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골든 글로브 시상식 측이 '미나리'를 외국어 영화상으로 분류한 가운데 미국 현지에서도 비난 여론이 거세다. 불분명한 기준에 '아시안 패싱'이라는 논란까지 더해지고 있다.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가 지난 3일 오전 8시 30분(미국 현지 시각 기준),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다. 오스카 유력 후보로 거론 중인 윤여정과 작품상 노미네이트는 최종 불발 돼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미나리'는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언론과 평단의 만장일치 호평과 함께 '미나리'는 선덴스 영화제를 시작으로 해외 유수 영화제를 휩쓸고 있다.

이 가운데 골든글로브 측이 '미나리'를 외국어 영화상 후보로 분류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영화 '기생충'을 작품상 후보에서 빼고 외국어 영화상으로 분류해 논란이 된 골든 글로브는 '미나리'로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미나리'는 배우들을 제외하고 미국 제작진이 참여한 미국 영화다. 감독인 정이삭 감독은 재미교포이며 영화의 제작은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의 플랜B가 맡았다. 그러나 골든 글로브 측은 영화 대사의 반 이상이 영어가 아니면 외국어 영화라는 규정에 따랐다면서 '미나리'를 외국어 영화상으로 분류했다. '미국 영화'라고 소개해놓고 외국어영화상으로 분류하는 촌극을 벌인 것이다.

미국 현지 매체들은 골든 글로브 측이 '미나리'를 외국어 영화상으로 노미네이트한 것에 대해 시대 착오적인 기준이라며 맹 비난하고 나섰다. 타임지는 "상을 주관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의 결정에 망신살이 뻗쳤다"고 비판했다.

또한 영화에 따라 달라지는 골든 글로브 측의 기준으로 인해 '아시안 패싱' 논란이 일었다. 앞서 영화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감독 쿠엔틴 타란티노)이 제67회 작품상 후보에 올랐던 것과 비교해 골든 글로브 측의 기준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은 영화의 대사의 절반 이상이 프랑스어와 독일어였지만 골든 글로브 작품상 후보에 올랐으며, 오스트리아 배우 크리스토프 발츠가 남우조연상까지 수상했다. '미나리'의 대사 절반 이상이 한국어라는 이유로 외국어 영화상으로 분류한 것과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를 두고 '동양인 지우기' 아니냐면서 연일 거센 비난이 일고 있다. 그럼에도 눈과 귀를 막은 골든 글로브 측은 '기준'을 운운하고 있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은 미국 시상식들의 차별적인 후보 지명 기준을 두고 "로컬 시상식"이라고 지적한 있다. 지극히 로컬 시상식다운 선택이 아닐 수 없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미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