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배우 문가영은 여하진이라는 캐릭터와 처음 마주했을 때 왠지 모를 끌림을 느꼈단다. “남들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있었다”고. 그리고 이런 확신은 시청자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문가영이 아닌 여하진으로 느껴지게 했다.

지난 13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그 남자의 기억법’(극본 김윤주·연출 권성창)에서 여하진 역을 맡은 문가영은 “보통 종영 소감을 얘기해달라고 하면 시원섭섭하다고 이야기해야 하는데, 이번 작품은 섭섭하기만 한 것 같다. 너무 좋은 사람들이랑 작품을 하다 보니 헤어지는 게 아쉽고, 특히 하진이를 떠나보내는 게 슬프다”고 입을 열었다.

특히 데뷔 14년 만에 첫 멜로드라마 주인공을 맡게 된 바, 문가영에게 있어 ‘그 남자의 기억법’은 더 특별한 기억으로 남게 됐다. 문가영은 “하진이를 서서히 떠나보낼 예정”이라며 “’그 남자의 기억법’은 왠지 모르게 아릿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너무 좋았기 때문에 더 아린 것 같다. 내가 지치고 자존감이 떨어진 타이밍에 만난 행운 같은 작품이었고, 이번 기회를 통해 과분한 사랑을 받아 감사하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은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 드라마를 사랑해 준 팬들 덕분에 더 기억에 오래 머물 것 같다”고 감사해하며 “그동안 내가 출연한 드라마를 사랑해 준 팬분들은 많았지만, 이번 드라마는 유독 텐션이 남달랐다. 실시간으로 함께 호흡해 주고 각각의 캐릭터를 너무나 사랑해 주셔서 힘이 많이 됐다. 예쁜 ‘짤’도 많이 만들어주셔서 찾아보는 재미가 컸다. 그중 청첩장이 기억에 남는다. 너무 디테일해서 재밌었다”고 설명했다.

팬들의 성원에 문가영도 가만히 있진 않았다. 그는 직접 아이디어를 내 여하진 캐릭터의 가상 SNS를 개설, 시청자들과 소통하며 드라마 비하인드 컷을 공유했다. 문가영은 “여하진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워낙 이슈 한가운데에 있는 캐릭터다 보니 첫 방송을 하기 전에 SNS를 개설하면 재밌을 것 같아 아이디어를 냈다. 사실 처음엔 반응이 없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시청자분들도 마치 그 세계의 사람들이 된 것처럼 호응해 주셔서 뿌듯했다"고 밝혔다.


이렇듯 ‘그 남자의 기억법’을 통해 큰 사랑을 받은 그이지만, 첫 멜로 주인공 도전인 만큼 고려할 사항이 많았다. 더불어 여하진과 같은 연예인 직업을 가진 캐릭터는 그간 JTBC ‘뷰티 인사이드’, SBS ‘별에서 온 그대’ 등에서 숱하게 다뤄져 왔기 때문에 차별성이 필요했다. 이 부분에서 문가영은 “남들보다 하진이를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기보단, 내가 남들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스스로도 문가영이 아니면 상상할 수 없는 여하진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더 애정이 컸던 것 같아요.”

문가영은 “하진이는 대본에서부터 묻어 나오는 매력이 너무나도 큰 아이다. 그래서 초반엔 이런 하진이의 내면을 훼손시키지 않고 러블리함만 잘 살리려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반부턴 그냥 내가 하진이로 살았던 것 같다”며 “그리고 어떤 포인트를 살리려고 계산을 하지 않았다. 하진이가 무언가를 계산적으로 하려는 순간, 하진이의 행동이 진실되지 않고 오히려 미움을 받을 것 같았다. 그저 내가 생각하는 데로 표현하려 했고, 그러다 보니 내 본 모습이 많이 투영됐다”고 밝혔다.

이 탓에 문가영은 “주변에선 왜 연기 안 하냐고, 왜 여하진이 아니라 문가영이 나오냐고 할 정도였다. 하진이가 수첩에 뭔가를 쓰는 장면도 있었는데, 내 손글씨를 알아본 고등학교 친구들이 연락이 오기도 했다. 뭔가 내 속이 보이는 것 같아 부끄러웠다”며 웃었다.


그런가 하면 문가영은 주인공의 직업이 연예인이라서 좋았던 점도 있었다며 신나 했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한을 풀었을 정도”라고. 문가영은 “화보 촬영 신만 세 번이 넘고, 극중 스케줄도 많다 보니 직업적으로 온 장점이 많았다. 다양한 스타일링을 할 수 있어 좋았다. 특히 나뿐만 아니라 코디가 좋아했다. 매번 새로운 모습의 하진이를 선보이기 위해 같은 옷이어도 다른 구두를 매치업한다거나, 화려한 색감의 옷을 입히려 했다. 하진이의 스타일링을 보는 재미를 만들어드리고 싶어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옷을 130벌 이상 입었던 것 같다. 개인적 취향으로는 고유라(유라)와 만날 때 입은 검은 재킷의 코디가 마음에 들었지만, 사실 하진이의 시그니처 컬러는 노란색이었다. 처음부터 정해져 있던 부분이었고, 반면 정훈이의 색은 파란색이었다. 감독님이 차가움과 따뜻함을 나타내기 위해 의도한 것이라고 하더라. 마지막 회에서 하진이가 노란색 드레스를 입고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이유도 같은 이유다. 이런 디테일이 ‘그 남자의 기억법’의 완성도를 높인 것 같다”고 밝혔다.

이처럼 문가영이 여하진으로 완벽 빙의한 탓에, 다수의 시청자들은 문가영이 SBS ‘질투의 화신’의 이빨강이, tvN ‘명불허전’의 동막개가,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 2’의 한수연이 맞는지 의심하는 ‘웃픈’ 상황도 연출됐다. 심지어 “신인 연기자로 아시는 분들도 계셨다”고.

하지만 문가영은 아역 시절부터 14년을 활동한 자신을 못 알아봐 준 시청자들에게 서운해하기보단 오히려 감사해했다. 문가영은 “새롭게 봐주시는 것도, 알아봐 주시는 것도 너무 좋은 것 같다. 큰 장점인 것 같기도 하다. 눈에 익숙지 않음에서 오는 신선함도 분명 있을 수 있기에, 가끔 낯설어 해주시는 것도 고마운 것 같다. 내가 새로운 변신을 할 때마다 신기해해주셔서 감사하다. 나 역시도 늘 다양한 모습을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끝으로 문가영은 “하진이를 앞세워서 저도 사랑받은 것 같다. 배우 문가영으로서, 여하진으로서 두 개의 사랑을 한 번에 받은 것 같아 감사하다. 로맨스 코미디가 어려운 장르이기도 하고, 전개가 빨라 걱정이 많았는데 팬들 덕분에 부담을 덜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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