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17년 째 처벌 법안조차 없는 데이트 폭력의 실태를 폭로했다.

9일 밤 방송된 SBS 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 1026회에서는 '죽음을 부르는 데이트-두 얼굴의 연인'이라는 제목으로 데이트 폭력에 대한 내용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 제작진이 만난 전문가들은 "데이트 폭력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가 피해자들에게 더 큰 상처를 남긴다"고 입을 모았다. 한 전문가는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 데이트 폭력이 가시화된 사건들의 경우 피해자가 죽거나 정말 큰 상해를 입은 경우에만 수사에 진척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뉴스와 언론을 통해 알려진 심각한 데이트 폭력 사건들의 경우 폭력이 정점에 달했을 때야 밝해진 경우였다. 제작진이 만난 한 뉴스 속 데이트 폭력 사건의 피해자는 보도 전까지 무려 9년 동안이나 옛 연인의 폭력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와 피해자들은 데이트 폭력 사건을 접하는 수사 기관들의 성인지 감성이 매우 낮음을 지적했다. 데이트 폭력을 범죄가 아닌 단순히 연인 사이에서 일어난 헤프닝 정도로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과거 아동 폭력, 가정 폭력 등을 바라보는 시각과 닮아 있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반면 현장에 있던 경찰들은 보다 현실적인 문제로 수사의 어려움과 사건 가시화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제작진이 만난 한 경찰은 "모 대학 의대생이 헤어진 연인을 스토킹했지만 처벌할 법규가 마땅치 않았다. 한 번은 칼을 휴지에 말아 차고 스토킹 하던 게 발각 돼 현장에서 체포했는데 판사가 풀어준 일도 있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처럼 데이트 폭력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다.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도 방송으로 다뤄진 적이 여러 번이었다. 지난 1999년 1월 17일자 방송에서는 이별한 연인에 대한 스토킹으로, 2006년 7월 29일자 방송에서는 직접적인 데이트 폭력에 대한 내용으로 방송된 바 있었다.

이에 데이트 폭력이 방송으로 충격을 안긴지 17년이 지났음에도 마땅한 처벌 관련 법안조차 없는 현실이 보는 이들의 허탈감을 자아냈다.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SBS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