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예나 기자]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의 전 고위 관계자들이 유령 음반사를 세워 저작권료를 가로챈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면서 비난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멜론 측은 과거 불거진 일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지만, 피해자 보상에 대한 구체적은 대응은 없는 상황이다.

서울동부지검 사이버수사부(부장검사 김봉현)는 과거 멜론 당시 대표 신모(56) 전 대표이사와 이모(54) 전 부사장, 김모(48) 전 정산담당 본부장 등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 등으로 지난 25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09년부터 5년 간 유령 음반사 LS뮤직을 세운 뒤 저작권자가 없는 음원들을 따로 모았다. 이후 해당 음원들을 불특정 다수 회원들에게 선물 형식으로 보낸 뒤 최대 14회씩 다운로드 받은 것처럼 허위 기록을 만들었다. 2009년, 1년 동안에만 저작권료 41억 원을 편취한 것이다.

또 세 사람은 2010년 4월부터 2013년 4월까지 월정액 유료 서비스에 가입돼 있지만 실제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미사용 회원들이 있음에도 이들의 이용료를 저작권자들에게 정산하지 않고 빼돌린 혐의도 받고있다. 해당 수법으로는 141억 원을 가로챈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멜론을 운영하던 업체는 SKT 자회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다. 현재는 카카오가 인수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멜론 관계자는 티브이데일리에 "해당 사건은 카카오가 인수하기 전 SKT 자회사 시절 생긴 사안이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렇다고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관련된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일까. 이와 관련해 관계자는 "피해가 확정되는 대로 대승적인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권리자에게 보상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피해 방법이나 액수, 피해자 특정 방안에 대해서는 현재 논의 중이라고만 전했다.

멜론 측 관계자는 사측이 피해를 입은 상황임을 강조했다. 관계자는 "이에 대해서는 구상권 청구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상권이란 남의 채무를 갚아준 사람이 그 사람에 대해 갖는 반환청구 권리를 의미한다. 즉, SKT 시절 생긴 사안을 카카오가 대신 갚아주는 상황이기에 이에 대한 보상을 받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피고인 전 정산담당 본부장 김모씨는 압수수색 전까지 재직 중이었다. 관련된 사측의 책임 여부를 묻자 관계자는 "현재는 직무가 배제된 상태"라고 강조하며 "개인의 일이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 설명드리기 어렵다"고 조심스러워했다.

이 처럼 멜론은 "현재의 회사와는 무관한 일"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책임 회피에 대한 지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182억 원 이상, 거대한 규모의 피해액이 추산되는 상황에서 과거의 일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다소 무책임한 발언으로 여겨진다. 멜론은 보유한 회원 중 피해자가 누군지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한국음원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도 이번 사건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현재 음저협을 비롯해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한국음반산업협회, 함께하는 음악저작인협회 등 4개의 단체가 해당 사건에 대해 공동 대응을 진행할 방침이기에 독자적인 의견을 전달하기에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항간에 제기된 민사소송 여부 역시 아직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이번 주말께 정도 대표진들이 모여 구체적으로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실무진들은 현재도 계속 움직이며 알아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구체적인 편취 액수를 밝혀 낸 검찰 측은 "이 사건은 그동안 의혹으로만 제기돼 왔던 온라인 음악서비스 업체의 저작 권리료 부당 정산의 실체를 최초로 밝혀낸 사례"라고 자평했다. "이번 수사를 통해 저작권리자들의 피해가 회복되고, 저작권리료 정산이 투명하게 이뤄질 시스템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티브이데일리에 "아직 구체적으로 피해자나 피해 금액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는 명백한 범죄이기 때문에 소비자가 단체로 피해보상을 위한 움직임을 할 수 있다"며 "피해 액수로 봤을 때 피해자가 많은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같이 심각한 사안으로 보고 다같이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피해자를 가려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멜론은 불특정 다수의 가입자에게 음원을 선물하는 방식으로 저작권료를 편취했지만, 이를 당사자인 회원이 알 수 없도록 조치했다. 피해를 당하고도 본인이 피해자인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간 멜론은 저작권 문제를 둘러싸고 크고 작은 잡음을 일으키며 회원들의 원성을 사왔다. 이번 검찰 수사를 통해 그 피해액이 공개적으로 드러난 만큼 저작권자와 소비자(가입자)에 대한 확실한 사과와 보상이 진행되어야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방식의 서비스를 마련하는 게 우선이다.

[티브이데일리 김예나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카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