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빅4 가요 기획사 못지않게, 큐브엔터테인먼트(이하 큐브)와 판타지오 등 타 상장 엔터사들도 격동의 2020년을 보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산 여파도 영향을 미쳤지만, 무엇보다 이들은 주인이 바뀌는 등 내부적 이슈들로 인해 변동을 겪었다.

◆ 판타지오, 내홍 끝 성장 예고

판타지오의 주인은 지난 4월 바뀌었다. 중국계 회사인 JC그룹의 한국 지사인 골드파이낸스코리아에서 경영 컨설팅 등을 하는 국내 기업 지엔씨파트너스로 바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판타지오가 4년 가량 겪어온 고충이 드러났다. 지난 2016년 12월 JC그룹에 인수됐던 판타지오는 이후 3년 동안 매출, 영업이익 성장에도 불구하고 당기순이익 적자 폭을 줄이지 못했다. 당기순이익은 회사가 본업 외 금전거래, 투자 등으로 손익을 본 부분을 더한 것이다.

지난 2017년 88억 원이었던 순손실이 2018년 92억, 지난해 114억 원까지 증가했다. 결국 지난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으로 파악됐다. 연예인 매니지먼트 사업으로는 수익을 냈지만, 투자나 금전거래 등으로 인해 손실을 본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는 JC그룹에 대한 대여금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여금 액수가 불어난 것과 함께 JC그룹이 경영해온 ‘판타지오 홍콩’의 적자가 늘어나며, 당기순손실액을 높였다.

최대주주 변경설은 주가에 긍정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확산 여파 등을 이후로 지난 3월 18일 연저점인 543원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이후 한 달 동안 폭발적 상승이 있었다. 지난 4월 14일에는 상한가인 30%를 기록했고, 같은달 17일에는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주인은 같은달 20일 정해졌다. 지엔씨파트너스에 피인수됐다. 150억에 최대 주주가 바뀌었다.

하지만 이 때부터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우선은 ‘헐값 매각’이라는 평가가 따랐다. 골드파이낸스코리아가 ‘급매’에 가깝게 판타지오를 처분하며 385억 원 가량의 손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새 주인을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했다. 일부에서는 지엔씨파트너스의 판타지오 인수 목적을 의심하며 우려의 시각을 보냈다. 하지만 지엔씨 파트너스도 판타지오의 진짜 주인이 아니었다.

4월 알려진 바와는 다르게, 5월 말 공시된 판타지오의 최대주주는 엘앤에이홀딩스였다. 150억 원 중 30억 원의 계약금만 지불했던 지엔씨파트너스는 자금 확보를 위해 엘앤에이홀딩스 등 5개 투자사와 함께 120억 원의 잔금을 마련했다.

투자금 추산 결과 엘앤에이홀딩스가 지엔씨파트너스보다 많은 55억 원을 투입, 가장 높은 지분(833만3334주, 11.46%)을 확보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최대주주가 바뀌며,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다. 알려진 ‘헐값 매각’의 배경에는 박해선 대표의 경영권 보장 이슈가 있었다. 지엔씨파트너스가 최대주주일 경우 박 대표가 계속 판타지오를 경영할 예정이었지만, 엘앤에이홀딩스는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분쟁은 지난 9월 극적으로 마무리됐다. 현 경영진과 최대주주가 공동경영에 합의, 그동안 양측이 제기했던 경영권 분쟁 소송 등을 모두 취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박해선, 지효선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이 체제도 오래가지 못했다. 박, 지 대표가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함에 따라 대표이사가 박재홍 씨로 변경됐다고 지난달 23일 공시했다.

새 대표이사는 취임 직후부터 성과에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온라인 게임 개발 업체 그라비티 글로벌 사업본부장 출신 박문해 씨, 배우 김수미, 김수미의 아들이자 나팔꽃 에프엔비 대표인 정명호 씨 등을 사내이사로 선임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룹 아스트로 멤버인 차은우 등을 필두로 한 매니지먼트 사업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돼온 바,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는 주가에도 반영됐다. 지난 16일 공시 이후 17일 주가가 10% 가량 급등하는 등 기대를 모았다.

◆ 주인 바뀐 큐브, (여자)아이들 흥행에 웃었다

큐브의 주인도 바뀌었다. 하지만 판타지오만큼 골머리를 앓지는 않았다. 홍승성 전 큐브 회장이 직접 주인이 바뀌는 과정에서의 서운함을 토로하기는 했지만, 판타지오에 비하면 비교적 아름답게 마무리됐다.

지난 2월 21일 화장품 업체 브이티지엠피는 큐브의 지분 30.6%(291억 원)를 인수, 최대주주가 됐다고 밝혔다. 앞서 큐브의 최대주주는 아이에이치큐(IHQ)였다. IHQ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 딜라이브의 콘텐츠 부문 자회사로 사실상 딜라이브가 브이티지엠피에 큐브를 매각한 셈이다.

인수 당시 브이티지엠피는 신규사업 강화 목표를 전했다. 미디어커머스 플랫폼 사업 진출, 스타 컬래버레이션 및 공연 기획 프로젝트 등을 예고했다.

인수 소식이 전해진 후, 큐브 주가는 25% 가량 하락하는 등 급락세를 보였다. 최대주주가 변경된 날 홍승성 전 큐브 회장이 내분을 토로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까지 더해지며 큐브는 지난 3월 19일 기준 연저점 1360원을 기록하는 등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여자)아이들의 신곡이 국낸 음원 차트를 석권하는 등 성과를 내며 회복 기미를 보였다. 오프라인 공연이 연기 또는 취소되며 1분기 영업 손실이 났지만, (여자)아이들의 성장이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큐브의 1분기 매출액은 5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5% 감소했다. 영업 손실은 5억 원으로 적자였다.

하락했던 주가는 지난 6월을 기점으로 복구됐다. 중국 왕이원 뮤직과 75억 원 규모의 독점 음원 공급 및 공동 프로모션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주가가 전일 대비 20% 이상 뛰었다. 한한령(중국내 한류 금지령) 해제 기대도 주가 상승에 불을 지폈다.

상승세는 지속됐다. (여자)아이들의 인기 덕 2분기 다시 흑자 전환되며, 힘을 보탰다. 매출액은 같은 기간 7% 감소한 73억3600만 원이었지만, 영업 이익이 8억700만 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41% 증가했다.

오프라인 공연 취소에 따른 피해는 있었지만, 음반과 방송 부문 매출이 증가했다. (여자)아이들 등을 중심으로 한 음반 판매량이 증가했다. 2분기 큐브의 음반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349% 증가한 2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 9월과 10월에는 알리바바와의 독점계약 체결 소식과 한화생명과의 전략적 업무 협약 체결 소식을 차례로 전하며 기대 심리를 자극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코스피 상장 소식과 함께 요동친 엔터주 상승 효과도 봤다.

3분기 보고서 효과도 있었다. 매출액 전년 동기대비 40.9% 증가, 영업 이익 183.1% 증가를 신고하는 등 소속 아이돌 그룹들의 성장세를 강조했다.

최근에는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엔터 빅4 이회 주목해볼 만한 종목으로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내년 1월 (여자)아이들의 컴백이 예정됐고, 간판 그룹인 비투비의 ‘군백기’도 끝이 보이고 있다. 신인 그룹의 데뷔 역시 예고된 상태다.

다만 펜타곤 멤버 일부의 군 복무가 예정됐다는 점, 프로젝트 그룹 워너원 출신 라이관린과의 계약 분쟁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점 등은 불안요소로 꼽힌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