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억지로 들이민 감동 코드가 불쾌하기만 하다. '7번방의 선물' 업그레이드 버전이 아니라 단점만 그대로 답습했다. 영화 '이웃사촌'이다.

25일 개봉된 영화 '이웃사촌'(감독 이환경·제작 시네마허브)은 좌천 위기의 도청팀이 자택 격리된 정치인 가족의 옆집으로 위장 이사를 오게 되어 낮이고 밤이고 감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영화는 안기부 도청팀장 대권이 가택 연금된 야당 총재 이의식(오달수)의 일거수일투족을 도청하다가 점차 그에게 감화되면서 감정의 변화를 겪는 과정을 그린다. 이웃 간의 소통의 부재가 만연한 현대 사회에서 소통과 공감이라는 키워드로 대권과 의식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환경 감독의 전작인 '7번방의 선물'의 선물이 가족의 사랑에 집중했다면, '이웃사촌'은 이웃사촌들의 우정과 사랑으로 그 범위를 확장시켰다. 그래서 이환경 감독은 '이웃사촌'을 "'7번방의 선물'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했지만,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지점들이 있다.

일단 대권이 의식으로 인해 변해가는 과정들의 개연성이 헐겁다. 의식을 "빨갱이"라고 서슴없이 말하던 대권이 일련의 사건을 겪은 뒤 그를 위해 목숨까지 내놓을 정도로 변화하는데 이 감정의 변화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몇 개의 사건들이 등장하지만, "빨갱이"라고 비난하던 사람을 위해 위험에 뛰어들 각오가 생길 정도인가에 대한 의문을 지워내기엔 부족하다.

또한 영화는 억압의 시대, 가택연금이라는 소재를 무겁지 않게 풀어내기 위해 곳곳에 코믹 요소를 가미했지만 심히 작위적이다. 특히 작전 수행 중인 도청팀원 동식(김병철)이 떡볶이를 들고 찾아온 의식의 딸(이유비) 외모에 실수를 연발하는 장면은 한숨만 나온다.

가장 문제점은 '7번방의 선물'에서 지적을 받았던 신파를 그대로 답습한다는 점이다. 마치 눈물을 강요하듯 냅다 슬픈 감정으로 치닫는 장면들은 몰입하기도 어렵거니와 피로도를 높인다. 인물들의 감정선이 이해가 가지 않는데 눈물이 나올리가 만무하다.

'7번방의 선물' 때는 억지 감동이 통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그로부터 시간이 많이 흘렀다. 감독은 시간이 흐른 만큼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눈높이도 높아졌다는 걸 간과해서는 안됐다. 억지 감동은 이제 제발 그만.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이웃사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