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김희원은 항상 고민과 고민을 거듭하는 배우였다. 첫 만남부터 "작품을 하다 보면 항상 '더 잘할 수 있었는데'라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할 정도다. '신의 한 수: 귀수편'의 똥선생 캐릭터 역시 그의 연기에 대한 열정과 끝없는 고민 끝에 나온, 현실에서 볼 수 있을 법한 그런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김희원은 계속해 고뇌하며 완벽을 위해 나아가려 했다.

'신의 한 수: 귀수편'은 2014년 개봉한 ‘신의 한 수’의 스핀오프 작으로, 바둑으로 모든 것을 잃고 냉혹한 내기 바둑판의 세계에서 귀신같은 바둑을 두는 자들과 사활을 건 대결을 펼치는 귀수(권상우)의 이야기를 그린다. 극중 김희원은 가늘고 길게 살기 위해 내기 바둑의 브로커 역할만 자처하는 똥선생 역을 맡았다.

똥선생(김희원)은'신의 한 수: 귀수편'의 대표 감초 역할답게 귀수(권상우) 옆에 붙어 영화 대부분의 웃음을 담당한다. 김희원은 자연스럽고 능청스러운 모습으로 똥선생을 현실에 있을법한 캐릭터로 완성했다.

김희원은 처음 영화 출연을 제안 받았을 때 거절을 했다. 그가 거절을 한 이유는 똥선생이 가진 캐릭터의 성격 때문이었다. 똥선생은 귀수(권상우) 옆에 붙어 감초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그리고 영화의 무거운 분위기를 풀어 주는 코믹한 인물이다. 김희원은 똥선생이 무거운 영화에 주로 등장하는 가벼운 역할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렇기 때문에 김희원은 대본을 재미있게 읽었지만 똥선생이라는 캐릭터로 다른 영화 속 코믹한 감초 캐릭터 같은 인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렇기에 김희원은 리건 감독을 만난 자리에서 이러한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감독님이 ‘그런 생각 말고 진지하게만 해달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희원은 리건 감독의 요구에도 똥선생이 영화 속에서 맡아줘야 할 몫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반드시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누군가가 그 중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김희원이 내린 결론이 ‘현실에 있는 사람처럼 리얼하게 하되 살짝만 코믹한 캐릭터’로 만드는 것이었다. 김희원은 무거운 영화 속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매번 뻔한 캐릭터와는 다르게 똥선생을 연기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 결과, 똥선생은 길고 가늘게 살고자 동갑인 부산잡초(허성태)에게도 벌벌 기며 존댓말을 쓰기도 하고 복수를 위해서 한 발씩 나아가는 귀수의 곁에서 철저히 '비즈니스 관계'만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인다.

김희원은 이런 모습이 똥선생을 더 현실적인 캐릭터로 만들어줬다고 했다. 수많은 영화에서 감초 역할로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처음엔 돈 때문에 주인공을 도와줬다가 나중엔 연민의 감정을 느끼기 시작해 목숨까지 걸며 희생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김희원은 그런 캐릭터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심지어 이런 캐릭터에 대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김희원은 "'매치만 시켜주고 커미션만 받는다'는 똥선생의 대사처럼 그는 명예나 우정보단 돈을 우선시하는 인물이기에, 아무 이유 없이 똥선생이 귀수를 도왔다면 쉽사리 몰입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귀수와의 관계에 대해 면밀한 정의를 내린 김희원은 이후 똥선생의 외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고민은 똥선생의 헤어스타일에서도 드러났다. 극중 똥선생은 파마를 한 뽀글 머리에 스카프 등 화려한 복장으로 눈길을 끈다. 김희원은 "똥선생을 현실에 있을 것 같은 캐릭터로 만들기 위해 연출팀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1980년대는 남자가 파마를 하는 게 사회적으로 흔하지 않았다. 지금은 멋으로 치부되지만, 당시엔 놀림을 당할 만한 파격적인 헤어스타일이었다. 아무 대사 없이도 남의 시선을 즐기는 똥선생을 표현하기 위한 나름의 디테일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김희원은 "사실 스카프도 디테일의 일부"라며 "옛날 사진을 보다 보면 스카프로 멋을 내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다. 과거엔 커다란 카라 남방에 손엔 바바리코트를 걸치고 멋을 내곤 했다. 이런 모습이 만화의 한 컷처럼 보였고, 내 감성엔 너무 웃겼다. 그래서 이런 모습을 똥선생에 접목시켜봤다"고 덧붙였다.


캐릭터들과의 관계부터 헤어스타일과 스카프까지, '현실적'이라는 단어에 주된 초점을 맞춘 김희원이지만, 이러한 디테일이 영화를 말해주는 전부는 아니었다. 김희원은 "현실적인 면모를 추구하지만, 사실 영화라는 게 슬픔, 기쁨, 감동 등의 감정을 느끼기 위해 보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신파와 유치함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관객들은 권선징악의 메시지가 담긴 해피엔딩을 보면 모두 기뻐하고, 감동을 전하는 엔딩을 보면 모두 눈물을 느끼며 공감한다. 이런 게 영화가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신파와 유치함이 아무리 긍정적인 재미를 선사한다고 하더라도, 선을 넘으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김희원은 "도를 넘는 순간 관객들의 몰입은 무너지고 배우가 오버한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렇다고 너무 다큐멘터리로 갔다간 재미 요소를 떨어트리기에 적정선을 지킬 줄 알아야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시나리오를 고를 땐 신파나 유치함을 따지기보단 이 작품이 얼마나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런 부분에서 김희원은 '신의 한 수: 귀수편'이 적정선을 지킨 영화라고 했다. 김희원은 "현장에서 감독님과 조율을 정말 많이 했다. 매 컷을 촬영할 때마다 '스타일리시한 액션 영화라는 기준을 넘지 말자'라는 얘기를 항상 했다. 개인적으로 어떤 장면은 '조금 더 만화 같아도 되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전작이 워낙 잔인하다는 평가가 많았기 때문에 웬만하면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액션을 담은 영화로 남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캐릭터 탐구부터 대본 연구까지, 이러한 디테일한 연구 끝에 탄생한 똥선생이라는 캐릭터는 어느새 김희원과 닮아있었다. "똥선생이 딱 나를 보는 것 같다"는 그다. 김희원은 "'가늘고 길게 살자'는 똥선생의 좌우명이 마음에 든다. 나 또한 그렇게 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다"고 전했다.

"나이가 들어 tvN ‘꽃보다 할배’에 출연하는 게 목표예요. 나이가 들어서도 송해 선생님처럼 건강을 지키면서, 할리우드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멋있게 연기할 수 있길 바랄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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