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결혼이 갖는 의미나 가치가 이전만 하지 못한 데다가 비혼주의 등 반대의 입장이 많아진 요즘, 브라운관을 통해 맛보는 결혼의 달콤함은 그간 가려져 있던 결혼의 긍정적인 면을 끌어올렸다. 생각해보면 어떤 상황도 부정적인 모습만 있는 것은 아닐 터, 우리의 시선이 유독 한 쪽에만 쏠려 있던 까닭은 무엇일까.

우선 결혼한 이들에게 다정하지 못한 사회 구조적인 면을 들 수 있다.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결혼에 이르렀다 해도, 집 하나 장만하기 어렵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은 더더욱 어려우니, 삶의 동반자와 함께 삶을 꾸리는 기쁨을 채 누리기도 전에 불행한 현실을 먼저 맞닥뜨린다. 당연히 아무리 어두운 상황이라도 보유하고 있기 마련이라는 빛이 비추는 구석을 찾아볼 마음의 여유는 없다.

남자는 한 가정을 짊어질 책임감에 젊음의 쾌활함을 잃고 여자는 하나의 독립된 존재로서 누리던 자유함을 잃으니, 결혼이란 고됨만을 안겨주는 사회제도로만 여겨질 뿐이다. 하지만 인생사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는 법, 이기적이기 그지없는 인간이 다른 누군가와 산다는 것 자체가 인간의 생에 있어 너무나 귀한 작업이라,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잃은 것 이상으로 새로운 배움을 얻으며 온전한 인간으로서의 성장을 이루기도 한다.

외부에서 요구하는 욕망에 시선이 붙들린 우리에게,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이하 ‘동상이몽2’)에서 한고은과 신영수가 선사하는 결혼의 단꿈은 이상적으로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럴 만한 상황이 되니까, 저 정도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거라고. 물론 맞는 말이다. 현실적으로 보았을 때, 함께 어느 정도의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웃으며 하루를 반추할 여유가 있으려면 그에 합당한 넉넉함이 뒤따라와야 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정할 수 없는 한 가지는, 그들이 보여주는 결혼의 한 장면, 한 장면이 우리에게 따스함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이다. 이는 비단 그들이 입는 옷, 먹는 음식, 사는 집의 형태에서 비롯된 게 아니리라. 그 안에 담겨 있는,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서로의 부족함마저 사랑하고 아끼는 모습, 서로가 서로에게 자신과 결혼해주어서 고맙다고 말하는 모습 등이 현실적인 고민과 염려로 메말라 있는 우리의 마음을 한껏 적신 결과라 할까.

그리고 이어 생각하게 된다. 결혼으로 인해 발생할 모든 부정적인 면을 함께 감당하고픈 사람이라면, 함께 결혼의 긍정적인 면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 서로가 서로에게 함께 살아줘서 감사하다 여길 수 있는 관계라면, 어차피 살아내야 할 척박하고 불행한 현실, 함께 헤쳐 나가보는 게 낫지 않을까. 현실적으로 보아도 이게 더 이익이 아닐까. 즉, 결혼의 단꿈을 조금이나마 욕망하게 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반드시 결혼을 해야만 온전한 성장을 이루는 건 아니다. 파경에 이르렀다고 성장에 실패했다 볼 수도 없다. 인생의 모든 순간은 하나의 과정에 불과하기에, 결혼을 하던 하지 않던, 이혼을 했던, 순간 순간을 최선을 다해 부딪힌 사람은 반드시 성장하게 되어 있다. 그저 결혼이 본질적 가치나 의미를 잃어버리고 사회제도의 하나로서만 인식하게 된 오늘의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한고은과 신영수 부부는 하차하지만 ‘동상이몽2’를 통해 전해진 그들의 달달한 영향력이 계속되어 더 많은 이들에게 결혼의 단꿈을 선사해주길 바라 본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