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같은 음식 재료라도 만드는 사람에 따라서 완성되는 요리의 맛이 다르다. 그런 면에서 ‘퍼펙트맨’(감독 용수•제작 쇼박스)은 한국 영화의 단골 소재를 가지고도 전혀 다른 재미를 보여주는 영화다.

영기(조진웅)는 영락없는 꼴통 건달이다. 자신의 차를 가로가 아닌 세로로 세워 두고도 자신의 차 옆에 세워둔 차량 주인에게 화를 내는 안하무인이다. 그런 영기는 조직 보스 범도(허준호)가 라이벌 최기태(지승현)를 대표 자리에 앉히자 이에 격분에 사고를 친다. 이로 인해 영기는 사회봉사를 명령 받게 된다.

대형 로펌 대표지만 전신마비인 채 시한부 삶을 살게 된 장수(설경구)는 자신의 모든 것을 뺏어 가려는 하이에나 같은 회사 내 세력에도 여전히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인다. 자신의 죽음을 인정하라는 의사의 조언에도 장수는 여전히 덤덤한 태도로 일관한다. 그러던 중 덩치가 산만한 영기가 등장하자 장수는 자신의 사망보험금을 내걸며 제안을 한다.

이렇게 만난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영화는 본격적인 버디 무비 분위기를 풍긴다. 더구나 풍족한 물질을 가지고 있지만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이와 가난하지만 몸 건강한 이의 만남은 프랑스 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을 떠올리게 한다. 허나 ‘퍼펙트맨’은 두 남자의 우정을 그린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영화다.

너무나도 다른 영기와 장수이지만 어찌 보면 닮은 구석이 많은 두 남자다. 영기는 동생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건달이 된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똥 묻은 돈이라도 벌어야 한다고 하루 하루를 나름 치열하게 살아간다. 장수는 과거 성공을 위해서 나름 치열하게 살아왔지만 정작 현재 자신에게는 2개월이라는 시간 밖에는 남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영기에게 있어서 장수는 영기의 미래의 모습과 같고 장수에게 있어서 영기는 자신의 과거와 같이 비춰질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장수가 영기에게 던지는 “그렇게 치열하게 살 필요 없어”라는 말이 더욱 묵직하게 다가온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이 영화의 제목에 사용된 ‘퍼펙트’가 ‘완벽함’에 대한 찬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오히려 하루 하루 버티며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위로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렇다고 ‘퍼펙트맨’이 무거운 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영기와 영기의 오랜 친구이자 건달인 대국(진선규)의 케미를 통해 유쾌하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또한 죽음을 앞두고 있는 장수임에도 초췌해진 병자의 모습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특히 대국과 영기가 차 안에서 영화 ‘영웅본색’의 ‘당년정’을 부르는 장면은 웃음에 인색한 관객이라도 웃게 만들 만큼 유쾌하다.

조진웅은 부산 출신인 만큼 입에 착 붙은 부산 사투리부터 과감하다 못해 파격 그 자체인 화려한 의상으로 완벽하게 영기라는 캐릭터에 녹아 들었다. 여기에 배우 설경구, 진선규 등과도 극강의 호흡을 자랑한다.

조진웅이 극에 활력을 불어 넣는 역할을 했다면 설경구는 극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캐릭터 설정 상 행동보다는 표정, 눈빛으로 모든 것을 표현해야 했던 설경구는 첫 등장부터 관객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비록 전신 마비 임에도 대형 로펌을 이끈 대표다운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영화는 25일 개봉.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퍼펙트맨’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