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세대와 신분을 뛰어넘어 같은 가치관을 추구했던 정약전과 창대의 이야기를 다룬 '자산어보'가 베일을 벗었다.

25일 오후 온라인으로 진행된 영화 '자산어보'(감독 이준익·제작 씨네월드) 제작보고회에서는 이준익 감독과 출연 배우 설경구 변요한 등이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자산어보'는 흑산으로 유배된 후, 책보다 바다가 궁금해진 학자 정약전(설경구)과 바다를 벗어나 출셋길에 오르고 싶은 청년 어부 창대(변오한)가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벗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이날 이준익 감독은 '자산어보'를 만들게 된 이유로 "정약용의 형이 흑산도에서 해양생물을 기록한 어류학서가 '자산어보'다. 5년 전 역사 속 학문인 동학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왜 이름을 동학이라고 지었을까 쭉 쫓아가 보니까 너무나 훌륭한 분들이 많더라. 그 분들 중 정약전에 꽂히게 됐다. '자산어보'라는 책을 통해서 정약전이 가진 개인의 근대성을 영화로 담으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제가 보고 싶어서 찍은 영화다"라고 말했다.

이준익 감독은 '자산어보'를 흑백으로 완성한 이유에 대해 "제가 '동주'로 흑백 영화를 시도했고, 적지 않은 성과가 있어서 자신감이 있었다. 그런데 '자산어보'와 '동주'의 흑백은 다른 느낌이다. '동주'는 일제강점기 암울한 시대를 표현하는 흑백이고, 백보다 흑이 더 많다. '자산어보'는 정약전이 유배를 가서 만난 세상은 자연이 있고, 아름다운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흑백 속에서 백이 더 크다. 노리지는 않았지만 '자산어보'를 촬영하면서 '동주'와 다른 점이 있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준익 감독은 "서부 영화 대부분을 흑백영화로 보지 않았나. 서부영화가 표현한 흑백의 시대가 1800년대다. 우리나라의 1800년대 시대를 흑백으로 보면 좋지 않을까 하는 호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준익 감독은 "보통 영화에서 시대 인물을 그릴 때 위대한 분들을 주인공으로 하지 않나. 저도 그랬던 적이 있고. 반대로 유명하지는 않지만 같은 시대를 버티고 이겨낸 사소한 개인의 모습과 그 주변을 그리다 보면 그 안에 영웅보다는 내가 있고 나의 마음이 담겨 있는 사람의 모습이 보이는 걸 제가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세대도, 각자의 지향점도 다른 정약전과 창대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무엇일까. 이준익 감독은 "두 사람의 가치관에 관심을 가졌다. 정약전이 유배를 가면서도 가치관을 포기하지 않고 구현 내려는 창대라는 친구를 만났는데, 나이의 차이보다는 역할과 신분의 차이가 크다. 그걸 메우는 한 지점이 가치관이다. 두 사람은 가치관을 끝까지 추구하다 보니 진정한 벗이 된 것이다. 우정이 목표는 아니다. 우정은 그냥 과정과 수단일 뿐"이라고 말했다.

'자산어보'를 통해 설경구는 첫 사극 영화에 도전한다. 그는 흑산도로 유배된 후 바다 생물에 눈을 뜬 학자 정약전으로 분해 새로운 매력을 선보인다. 변요한은 흑산도를 벗어나기 위해 글공부를 하는 청년 어부 창대 역을 맡았다. 변요한은 정약전을 만나 가치관의 변화를 겪는 창대의 입체적인 모습을 섬세한 감정연기로 표현할 예정이다.

설경구는 "제가 털끝만큼도 정약전 선생님을 따라 하거나 같은 마음을 가질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자유로운 사상을 가졌지만 실천이 안 됐던 정약전이 흑산도 섬에 유배를 들어가서 민초들에 의해서 실천하게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고, 저도 튀지 않고 이야기에 섞여서 튀지 않게 묻혀 가려고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설경구는 첫 사극 연기에 대해 "초반에는 분장한 제 모습이 어색했다. 주변에 '나 잘 어울리냐'고 물어봤다. 잘 어울린다고 주변에서 용기를 줘서 무사히 촬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변요한은 "'자산어보'에 한 줄 등장하는 창대라는 한 줄로 감독님이 입체적인 인물로 만들어줬다. 배경이 전라도여서 사투리를 구사해야 했고, 어부에 맞게 고기를 낚는 법을 알아야 하는 등 여러 가지를 준비해야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창대의 마음을 알고자 했다. 창대고 보던 그 시대를 제가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지 고민하게 됐다. 그것은 많은 배우들과 호흡하면서 모든 것을 놔버리고 흘러들어 갔을 때 시대를 바라보는 창대의 눈이 생기더라"고 말했다.

이어 변요한은 "저희 영화가 흑백 영화인데 선과 면과 형태가 뚜렷하게 드러나고, 조금이라도 허투루 연기하면 다 걸린다"면서 "저희 영화의 매력은 여운이라고 생각한다. 계속 보고 싶고, 기억나는"이라고 말했다.

'자산어보'는 3월 31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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