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마블은 마블이다. 방대한 세계관에 대한 진입로를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만들었다. 마블 팬 뿐만 아니라 MCU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관객들도 부담 없이 관람할 수 있는, 마블의 영리한 전략이 돋보이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다.

4일 개봉된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감독 샘 레이미·배급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는 모든 상상을 초월하는 광기의 멀티버스 속, MCU 사상 최초로 끝없이 펼쳐지는 차원의 균열과 뒤엉킨 시공간을 그린 수퍼내추럴 스릴러 블록버스터다.

이번 작품은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핵심 소재인 멀티버스를 전면에 다룬 작품이다. '아이언맨'부터 시작돼 '어벤져스: 엔드게임'에 이르기까지 계속된 세계관 확장으로 한계에 부딪힌 MCU로 인해 마블 스튜디오가 선택한 돌파점이 멀티버스다. 멀티버스 세계관 안에서 다양한 시공간 속을 오가며 상상력을 가동해 세계관을 끝없이 확장시키려는 마블 스튜디오의 야심이 엿보이는 소재이기도 하다.

다만 이 멀티버스 소재는 복잡하고 유기적인 속성 때문에 선뜻 진입하기 쉽지 않다. 특히 마블이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에까지 이 세계관의 단서들을 곳곳에 뿌려둔 덕에 멀티버스 진입장벽이 더욱 높아졌다. 이에 마블이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의 흥행을 위해서 멀티버스 소재에 대한 과도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관객이 이해하기 쉽게 난도를 설정하면서, 세계관의 기조를 놓치지 않는 것이 관건이었다.

결론만 놓고 보자면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멀티버스에 대한 허들이 조금 낮은 편이다. 영화 곳곳에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멀티버스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개봉 전 일부 관객들이 우려했던 지점인 방대한 MCU 세계관에 대한 완벽한 이해 없이도 영화를 재밌게 감상할 수 있게 만들었다.

다만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완다비전'에 대한 이해는 어느 정도 필요하다. 바꿔서 말하면 '완다비전'만 보고도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를 충분히 이해할 있다는 의미다. 어벤저스 히어로였던 완다(엘리자베스 올슨)가 왜 세계관 내 최강 빌런 스칼렛 워치가 됐는지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재미가 반감될 수 있다. 그만큼 스칼렛 워치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존재감이 어마어마하다.

특히 인상적인 건 MCU 첫 호러물이라는 점이다. 공포 장르에서 자신만의 확실한 개성이 담긴 연출울 보여줬던 샘 레이미 감독과 마블이 만나 독특한 시너지를 냈다. 호러를 넘어 그로테스크까지 한 비주얼이지만 거부감이 크게 없는 것은 마블의 색채로 완성됐기 때문이다. 이는 샘 레이미 감독의 개성과 마블의 색채가 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거부감을 확 낮춘다. 특히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아메리카 차베즈(소치틀 고메즈)가 여러 개의 차원을 빠른 속도로 지나치는 시퀀스는 기괴하면서도 환상적이다.

스케일과 비주얼도 압도적이다. 마블의 특장점인 눈을 뗄 수 없는 역대급 스케일과 비주얼이 러닝 타임 내내 두 눈을 즐겁게 한다. 단순히 볼거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자연스럽게 작품에 몰입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비주얼과 스토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마블 스튜디오의 전략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처럼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마블 페이즈4의 핵심인 멀티버스에 대한 관객들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본격적으로 펼쳐질 마블의 무한한 세계관에 대한 입문서로 제격인 영화다. 그렇다고 기존 마블 팬들을 위한 마니아틱한 면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대거 탈덕을 불러일으켰던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오랜만에 마블 팬들의 마음을 '팬심'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도 가득하다.

마블 특유의 재치 있는 유머와 또 다른 세계관을 암시하는 쿠키 영상도 놓쳐서는 안 된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