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의문의 일승'이 우여곡절 끝에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후반부 갑자기 등장한 출생의 비밀로 극 초반 유쾌한 장르물의 매력을 잃었다. 용두사미 전개가 유독 아쉽다.

SBS 월화드라마 '의문의 일승'이 30일 밤 방송된 32회(마지막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이날 방송에서 김종삼(윤균상)은 이광호(전국환)를 납치하는 척 자백을 녹음했다. 또 녹음 파일을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뒤 "저는 형사 오일승이 아닌 아닌 사형수"라고 고백했다. 이후 이광호가 저질렀던 복집 살인사건의 재심이 치러지며 김종삼도 누명을 벗었다. 그는 다시 3년 형을 채운 뒤 출소해 진진영(정혜성)을 만나 행복한 미래를 암시했다.

당초 '의문의 일승'은 누명 쓴 사형수 김종삼이 어쩌다 탈옥수가 돼 가짜 형사 오일승으로 신분을 세탁한 뒤 벌어지는 과정을 그린 활극이었다. 이에 유쾌한 전개와 액션을 통해 정계와 검경 등에 숨은 부패한 적폐 세력을 청산할 이야기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마지막 회에서 김종삼이 맞은 행복한 결말이 첫 방송부터 예견됐던 이유다.

그러나 드라마는 후반부 무리한 전개와 자극적인 소재로 개연성을 잃었다. 김종삼이 각성하는 과정에서 알고 보니 이광호의 숨겨진 아들이었다는 설정이 등장한 것. 이미 이광호는 방송 첫 주부터 1천억 원의 비자금을 횡령한 부패한 전직 대통령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그것만으로도 안타고니스트 위치를 확보하기엔 충분했다. 여기에 불필요한 출생의 비밀이 더해져 '의로운 가짜 형사 VS 부패한 전직 대통령'의 주된 줄거리가 힘을 잃었다. 그저 '비정한 아버지 VS 상처받은 아들'의 복수극만 남았다.

심지어 김종삼은 출생의 비밀 이전에도 한 차례 각성한 바 있다. 극 중반 김종삼의 의형제 딱지(전성우)가 이광호와 휘하 국수란(윤유선) 세력에 의해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기 때문. 여기에 출생의 비밀을 통한 분노가 더해지다 앞선 딱지의 죽음을 통한 각성이 무의미해졌다. 덩달아 호평을 들은 김종삼과 딱지의 '브로맨스 케미'조차 무위로 돌아갔다. 김종삼의 출생의 비밀이 줄거리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이미 한 차례 이뤄진 극적 반전의 묘미마저 반감시킨 꼴이다.



'의문의 일승'이 출생의 비밀까지 등장할 정도로 극단적인 전개로 치달은 이유는 사형수 김종삼과 가짜 형사 오일승을 둘러싼 균형 잡기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수감된 사형수가 형사로 인정받기까지 드라마는 이렇다 할 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유쾌한 활극이라는 테마가 기존의 장르물과 차별화로 부상하긴 했지만 그를 위한 치밀한 서사가 뒷받침되지 못한 셈. 이에 김종삼은 가짜 형사 오일승으로서 오직 위기에도 굴하지 않는 끈기와 각성으로 시선을 끌려했고, 거듭된 위기와 극복을 보여주며 '의문의 일승'이 아닌 '위기의 일승'이라는 말까지 들었다. 치밀하지 못한 전개로 인해 이야기가 계속될수록 뒤에 등장한 사건이 앞서 보여준 매력 포인트조차 갉아먹는 자충수가 됐다. 그 결과 '의문의 일승'은 장르물 드라마로서 듣기 쉬운 '고구마 전개'라는 혹평을 달고 다녔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점은 이 같은 서사의 빈틈이 배우들의 호연과 노력까지 저평가받게 만든 점이다. 윤균상은 '어쩌다 탈옥수'가 된 어리숙한 김종삼의 모습부터 울부짖으며 분노하는 김종삼의 각성과 오열 연기로 타이틀 롤의 위엄을 보여줬다. 윤유선은 데뷔 이래 첫 악역으로 중견 연기자의 실력을 보여줬고, 반대로 김희원은 악역이 아닌 선량한 형사 캐릭터를 소화하며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최원영과 전국환 또한 전작들에서 보여준 악역보다 한층 매섭고 날카로운 연기로 필모그래피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의문의 일승'은 딱지 역의 전성우, 살인마 송길춘 역의 윤나무, 검사 김윤수 역의 최대훈 등 대학로에서 주로 활동한 연극배우들을 드라마로 데려와 주목하게 만들기도 했다.

다행히 드라마는 마지막 회에 이르러 닐슨코리아 전국 평균으로 9%의 시청률을 돌파하며 자체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또한 동시간대 1위도 차지하며 체면치레 했다. 그러나 박수받을 배우들이 즐비한 가운데 참을 수 없는 전개의 가벼움이 유종의 미를 퇴색시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