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초록뱀미디어가 사모펀드 운용사 큐캐피탈파트너스 품에 안긴 지 약 2년이 돼 간다. 전 최대주주와 관련한 리스크를 걷어내고 주식 거래까지 재개하며 정상화의 첫 단추는 끼웠지만, 최근 실적과 자회사 현황을 놓고 보면 본업과 경영 안정까지 이어졌다고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른 모습이다.
초록뱀미디어는 2024년 8월 경영권 지분 39.33%를 큐캐피탈이 운용하는 사모펀드 측에 1800억원에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해 11월 큐씨피미디어홀딩스가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사실상 큐캐피탈 체제가 출범했다.
큐씨피미디어홀딩스는 이후에도 장내에서 주식을 사들이며 올해 5월18일 기준 초록뱀미디어 보통주 1281만7045주, 지분 52.41%를 확보했다. 경영권 인수에 1800억원을 투입한 데 이어 전환사채(CB) 인수와 장내매수 등을 통해 지배력을 꾸준히 확대해온 셈이다.
단순 재무적 투자를 넘어 과반 지분을 확보하며 경영 정상화와 기업가치 회복에 대한 책임도 그만큼 커졌다. 초록뱀미디어의 사업 성과와 자회사 관리 능력을 큐캐피탈 체제의 성적표와 떼어놓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출범 이후 일정 부분 성과도 나타났다. 원영식 전 초록뱀그룹 회장 관련 리스크로 2023년 6월부터 멈췄던 주식 거래는 지난해 4월 재개됐다.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1721억9600만원, 영업이익 28억3200만원을 기록하며 2024년 153억원대 영업손실에서도 벗어났다.
하지만 올해 들어 흐름은 다시 꺾였다. 상반기 연결 매출은 약 498억원으로 전년 동기 882억원보다 43.6% 감소했고, 13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은 13억원 수준의 영업손실로 돌아섰다. 순손실도 38억원에서 81억원으로 확대됐다.
물론 이를 곧바로 재무위기로 보기는 어렵다. 6월 말 기준 1600억원대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부채비율도 높지 않은 수준이다. 현재로선 당장의 자금 사정보다 본업의 수익성을 회복하고 자회사 관리 성과를 얼마나 가시적으로 보여주느냐가 큐캐피탈 체제의 다음 과제가 될 전망이다.
대표적인 시험대가 티엔엔터테인먼트다. 올해 상반기 티엔엔터테인먼트는 매출 393억6923만원, 영업손실 14억741만원, 당기순손실 120억1914만원을 기록했다. 블리스엔터 사업부문과 관련해서는 89억7869만원의 영업권 손상차손도 인식했다.
내부통제와 관련한 사안도 불거졌다. 티엔엔터테인먼트는 지난 7월 당시 임원 3명의 업무상 배임 혐의를 확인했다고 공시했다. 이후 내부조사를 거쳐 지난달 22일 회사가 산정한 배임 발생금액을 8653만8595원으로 확정했다. 해당 인물들은 지난 8월26일 해고 또는 위임계약 해지돼 현재는 전 임원 신분이다.
회사는 이들과 기존 운영합의서를 조기 종료하고 모든 권리·의무 및 제반 분쟁을 마무리하는 내용의 합의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대상자들은 티엔엔터테인먼트에 총 90억원을 18개월에 걸쳐 분할 지급하기로 했다. 회사는 이 90억원이 앞서 산정한 배임 발생금액에 대한 배상액이 아니라 운영합의서 조기 종료와 분쟁 해결을 위해 별도로 산정된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를 배임으로 판단했는지와 90억원의 합의금이 어떤 기준으로 산정됐는지는 공시에 담기지 않았다. 회사는 운영합의서에 따라 배임과 관련한 별도의 손해배상 소송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티엔엔터테인먼트 IR·공시 담당자는 배임 판단과 금액 산정 기준 등에 대한 티브이데일리의 질의에 “공시에 나간 것 외 추가적으로 밝힐 수 있는 내용은 없다”며 “금액 관련해서는 거래소에 설명했고 받아들여진 것으로 관련 자료는 비공개 첨부자료라 외부에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초록뱀미디어 측은 “자회사이지만 별도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안의 발생 원인을 큐캐피탈 인수와 직접 연결할 근거는 없다. 다만 경영참여를 목적으로 회사를 인수한 뒤 지배력을 과반까지 확대했다는 점에서 자회사 내부통제와 경영 안정화 역시 큐캐피탈 체제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게 됐다.
큐캐피탈 체제의 초록뱀미디어는 티엔엔터테인먼트에서 발을 빼기보다 지배력을 더 높이는 쪽을 택했다. 오는 22일부터 약 30억원을 들여 티엔엔터테인먼트 주식을 장내 매수할 계획으로, 거래가 예정대로 마무리되면 지분율은 64.31%에서 83.78%로 높아진다. 회사가 밝힌 목적은 ‘책임경영 강화 및 장기적 기업가치 제고’다.
후크엔터테인먼트에서 비롯된 법적 분쟁 역시 큐캐피탈 체제가 안고 있는 정리 과제다.
후크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초록뱀엔터테인먼트로 사명을 바꾸고 경영진을 교체했지만 이승기와의 정산 분쟁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광고 수수료 관련 소송에서는 약 5억80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확정됐다.
올해 음원·음반 수익 정산 소송에서도 1심 법원은 이승기의 청구액 약 8억3000만원 가운데 약 6억9000만원을 인정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현재는 양측 모두 항소해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후크 관련 분쟁은 큐캐피탈의 초록뱀미디어 인수 이전부터 시작된 만큼 이를 새 경영진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 다만 과거 리스크를 안은 회사를 인수해 정상화를 추진한 만큼 기존 분쟁을 정리하고 자회사 내부통제와 실적까지 안정시키는 것은 결국 큐캐피탈이 보여줘야 할 성과다.
큐캐피탈 인수 이후 초록뱀미디어에 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멈췄던 거래가 재개됐고 지난해 영업이익도 흑자로 돌아섰다. 반면 올해에는 다시 영업적자를 냈고, 주요 자회사에서는 실적 악화와 대규모 영업권 손상, 전 임원 배임 혐의 등이 불거졌다. 옛 후크에서 비롯된 정산 분쟁 역시 아직 진행형이다.
거래 재개와 지배구조 정비라는 첫 번째 정상화를 넘어 본업과 자회사까지 안정시키는 ‘두 번째 정상화’를 얼마나 빨리 증명하느냐가 큐캐피탈 체제 초록뱀미디어의 다음 성적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초록뱀미디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