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0주년과 결혼, 그리고 '밤피꽃'" 이기우의 터닝포인트 [인터뷰]
2024. 03.01(금) 14:41
이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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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배우 이기우는 최근 들어 세 번의 큰 변화를 겪었다. 데뷔 20주년과 결혼, 그리고 '밤에 피는 꽃'이 그것. 주변 상황이 변함에 따라 자연스레 자신의 마음가짐도 변화하게 됐다는 그다.

최근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밤에 피는 꽃'(극본 이샘·연출 장태유)은 밤이 되면 담을 넘는 십오 년 차 수절과부 여화(이하늬)와 사대문 안 모두가 탐내는 갓벽남 종사관 수호(이종원)의 담 넘고 선 넘는 아슬아슬 코믹 액션 사극.

12부작으로 편성됐던 '밤에 피는 꽃'은 빠른 전개와 시선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전개로 방송 3회 만에 두 자릿수 시청률을 돌파했고, 최고 시청률 18.4%(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를 달성하며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작품에 출연한 모든 배우에게 있어 '밤에 피는 꽃'의 성공은 더할 나위 없는 큰 행복이었겠지만, 이기우의 경우 데뷔 20년 만에 처음 도전해 보는 사극이라는 점에서 더 뜻깊은 의미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주변에서 너무 좋아해 주셔서 감사했어요. 20년간 연기를 해왔는데 최근 들어 작품으로 가장 많이 연락받은 것 같아요. 지인들마저도 내가 사극을 연기하는 건, 한복 입은 건 처음 본다고 신기해했어요. 응원 문자도 많이 받았고,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 것 같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20년 만에 사극에 도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데뷔 초엔 내가 사극을 못 하는 배우인 줄 알았다"라고 해 의문을 자아낸 그는 "다들 키가 커서 내가 사극을 못할 거라 했고, 내가 한옥 사이에 들어가면 세트 새로 다시 지어야 한다는 말을 했다. 그러다 차승원 선배가 나온 '혈의 누'(2005)를 보며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같은 모델 출신 배우이다 보니 내 롤모델이기도 했는데, 그분이 아무렇지 않게 사극에서 연기를 하는 걸 보고 용기가 생겼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기우는 "그래서 '밤에 피는 꽃'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사극이라는 점만으로도 마음이 절반 이상 넘어갔다"면서 "또 이하늬 배우가 주연이라는 점, 또 장태유 감독님이 연출을 맡았다는 점을 고려해 봤을 때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장태유 감독님에게 나를 제대로 보여드리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다. 과거 '사자'를 통해 호흡을 맞춰본 적 있는데 결과적으로 잘 안돼 방송되지 못했다. 그때 감독님에게 못 보여드린 부분을 이번 작품을 통해 보여드리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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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사극에 대한 고민은 없었을까. 이기우는 "의복이라던지 이런 것들은 기술적인 부분이라 크게 고민은 안 됐다. 다만 평소에 말이 조금 빠른 편이라 걱정이 됐다"며 "사극 특성상, 또 내가 맡은 캐릭터가 양반이라 말을 천천히 해야 했는데 평소에 말을 빠르게 하던 편이라 바로 바꾸기가 어렵더라"라고 솔직히 털어놨다.

"그때 아내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그는 "템포를 죽여가면서 아내랑 대화하려고 노력했고, 그 연습들이 많은 도움이 됐다. 이후 장태유 감독님이 디테일하게 톤을 수정해 주셨고 촬영을 잘 마칠 수 있었다.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현장이었다"라고 답했다.

