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배우 이시언이 ‘아내를 죽였다’를 통해 데뷔 10년 만에 첫 주인공을 맡았다. 그의 열연이 빛났기에 긴장감 없는 전개와 힘 빠지는 전개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영화 ‘아내를 죽였다’(감독 김하라·제작 단테미디어랩)는 지난 2010년부터 2011년까지 포털 사이트 다음을 통해 연재된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술로 인해 어젯밤의 기억을 잃어버린 채정호(이시언)가 별거 중이던 자신의 아내 정미영(왕지혜)이 살해당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되며 겪게 되는 이야기다. 알리바이가 없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옷에 묻은 핏자국으로 강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정호는 진실을 밝히려 경찰의 추적을 피해 어젯밤의 행적을 따라가기 시작한다.

◆ 맥 빠지는 전개

영화 자체가 스릴러를 지향하기 때문에 관객을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중요하다. 특히나 ‘아내를 죽였다’는 영화 ‘메멘토’처럼 과거와 현재를 반복해서 오가며 타임라인을 진행시키기 때문에 손에 땀을 쥐는 듯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관객이 흥미를 잃지 않게끔 자연스럽게 스토리를 전개시키는 능력이 필요로 했다.

‘아내를 죽였다’의 초반 전개는 좋았다. 극중 정호는 자신이 아내를 칼로 찌르고 있는 충격적인 꿈을 꾸다 잠에서 깨고, 술과 잠에 취해 정신을 차리지도 못한 채 경찰의 조사를 받는다. 그러다 정호는 자신을 용의자로 의심하는 최대연 경위(안내상)에게 역정을 내고, 곧 자신의 손과 입고 잔 와이셔츠에 피가 묻어있는 걸 보곤 크게 당황한다. 더불어 자신의 소지품 속에서 칼까지 발견되자 해명이 불가능하단 걸 깨닫곤 최대연 경위를 기절시킨 뒤 집에서 헐레벌떡 뛰쳐나간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은 정말 현실에서 있을법한 일처럼 순식간에 일어나고 관객을 영화에 몰입하게 만든다. 하지만 긴장감은 여기까지만 유지되고 이내 손에 힘이 빠진 듯 축 늘어지고 만다. 정호는 자신의 기억을 되돌아보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기억에 대한 힌트를 발견하고, 이를 토대로 기억을 되새겨 다음 힌트를 발견하는 루틴이 반복되다 보니 관객들은 점차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또한 영화 중간에 등장하는 잔인한 연출은 스토리의 심각성을 부각시키기보단, 뜬금없이 등장한 탓에 당황함을 불러일으킨다.

더불어 완성도와 일관성 없는 정호의 모습은 캐릭터에 몰입조차 하지 못하게 한다. 극중 정호는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당한 뒤, 생활고에 시달리다 결국 도박의 길로 들어가게 되는 인물이다. 그러다 사채 빚까지 갖게 되고 걷잡을 수 없는 길로 빠져든다. 그럼에도 정호에게 한 가지 인간적인 면모가 있다면 바로 아내에겐 충실하다는 점일 테다. 그는 친구 진수(이주진)와 술을 마실 때면 아내에 대한 그리움을 표하고 과거를 후회한다. 하지만 얼마 안 가 그는 술기운을 핑계로 다른 여자와 입을 맞추기도 한다.

또한 원작과 달리 영화는 제한된 시간 안에 모든 이야기를 풀어내야 하기 때문에, 이번 ‘아내를 죽였다’에서도 상당 부분이 편집됐다. 특히 정호의 성격과 그리고 그의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 등이 많이 생략됐다. 이처럼 캐릭터에 대한 두터운 설명 없이 스토리 몰입을 강요하다 보니 관객들은 캐릭터를 온전히 이해하기보단 의구심을 품게 되고, 도저히 집중을 할 수 없게 된다.


◆ 그럼에도 훌륭했던 이시언의 주인공 데뷔

이러한 힘 빠지는 전개와 아쉬운 캐릭터 묘사는 영화 속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기에 더욱 씁쓸한 끝 맛을 남겼다. 특히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주인공을 도전한 이시언은 배우의 얼굴만 잡히는 클로즈업 샷에서 그만의 역량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이시언은 신이 거듭될수록 급변하는 정호의 감정을 세밀하고 입체감 있게 표현하며 전개에 힘을 실으려 노력했다.

안내상의 경우에도 감초 역할로서 중간중간 소소한 웃음을 선사하며 지루한 전개에 단비 같은 존재가 됐다. 그는 도망치려는 정호에게 후라이팬으로 머리를 맞거나, 범인을 잡기 위해 변장을 하는 등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으로 윤활유처럼 활약하며 자칫 진지할 수만 있는 전개에 느슨함을 부여했다.

김빠진 긴장감과 힘 빠지는 전개로 아쉬움을 선사하는 ‘아내를 죽였다’이지만 주인공으로 데뷔해 진지한 연기를 펼친 이시언이라는 존재만큼은 신선하다. 영화는 오는 11일 개봉한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아내를 죽였다’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