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스파이의 아내' 감독이 작품에 대해 이야기했다.

26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 '스파이의 아내'(감독 구로사와 기요시)의 기자회견에서는 영화 연출을 맡은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인 '스파이의 아내'는 올해 6월 NHK에서 방영했던 스페셜 드라마를 영화로 재제작한 작품으로, 태평양전쟁 직전인 1940년을 배경으로 전쟁에 휩쓸리면서도 신념과 사랑을 지켜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무역상 유사쿠가 만행의 현장을 목격하고 이를 세상에 알리기로 결심하고, 아내 사토코도 그의 대의에 동참하는 이야기다. 영화 '도쿄 소나타' '해안가로의 여행' 등을 연출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일본 배우 아오이 유우, 타카하시 잇세이, 히가시데 마사히로 등이 출연했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1940년 일본이라는 시공간의 불안과 불온의 공기를 배경이자 주제로 삼아, 세 남녀의 얽히고설킨 애정과 신념을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로 완성했다. 기요시 감독이 하마 구치 류스케, 노하라 타다시와 함께 각본을 썼고, 아오이 유우, 타카하시 잇세이, 히가시데 마사히로 등의 스타배우들이 출연했다.

이날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기존 연출작과는 달리 현재가 아닌 과거의 이야기를 다룬 이유에 대해 "현대를 무대로 하면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해 단정하고 판단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현대와 이어져 있는 그리 멀지 않은 과거를 무대로 할 때에는 이미 역사적으로 판단이 돼 있기 때문에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해 확신을 갖고 영화를 그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영화의 배경인 1940년대 일본에 대해 "아시다시피 당시 일본의 상황은 여러 나라를 침공했다. 1940년 이전 시기 국내에서는 전쟁의 기운이라는 것이 농후하지 않았고, 나름 자유를 구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후 일본 국내에서는 전운이 몰려왔다. 영화 속 배경은 전쟁이 물밀듯이 밀려오기 전 경계 즈음에 해당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일본 영화 중에서 이런 분류에 속하는 영화를 많이 보지는 못하셨을 거다. 제가 보기에도 이런 영화가 최근 몇 년 일본에서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각오를 하고 이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1940년, 일본이 식민지를 약탈하며 잔혹성을 드러냈던 시기. 이 시기를 다룬다는 것이 일본 국내 여론의 반대에 부딪힐 수 있는 지점이었지만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고 했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엄청난 각오나 용기를 필요했던 건 아니다. 역사적인 사실에 반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크게 의식한 부분은 아니었다. 시대적인 배경 안에 서스펜스와 멜로, 드라마를 어떻게 하나로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제가 은폐되었던 것을 드러내는 작업을 한 것은 아니다. 이미 일본인들이나 세계인들에게 역사라고 알려져 있는 사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전범 시절에 대한 반성 없이 역사 왜곡을 일삼는 일본 정서 상 당시 자신들의 치부를 다룬 작품은 반감이 거센 편이다. 이에 이를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의 제작이 금기시되다시피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이런 소재를 다루는 작품이 많지 않다는 건 터부시 돼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까운 과거를 다루게 되면 실제로 있었던 사건, 인물과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고 검토해야 한다. 그 작업에 주저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나 싶다"면서 "많지 않은 작업이었다고 한 것은 사실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라 완전히 픽션이라는 것이다. 과거의 일이기는 하지만 원작이 있던 것도 아니고 완전히 가공한 이야기를 오리지널로 다뤘다"고 애매한 답변을 내놓았다.

이어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정치적 메시지는 없다. 다만 그 시대를 바탕으로 한 오락 영화에 초점을 맞췄다"고 덧붙였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스파이의 아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