현재 KBS 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에서 정성 역으로 활약 중인 김산호에게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이기우는 "아무래도 그쪽은 정통 대하 사극이다 보니 어떻게 보면 우리보다 조금 더 정석 같은 느낌이 있을 것 같아서 통화를 많이 하며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요즘엔 OTT에서 사극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 않냐. 과거 MBC에서 했던 '옷소매 붉은 끝동'을 보면서도 많은 공부를 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첫 사극을 마친 소감에 대해선 "데뷔 20년 만에 새로운 걸 했다는 것 자체가, 또 사극이라는 갈증을 풀었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이라 본다. 개인적으로 시청자 반응을 많이 찾아보는 편인데, 다행히 연기로 욕하는 분들은 없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맨 처음 아내와 얘기했던 부분도 그거였다. 욕심 버리고 준비해서 어색하다는 말만 안 들으면 좋겠다고. 이 작은 목표를 해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라고 겸손히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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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 말고도 그에게 찾아온 변화는 또 있었다.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이 얼마 전 깜짝 결혼 소식을 알렸을 뿐만 아니라, 데뷔 20주년도 함께 맞은 것. 이기우는 지난 2022년 9월 비 연예인 아내와 결혼했으며, 이듬해 3월엔 데뷔 20주년을 넘겼다. 최근 들어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함에 따라 내면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단다.

"예전엔 저만 챙기면 됐지만 지금은 가족을 생각해야 하다 보니 아무래도 책임감이 많이 생겼죠. 일을 대하는 태도도 진지해지고 어른스러워진 것 같아요. 결혼 전엔 나만 챙겼다면 지금은 주변을 살펴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연기를 준비하는 과정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기우는 "고등학교 때 연극반이었던 아내 덕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며 "어떻게 보면 나보다 연기를 더 빨리 접한 친구이지 않냐. 무대에 서본 경험도 있다 보니 대본을 이해하는 게 일반 연기자들과 별반 다름이 없다. '나의 해방일지'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작품 연습을 함께 했는데 연기적으로 도움이 많이 됐다. 편하게 고민을 말할 수 있어 고마웠고, 결혼 이후에 일들이 다 잘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라고 아내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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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20주년을 맞은 것에 대해서도 말했다. "데뷔한 지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고 있었는데, 얼마 전 내 데뷔작 '클래식'을 연출한 곽재용 감독님께서 연락이 와서 알았다. 벌써 20주년을 맞았다며 기념 우표를 만들어 보내주신다 하더라. 이렇게 긴 시간이 지난 지 모르고 있었는데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는 이기우는 "'20년 동안 다행히 이 신에서 이탈하지 않고 연기자를 했네'라는 생각과 함께 '앞으로 20년을 더 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이 함께 들었다. 지금까지의 20년은 어떻게 해왔는지 모르겠지만 앞으로의 20년은 지금과 같아선 안되겠다는 생각을 최근 들어 많이 하는 것 같다. 어떤 면에선 OTT가 생기며 연기자들이 활동할 수 있는 생태계가 풍성해진 게 아니냐고 보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졌기에 중년이 넘어가는 시점부터는 어떻게 나를 끌고 가야 될지에 대한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하고 있다. 그래서 코로나 이후에도 운동이라거나 다른 것들도 다시 가동하고 있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사극이라는 도전을 마친 이기우는 또 다른 도전이 자신을 찾아오길 기대하고 있었다. 그는 "첫 사극을 끝냈다는 점에서 무척 고무적이지만, 역할 자체만 보면 내가 지금껏 해왔던 것과 비슷한 선상에 있다. 개인적으론 그 범주를 벗어난 연기를 해보고 싶다. 진짜 나의 친한 친구들, 매니저들은 알겠지만 실제의 난 키다리 아저씨나 금수저 같은 이미지가 아니다. 오히려 재밌고 망가지는 걸 좋아하는데 그 모습을 작품을 통해서도 보여드리고 싶다. 키가 큰 사람만 할 수 있는 망가짐이 있지 않냐. 물론 슬랩스틱이 섞인 코믹 연기를 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키 큰 사람이 망가졌을 때만 나올 수 있는 재밌는 부분이 있다 생각하기에 그런 걸 연기를 통해 보여주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송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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