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해가 갈수록 쌓이는 연차만큼이나 열정도 대단했다. 대중과 끊임없이 작품으로 소통하고 싶어 하는 이유도 여타 이유를 막론하고 결국 연기에 대한 열정이었다. 스스로 "죽어라 한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열정으로 가득한 배우 조민수를 만났다.

영화 ‘마녀 Part2. The Other One’(감독 박훈정·제작 영화사 금월, 이하 ‘마녀 2’)는 초토화된 비밀연구소에서 홀로 살아남아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소녀(신시아) 앞에 각기 다른 목적으로 그녀를 쫓는 세력들이 모여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액션 영화다. 지난 2018년 31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마녀‘의 후속작으로, 조민수는 극 중 마녀 프로젝트의 총괄 책임자 백총괄과 닥터백을 연기했다.

조민수는 1편의 닥터백에 이어 2편에서는 백총괄로 '마녀' 유니버스의 중심축으로 활약했다. 마녀 프로젝트의 시작이자 많은 미스터리를 안고 있는 백총괄은 1편의 닥터백과는 다른 결을 지닌 인물이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닥터백과는 달리 백총괄은 겉으로는 부드러운 태도를 보이나 좀처럼 수가 읽히지 않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전혀 다른 성격의 두 인물을, 그것도 한 프레임에 담아내는 작업은 조민수에게도 많은 고민을 안겨줬다. 조민수는 이에 대해 "한 화면에 두 명이 나오니까 고민이 많았다. 둘이 톤도 달라야 할 것 같고, 눈빛의 느낌도 다르게 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1편의 쿠키 영상에서 짧게나마 나와 세계관 흑막처럼 그려졌던 백총괄은 사실 등장할 계획이 없던 인물이었다. 1편 촬영이 끝난 뒤 박훈정 감독이 조민수에게 추가 촬영을 요청했고, 2주간의 상의 끝에 만들어진 인물이 백총괄이었다. 이에 조민수는 백총괄이라는 인물을 '마녀' 세계관에 안착시키는 것을 목표로 2편에 임했다고 했다.

그러나 백총괄은 시나리오에서나 완성된 영화에서나 많은 것이 베일에 감춰져 있는 인물이다. 중요 인물이지만 알려진 정보는 극소수다. 왜 휠체어를 타고 있는지, 왜 실험체를 곁에 두고 있는지, 왜 아크 연구소 습격 사건에 배후로 지목이 됐는지 등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조민수 역시 백총괄이라는 인물에 대해 스스로 여러 상상을 하며 인물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박훈정 감독에게 백총괄의 이야기에 대해 물으며 단서를 얻고, 그것을 토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 인물을 연기했단다. 이 과정을 통해 조민수는 부드럽지만 무서운 인물이라는 큰 틀을 가지고 백총괄을 만들었다.

조민수는 "부드럽지만 무서운 사람이 더 무섭다고 생각한다. 백총괄을 연기할 때도 부드럽게 했지만 막상 부드럽다는 느낌이 안 들더라"고 덧붙였다.

시나리오에 쓰인 것 이상의 이야기를 탐구하는 과정. 조민수가 '미녀' 시리즈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는 이유 중에 하나였다.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지만 시나리오에는 극히 일부만 적어놓은 박훈정 감독과의 대화를 나누며 이를 유추하는 작업이 즐겁다는 조민수다.

또한 조민수는 자신이 준비한 여러 그림 중 박훈정 감독의 생각과 일치하는 그림이 나왔을 때 희열을 느낀다고 했다. 이에 대해 조민수는 "일단 인물의 시작점에서는 다 열어놓고 간다. 내가 그리는 백총괄과 박훈정 감독이 그리는 백총괄이 맞을지 생각하면서 여러 개를 툭 던져본다. 그러다가 박훈정 감독이 와서 '왜 아까 했던 거 안 하느냐'라고 한다. 서로 그리는 그림이 맞을 때 재밌다"고 말했다.

조민수가 '마녀' 시리즈에 애착을 갖는 이유는 또 있었다. 연차가 차면서 점차 주류 작품에서 밀려나는 것 같았던 자신에게 '마녀' 시리즈는 문화 소비 주류 세대인 2~30대와의 연결고리와도 같은 작품이었다. 조민수는 이에 대해 "20 데 애들이 '마녀' 이야기를 하면서 날 알아본다. 그들의 문화 안에 제가 들어간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콘텐츠 안에 내가 들어가 있는 게 너무 좋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민수는 "제 이름 석자가 계속 불리는 것만으로도 좋다. 이게 너무 좋다. 그들은 기억해 달라고 해서 기억하는 사람들이 이 아니지 않나. 이름 석자가 회자된다는 게 굉장히 귀한 거 아니냐"라고 했다.

그렇다면 조민수가 계속해서 소위 주류 콘텐츠로 대중과 만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스스로 내린 답은 이것이다. "전 진짜 죽으라고 해요. 작품을 많이는 안 하지만 하나하나 소중히 해요. 그래서 이 냉정한 곳에서 그래도 배우로서 버틸 수 있는 것 같아요. 저 진짜 열심히 해요,. 그것 밖에는 답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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