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정준호는 25년 배우 인생을 살아오는 동안, 끊임없이 스스로를 탐구하고 단련하며 언젠간 올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선택의 순간이 찾아왔고, 기회를 잡은 정준호는 부지런한 새였다.

지난해 2월 종영한 드라마 ‘스카이캐슬’로 큰 사랑을 받은 정준호가 영화 ‘인천상륙작전’ 이후 약 3년 만에 신작 ‘히트맨’으로 스크린에 복귀한다. 오랜만에 영화 팬들을 만날 생각에 정준호는 살짝 긴장된,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설레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히트맨’은 웹툰 작가가 되고 싶어 국정원을 탈출한 전설의 암살요원 준(권상우)의 에피소드를 그린다. 극 중 정준호는 어려서 부모를 잃은 준을 데려다 최고의 암살요원으로 키우는 악마교관 덕규 역을 맡았다.

영화 개봉을 앞둔 정준호는 오래 헤어졌던 친구와 다시 만난 느낌이라는 심경을 밝혔다. “익숙했던 현장을 잠깐 떠났다가 돌아왔다”고 설레어하면서 “현장은 달라진 점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차이점이 있다면 세월이 흐르면서 삶의 스타일이 달라졌다는 부분이다. 영화 환경은 물론, 영화를 보는 관람객들의 눈높이도 상당히 빠르게 바꼈다”고 말했다.

정준호는 흐름에 못 맞추면 뒤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연기자들의 연기 호흡이나 기술적인 부분도 발맞춰서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런 탓에 후배들의 눈치도 많이 보게 됐다”는 그는 “내가 오버하면 싫어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 조심스러워졌다. 후배들이 먼저 애드리브를 하는 걸 보고 거기에 맞춰 치고 들어갈 타이밍을 본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정준호는 본인 스스로를 코미디를 잘하기보단 코미디를 잘 하는 연기자가 더 잘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잘 조성해주는 배우라고 평가했다. 정준호는 “축구로 따지면 골게터 역할”이라며 “골을 넣을 때까지 볼을 이끄는 역할이다. 영화 ‘두사부일체’에서 계두식 캐릭터가 사랑을 받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내 스스로를 코미디를 잘 하는 배우라고 단언하긴 힘들지만 잘 녹여낼 수 있는 배우는 되고 싶다”고 전했다.

오랜 공백 탓에 달라진 부분은 한 가지 더 있었다. 데뷔 25년 차를 맞은 정준호는 어느새 촬영 현장에서 선임자 역할을 하게 됐다. 정준호는 “요즘 들어 세월의 흐름을 느낀다. 연기도 물론 중요하지만 선임자는 현장을 원활히 이끌어가고 스태프들과 교감해야 한다. 이 탓에 현장에 오면 할 일이 오히려 더 많아지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정준호는 그렇다고 자신이 “분위기 메이커는 아니다”라고 손사래치다 곧 “가끔은 그런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어느 부분 자신이 분위기 메이커임을 인정했다. 정준호는 “오히려 감독님이 내게 그런 역할을 잘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것 같다. 현장이 원활히 잘 돌아가야 각자 역할에 충실할 수 있기 때문. 그래서 감독님이 내게 남모를 기대감을 갖고 계시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정준호는 꾸준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며 언제 올지 모르는 스크린 복귀의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준호는 “30년간 같은 습관을 유지했다. 아무리 늦게 자도 시간만 되면 눈이 알아서 떠진다. 자명종이 필요 없을 정도다. 그래서 한때 와이프가 이런 날 보며 이상하게 생각하기도 했다"며 웃었다.

이후 오랜 기다림 끝에 정준호는 ‘히트맨’ 시나리오를 받게 됐다. 허나 정준호는 쉽사리 출연을 결정할 수 없었다. 시나리오를 6번이나 읽었을 정도란다. 정준호는 “처음엔 엉뚱하고 의아했다. 청소년에게 잘 어울리는 내용의 스토리 같았다. 하지만 계속 읽다 보니 '짠내'나는 삶 속에서 살아가려는 젊은이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보게 됐고, 시나리오가 신선하게 느껴졌다. 좋은 느낌을 받아 최종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스크린 복귀를 마음먹은 정준호에게 파란만장한 나날들만 있던 건 아녔다. 그는 최근 춘천에 위치한 대형 리조트 불법 영업 의혹에 휩싸여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소속사 STX라이언하트 측은 “정준호는 영화 ‘모래시계’ 이후 춘천시 홍보대사로 명예회장직을 맡아 온 것뿐”이라며 “경영과 운영에는 전혀 참여한 바 없다. 따라서 이번에 문제가 된 인허가 건과는 어떠한 연관이 없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이어 정준호는 소속사를 통해 “공인으로서 주변을 세심히 살피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이날도 여지없이 정준호는 논란을 일으킨 것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다만 그는 “그럴 때일수록 더욱 의연하게 대처해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준호는 “많이 알려진 공인으로서 깊이 생각하고 신중하게 행동해야 하지만, 노력하더라도 현실에선 어떤 일이 터질지 모르는 노릇이다. 그렇기에 혹시나 무슨 일이 발생하게 되면 의연히 대처하고, 만약 잘못한 게 있다면 재발하지 않게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늘 좋은 일만 있을 수 없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난 사회가 내게 숙제를 준다는 느낌으로 문제에 대해 공부하고 신중하게 대처하기 위해 노력한다. 어느 면에선 더 조심하라는, 신중하라는 시그널이라고 생각하며 항상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정준호는 “사실 이런 일이 벌어진 대에는 내게도 이유가 있다”며 자책했다. 그는 “항상 무슨 일이던 나서서 하는 편이다. 여기저기 도와주다 보니 벌써 100개가 넘는 부문에서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이렇게 바쁘게 활동하다 보면 뿌듯하고 보람이 있기도 하지만 여러 가지 말들도 나오는 것 같다. 그래서 이런 논란도 생긴 듯하다. 그럼에도 내가 그동안 받은 사랑을 지역주민들과 공유하고 싶기에 앞으로도 계속 홍보대사뿐만 아니라 다른 일을 통해서도 소통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바쁘게 산다는 건 사실 욕심이에요. 그러나 뭔가 하지 않으면 뒤처지기 마련이죠. 제가 계속해 연기를 할 수 있는 원천적인 힘은 부지런함에서 나왔던 것 같아요.”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