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예나 기자] '동백꽃 필 무렵' 공효진이 인물에 녹아들지 못하는 모습으로 몰입도를 방해했다.

18일 밤 첫 방송된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극본 임상춘·연출 차영훈)에서는 동백(공효진)이 아들 필구(김강훈)를 홀로 키우며 옹산에서 술집 까멜리아를 운영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동백은 "남편은 없어도 아들은 있다"고 당당하게 말할 만큼 자신만의 뚜렷한 소신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홀로 아들을 키우며 산전수전 다 겪으며 억센 성격일 것 같지만 나긋나긋한 말투나 부드러운 미소는 생각했던 이미지를 깨기에 충분하다.

동백은 첫 등장부터 옹산의 작은 동네 주민들의 시선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흰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나타난 동백의 미모는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신선함을 안고 있었기 때문. 그런 그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눈초리가 곱지만은 않았지만 동백은 아랑곳하지 않고 까멜리아를 운영하며 자리잡았다.

또 그는 "술은 팔아도 웃음은 팔지 않는다"는 철학을 가진 인물이기도 했다. 여느 술집에서 볼 수 있는 미소를 한 가득 띄고 손님들의 비유를 맞춰주는 사장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정도를 유지한 채 손님들을 적당히 잘 다룰 줄 아는 동백의 유려한 스킬이 까멜리아를 오랫동안 홀로 이어갈 수 있는 비결처럼 느껴졌다.


동백이라는 인물이 지금까지 공효진이 드라마에서 보여줬던 인물들과 유사한 색깔을 띄는 것은 사실이다. 소심한 듯 당당하고, 꾸민 듯 자연스러운 미모를 지녔으며 밝은 에너지를 지닌 듯 하지만 내면의 어두움이 공존하는 인물의 면면이 동백에게서도 드러났다.

공효진 스스로도 지금까지 비슷비슷한 캐릭터 패턴에 식상함을 느꼈다고 한 만큼 시청자들도 그가 맡아온 캐릭터들을 고만고만하다는 느낌으로 바라봤다. 이는 그간 공효진이 드라마를 통해 보여준 캐릭터 스타일이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냈기에 기존의 색깔을 유지하면 어느정도 성공이 보장됐다는 뜻으로 해석 할 수도 있다.

물론 공효진은 SBS '질투의 화신' 이후 3년 만에 브라운관 연기에 도전하는 만큼 역시 변신에 대한 갈증이 있었을 테다. 하지만 공효진은 어쩌면 가장 위험 없는, 자신의 가장 큰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동백을 선택함으로써 다시 한 번 강점을 살린 연기를 펼쳤다. 이로써 자신의 변함 없는 가치를 인정받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동백은 공효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인물의 복합적인 매력을 보여주기보다 공효진의 몸매나 패션 스타일링과 같은 외적인 모습만 부각시켰다. 이 외에는 특별한 매력을 찾기 어렵다 보니 공효진 특유의 자연스러운 일상 연기라는 무기마저 무너뜨렸다. 특별하지 않기에 특색있던 공효진만의 색깔이 극의 방해적인 요소로 느껴질 만큼 매력적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동백에게 첫눈에 반한 황용식(강하늘)의 감정선이나 동백을 시기하고 견제하는 동네 여성들의 시선 등 동백과 얽힌 다양한 인물들의 관계들이 공감을 이루기 어려웠다. 과연 극 중 동백이 지닌 다양한 스토리가 풀어지고 나면 공효진이 아닌 동백으로서 매력이 높아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티브이데일리 김예나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KBS2 '동백꽃 필 무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