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어떤 이야기들은 외면하고 싶을수록 더 선명해진다. 배우 전소니가 마주한 ‘당신이 죽였다’가 그런 이야기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전소니가 그럼에도 망설이지 않은 이유는 그 얼굴을 감당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난 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연출 이정림)는 죽거나 죽이지 않으면 벗어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살인을 결심한 두 여자가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전소니는 극 중 친구 희수(이유미)를 구하기 위해 살인을 공모하는 은수를 연기했다.

전소니는 ‘당신이 죽였다’를 원작으로 먼저 접했다. 두 여자 주인공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완독 했다고. 그러다가 다시 ‘당신이 죽였다’를 만났을 때, 전소니는 소재에 한정된 작품이 아니었으면 했다. 가정폭력이라는 소재에만 국한돼 있지 않고,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또 두 주인공처럼 용기를 내야 하는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는 응원이 되는 작품이었으면 했단다.

그런 마음이었기 때문에 전소니는 다소 폭력적인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죽였다’와 함께 하기로 마음먹었다. 전소니는 “저는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의 자아로서의 어려운 이야기를 피하고 싶은 마음은 없는 것 같다”면서 “이 이야기를 어떻게 전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야기와 인물에 매력을 느끼고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면 저부터 이 이야기를 감당하고 싶다”라고 했다.

무엇보다 ‘당신이 죽였다’는 전소니에게 그리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더 나아가 어떤 작품이든 배우라면 자신이 아닌 타인을 연기해야 하기 때문에 쉬운 소재란 없다는 생각이다. 전소니는 이에 대해 “누구도 자격이 없고 누구나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내 시간과 마음을 여기에 쏟고 그럼으로써 내 나름대로 이 연기를 할 타당성을 찾는 것 같다”라고 했다.

전소니가 그런 마음으로 ‘당신이 죽였다’에 함께 할 수 있었던 건, 다른 사람들의 마음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단지 재미만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힘으로 벗어날 수 없는 현실에 처한 사람들에게 어느 식으로든지 어떤 응원이나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모두가 공유했단다.

그 마음을 잊지 않고, 전소니는 은수의 토대를 쌓아나갔다. 은수는 백화점 VIP 손님들을 상대하는 퍼스널쇼퍼로서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 같지만, 그 안에는 어린 시절 아빠의 가정 폭력을 목격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전소니는 은수가 희수를 가정폭력으로부터 구하기로 결심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엄마가 아직도 아빠에게 가정폭력을 당하고 있었으며, 자신이 외면했던 VIP 손님의 가정폭력이 또 다른 죽음으로 되돌아왔고, 자신의 반쪽과 같은 친구가 폭력으로 삶을 놓으려고 하는 걸 알게 되는 일련의 과정을 잘 표현하고 싶었단다. 전소니는 “내 곁에서 사람들이 이런 일을 당하고 있는데 나는 아무도 구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커져서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겠다고 결심하게 됐을 것 같다”라고 했다.

이어 전소니는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죄책감과 후회가 쌓여왔다고 생각한다. 엄마와 사모님의 일을 겪은 뒤 희수를 봤을 때 은수는 참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 아쉽기는 했다. 이에 대해 전소니는 “언제나 최선의 선택을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그 둘이 너무 궁지에 몰려서 최선의 선택을 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면서 “당장 그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왜 없었을까 속상하고 야속할 뿐이지 둘의 선택이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다. 희수가 여러 가지로 시도를 해보지 않았나. 희수에게 어떤 방법을 시도하라고 말하는 게 무책임하다고 느껴졌던 것 같다”라고 했다.

감당해야 했던 은수의 감정선은 요동치는 파도처럼 오르락내리락했다. 희수와의 살인 공모가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경로를 이탈한 두 사람의 여정은 엎친데 덮친 격으로 자꾸 꼬이기만 했다. 이 과정에서 전소니는 액션 아닌 액션 신을 소화해야 했다. 그렇지만 전소니는 촬영 당시 힘들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은수에 몰입하고, 또 몰입하다 보니 어떤 간절함이 전소니를 잠식했다. 은수로서 해야만 하는 일들이 있었고, 그걸 꿋꿋하게 해내야 하겠다는 마음만 있었단다. 여기에 함께하는 사람들이 자신과 똑같은 마음으로 작품에 임했기 때문에 힘들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은수로서 ‘당신이 죽였다’를 완성할 수 있었다.

‘당신이 죽였다’는 공개 3일 만에 한국은 물론 브라질, 아랍에미리트(UAE),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전 세계 22개국 TOP 10에 진입하며 글로벌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다만 소재와 연기력에 대한 호불호가 나뉘며 엇갈린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전소니는 “어쩔 수 없이 실망도 하고 상처도 받는다”면서 “그런데 최소한 머리로는 어쩔 수 없다는 걸 안다. 모두가 좋아할 수 없고, 사람들의 생각이 나와 같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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