 종영한 지 벌써 5개월. KBS2가 새로운 음악 토크쇼로 돌아올 것을 예고했다.

KBS의 심야 음악프로그램이 가진 전통성과 상징성은 엄청나다. 방송된 기간만 봐도 그렇다. 1992년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를 시작으로 지난 7월 종영한 ‘유희열의 스케치북’까지, 이름은 달라도 같은 감성으로 삶에 지친 시청자들의 마음을 위로하며 무려 30년간 시청자들의 사랑 속에 방송을 이어온 것.

다만 가장 최근 종영한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마지막은 그리 좋지 못했다. 30년간 이어져 내려오던 역사가 MC 유희열의 표절 논란으로 인해 툭 끊겼기 때문. 당시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600회를 앞두고 있던 상황이기에 팬들의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유희열의 표절 의혹은 지난 6월 처음 불거졌다. 한 누리꾼은 유희열의 ‘아주 사적인 밤’이 일본 영화 음악 거장 류이치 사카모토의 ‘Aqua’의 곡 진행과 유사하다 지적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희열은 “긴 시간 가장 영향받고 존경하는 뮤지션이기에 무의식중에 내 기억 속에 남아있던 유사한 진행 방식으로 곡을 쓰게 됐다“며 유사 의혹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의 해명과 류이치 사카모토의 옹호에도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아주 사적인 밤‘ 외에도 ‘좋은 사람’ 등 수많은 그의 대표 곡이 표절 의혹에 휘말렸던 탓이다.

결국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자 유희열은 본인이 스스로 출연 중이던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기로 결정했다. 유희열은 입장문을 통해 "제작진을 비롯한 많은 분들에게 준비할 시간이 필요했던 부분인 만큼 늦어진 점 너그러운 이해를 부탁드린다. 프로그램과 제작진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번 주까지 마지막 녹화를 진행하려 한다. 더 이상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남은 책임을 다하겠다"고 전하며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이 여파로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600회를 마지막으로 불명예 종영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종영 이후 5개월간 KBS2의 금요일 심야 시간대는 공백으로 남아 있었다. 이렇게 KBS 심야 음악프로그램의 명맥이 끊기는 줄로만 알았던 순간, KBS는 음악 토크쇼의 론칭을 예고했다. “새 뮤직 토크쇼 ‘더 시즌즈(THE SEASONS)’가 내년 2월 중 론칭된다”고 알린 것.

‘더 시즌즈’는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 ‘이문세쇼’ ‘이소라의 프로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 ‘이하나의 페퍼민트’ ‘유희열의 스케치북’까지 30여 년간 지속된 KBS 심야 음악프로그램의 명백을 이어갈 신규 뮤직 토크쇼. 다만 다른 점이 있다. ‘더 시즌즈‘는 KBS 심야 음악프로그램 최초로 ’연간 프로젝트‘라는 색다른 방식을 도입해 총 네 개의 시즌으로 나뉘어, 각양각색 매력을 가진 네 명의 MC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 같은 프로그램이지만 네 개의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뜻이다. 첫 번째 시즌의 MC로는 가수 박재범이 나선다. 박재범은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에서 센스 있는 진행 능력을 보여준 바 있기에 기대를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 기존 시리즈들과 달리 MC가 분기마다 바뀌다 보니 정을 붙이기가 어렵고, MC 박재범 역시 기존의 MC들과는 달리 10~30대의 젊은 층 시청자들에게나 익숙한 아티스트이기 때문. 변화하는 부분이 너무 많기에 오랫동안 KBS의 심야 음악프로그램을 사랑해온 팬들은 벌써부터 걱정이 큰 상황이다. 과연 KBS가 새롭게 내놓은 음악 토크쇼를 통해 명예를 회복하고 명맥을 이어가는 데도 성공할 수 있을지, 2월에 론칭될 ‘더 시즌’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DB, KBS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