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대중문화와 예술, 한 세기 전만 해도 함께 놓일 수 없었던 두 개념이 오늘날 하나로 연결되었다. 대중사회를 기반으로 형성되어 어떤 특정한 능력을 가진 사람만이 아닌 누구나 향유 가능한 문화이자 예술인 동시에, 지극히 자본주의에 입각한 거대한 산업으로서의 모습을 선보이기도 하는 이 대중문화는 현재 우리가 사는 세계를 대변한다.

대중에게 인지도가 높다면 작가나 화가, 예술인들에게도 종종 ‘스타’란 칭호가 붙곤 하니, 확실히 대중문화와 예술, 두 영역의 경계는 거의 무너진 듯하다. 어쩌면 그르지 않은 방향이다. 무대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던, 연기를 하던, 사람들을 웃기던, 글이나 그림을 그리던, 어떤 견고한 가치를 선사해줄 수 있다면, 그것이 사람들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전할 수 있다면 예술이라 불러도 되지 않을까.

오히려 예술이 가진 강력한 힘이 대중문화에 스며들어, 과거 그들이 하찮게 여겼던 대중문화에 의미심장한 빛을 쏘일 수 있다면 이만큼 예술다운 영향력이 또 어디 있겠는가.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쫓고 중시 여기는 예술에게 모든 것이 수치로 환산되는 자본주의는 위협적인 존재다. 어느 정도 진행 중인 잠식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이다. 배가 고프다 못해 기아 상태에 빠진 예술계는 서서히 돈이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이 되어가고 있다.

대중문화, 대중매체에 의해 상품으로 생산되어 대중에게 소비되는 문화로, 여기는 예술인도 예술도 상품화되는 영역이다. 돈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이 된 예술이 머무르기 좋은 곳이다. 사람들은 돈을 주고 그들의 연기를 사고 춤을 사고 노래를 사고, 그들의 가치를 산다. 이로부터 비롯되는 기쁨과 희열, 애정, 열정, 희망 등등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돈을 지불하고 대중에게 내려앉은 예술의 존재가치에서 뿜어져 나오는 영향력, 우리의 현실을 좀 더 낭만적인 예술로 승화시키는 힘을 구매하는 것이다.

위험한 줄타기다. 어찌 되었든 상품이 될 수 없는 것이 상품이 되고 돈으로 매길 수 없는 것이 돈으로 계산되는 상황이니까. 그렇다고 대중문화에 스며든 예술이 가져오는 긍정적인 결과들을 부인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즉, 이쪽도 저쪽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서 있는 게 대중문화예술이다. 균형을 잘못 맞추면 한쪽으로 치우쳐져, 배가 고프게 되거나 지극히 속물적인 예술가가 되고 만다.

척도가 될 만한 무언가가 필요하다. ‘대중문화예술상’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여기에 존재한다. 대중문화와 예술이 좋은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선하고 아름다운 방향을 향해 나아온 대중문화인 그리고 예술인들에게 주어지는 상이니까. 대중에게, 대중의 인식에 노출되고 반영된 이들은 대중문화와 예술이 올바른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하나의 척도로서 작용할 터다. ‘대중문화예술상’ 수상자를 신중히 선별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예술은 소수의 특정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하위문화로 인식된 낙서화의 형식에서 새로운 회화양식을 탄생시킨 미국의 그래피티 아티스트, 키스 해링(Keith haring)이 남긴 말이다. 2018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을 받은 모든 이들에게 축하의 마음을 건네며, 앞으로도 모든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대중문화예술인이 되어 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안성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