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진성 기자] 유지태(38)가 4년여 만에 배우로 스크린에 돌아온다. 그의 복귀작은 오는 31일 개봉하는 영화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감독 김상만)다.

최근 서울 삼청동 소재 한 카페에서 만난 유지태는 근래 방송 중인 KBS2 월화드라마 ‘힐러’ 촬영과 영화 홍보를 겸하느라 다소 피곤한 기색이었다. 그러나 작품을 얘기할 땐 눈빛이 살아났고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남다른 애정이 있어 보였다.

유지태는 한때 목소리를 잃었던 성악가 배재철의 실화를 소재로 한 이 영화에서 실제 주인공의 얼굴을 입었다. 그는 테너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1년간 하루 4시간씩 성악 수업을 받는 열정을 발휘했다. “성악가 연기의 한계를 넘고 싶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때론 상대 배우를 불안하게 만들 만큼 ‘연습벌레’로 잘 알려진 유지태는 이번에도 치열하게 캐릭터를 탐구했다. 그러다 보니 실존 인물의 성대수술 전후 목소리를 단번에 구분하는 단계에 이르기도 했다. 또한 영어 연기 또한 ‘내수용’에 그치고 싶지 않다는 바람에 현지인들이 자막 없이 보더라도 충분히 감정을 이입할 수 있을 만큼의 퀄리티를 갖추고자 노력했다.

이토록 열의를 쏟은 작품이건만 이 영화가 빛을 보기까진 무려 4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가 완성본을 본 것만도 2년 전 일이다. 이 때문에 유지태의 연기 공백기도 길어졌다. 유지태는 “누구라도 4년이면 잊힌다던데…. 기다리기 쉽지 않았고 속이 쓰렸다”고 고단했던 심경을 털어놨다.

“중간 중간 엎어질 뻔도 했고 1년간 촬영이 중단되기도 했어요. 우여곡절이 많았죠. 희망이 보이면 참을 만한데 당시엔 그마저도 보이지 않았어요. 기다려야 하는 건지, 엎어야 하는 건지 모르는 상황이라 맘고생 좀 했죠.(웃음)”

하지만 유지태는 놓을 수 없었다. 괜찮은 음악 레퍼런스 영화가 될 것이란 확신과 실화에 도전한다는 메리트가 동력이 됐지만 무엇보다 함께하는 동료 스태프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 유지태는 “내가 놔버리면 작품이 흔들릴 텐데 그러면 앞으로 그 친구들을 어떻게 보겠나. ‘인생이 그런 거지’ 하며 놓을 수도 있겠지만 그럼 너무 씁쓸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유지태는 나이를 들수록 자신의 사회적 위치에서의 책임감과 부담감도 커진다고 했다. 한 가정의 가장이자 주연 배우로서는 물론이거니와 영화 감독직을 병행하는 만큼 자신의 연출부 스태프들을 챙겨야 한다는 생각까지 있다. 그러다 보니 그의 고민은 단순히 자신의 성장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다. 이는 자신이 종사하는 영화계 전반에 대한 사유로 뻗어나간다.

“숫자가 영화를 다 말해주진 않는다고 생각해요. 독립영화의 저변이 넓어져야 하고 다양한 색깔을 가진 사람들이 영화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봅니다. 대기업이 원하는 엘리트만 영화를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암울하겠어요.”

유지태는 이번 영화에서 연기한 캐릭터가 맞닥뜨린 시련만큼 가혹한 상황에 처해보진 않았지만, 항상 시험대에 오르는 기분으로 살고 있다고 한다. 그는 “작업을 할 때마다 늘 위기고, 늘 시험이고, 늘 도전”이라며 “그래도 이 또한 운명이라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티브이데일리 김진성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송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