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정상화 원년 선포를 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70개국 323편의 작품이 상영되며 그 어느때보다 풍성한 영화의 바다를 여실히 느끼게 한다. 수많은 작품들 속에서도 의미깊은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들의 작지만 강한 힘이 돋보여 더욱 의미깊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0월 4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열흘 동안 개최된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의 전당 등 부산지역 5개 극장의 30개 상영관에서 79개국 323편의 작품을 상영한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 다큐멘터리는 경쟁 6편, 쇼케이스 8편이 선정돼 어느 해보다 풍성함을 자랑한다.

AND제작지원작인 정일건 감독의 '나의 노래: 메아리'는 유신독재란 시대의 어두움에 맞서는 곡들, 군사정권이 들어서며 본격적으로 노래를 통한 민주화 운동 등이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변곡점이 됐던 시기, 저항 음악의 역사와 미래에 관한 이야기다.

이길보라 감독의 '기억의 전쟁'은 베트남전 당시 민간인 학살이 벌어졌던 퐁니 퐁넛 마을의 유일한 생존자 응우옌 티 탄 씨를 기록한다. 그는 여덟 살 때 가족을 모두 잃고 홀로 살아남았다.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을 공개 증언하고 한국 정보의 공식 사과를 요구한 그의 모습을 통해 전쟁의 비극을 다시금 뼈저리게 느끼게 한다.

박경근 감독의 '군대'는 전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군 복무를 하는 남자 주인공의 입대부터 제대까지 2년여의 세월을 기록한다.

한 장의 흑백사진 속 단서를 통해 5.18 북한군 개입설의 실체를 추적해가는 강상우 감독의 '김군'은 긴장감 넘치는 연출의 힘을 보여주며 그 추적의 끝에서 우리가 마주할 진실에 대한 충격을 전한다. 자신과 엄마와 외할머니로 이어지는 가족사의 단면들과 함게 곧 사라지게 될 오래된 춘천의 한 동네의 풍경을 담은 명소희 감독의 '방문', 장애를 지닌 행위예술가와의 여행을 그린 '내가 모른 척한 것' 등 6편의 작품이 와이드 앵글 섹션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쇼케이스에 선정된 작품은 더욱 다양한 소재와 주제로 2010년대 한국사회의 여러 풍경을 보여준다. 특히 부패정권에 대한 저항에서 출발해 마침내 정권교체를 이뤄내는 행동하는 시민의 힘을 보여준 지난 촛불집회 과정을 정리하고 그 현재적 의미를 점검하는 '광화- 촛불로 역사를 피우다'는 촛불 다큐의 신호탄이다.

영화평론가이기도 한 정성일 감독이 8년만에 완성한 연작 '녹차의 중력'과 '백두 번째 구름'은 한국영화의 거장 임권택 감독의 영화 인생과 그의 102번째 영화 '화장'의 제작 과정을 담고 있다.

이승준 감독의 '크로싱 비욘드'는 여러 종목에 출전한 다양한 국적과 배경을 가진 선수들을 중심으로 평창동계올림픽을 기록한 영화다. 이밖에 박배일의 '라스트 씬', 김지곤의 '리틀보이 12725'는 부산을 대표하는 다큐멘터리 감독들의 신작이며 구윤주의 '디어 마이 지니어스'와 배우이자 감독인 추상미의 '폴란드로 간 아이들'도 눈여겨볼 작품들이다.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도 오랜만에 애니메이션 쇼케이스에 올랐다. 김동리의 소설 '무녀도'를 애니메이션으로 해석한 안재훈 감독의 '무녀도'는 개화기를 배경으로 무녀인 어머니와 기독교가 된 아들의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을 그린다.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독특한 상상력과 특유의 서정미를 자랑하는 장형윤 감독의 두 번째 장편 '마왕의 딸 이리샤'는 자신을 짝사랑하던 친구가 죽은 뒤 알 수 없는 존재가 그 영혼을 빼앗아가는 것을 목격한 평범한 여고생 이리샤가 요정 세계로 가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이외에 단편 쇼케이스로 박찬경 감독의 '반신반의'와 4년에 걸쳐 제주의 비경을 촬영해 완성한 '오버 데어'도 주목할만하다.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각 영화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