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예나 기자] 프로듀싱팀 크래커(CRACKER)는 그들의 첫 EP에 수록된 한 곡 한 곡을 소개하며 당시의 감정과 느낌에 최대한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평소 영화와 책을 통해 영감을 얻고, 감성이 풍부해지는 새벽 시간을 활용해 음악 작업을 한다는 크래커. “다른 뮤지션들도 다 그렇다”며 특별할 것 없다는 듯 말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심심한 위로를 안기는 그들의 음악과 매우 닮아있었다.

크래커(대감, 이두)가 첫 번째 EP 앨범 '시작, 끝'을 발표했다. 데뷔 이후 '아' '컬러(COLOR)' '태양' 등의 싱글을 발표하며 특유의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음악을 선보여온 크래커는 이번 앨범을 통해 온전한 그들만의 음악적 색깔로 팬들의 기대감을 만족시켰다.

이번 앨범 '시작, 끝'에는 타이틀곡 '그런 날'을 비롯해 '떠나자' '머릿속' '표정' '나는 너였다'까지 총 5트랙이 수록됐다. 각 곡에는 그룹 달좋은밤의 보컬 김호연, 가수 크루셜스타, 초영, 윤현상, 그룹 꽃잠프로젝트의 김이지 등 실력파 뮤지션들이 참여해 풍성함을 더했다.

먼저 대감은 "무엇이든지 처음이라는 것은 설레기 마련이기 때문에 이번 EP 앨범을 발매하는 자체가 설렘으로 다가왔다. 리스너들이 저희 음악을 어떻게 들을지, 크래커라는 팀을 어떻게 생각할지 여러 가지로 궁금하게 느껴졌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이두는 "앨범을 발매한지 시간이 제법 지났는데 아직 꿈같다. 분명 앨범 작업을 모두 끝냈는데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또 보면 다 끝난 것도 같다. 그럼에도 또 해야 할 일들이 있는 것 보면 앨범 제목처럼 시작과 끝은 계속해서 반복되는 것도 같다"고 덧붙여 소감을 말했다.



이들의 첫 EP 앨범 발매 소감과도 같이 이번 '시작, 끝'은 평범한 한 사람의 흘러가는 감정 변화 주기를 담고 있다. 이를테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시작된 어떤 감정이 어느 순간 보면 또 달라져 있고, 그 변화를 느낄 찰나 또 다른 감정에 직면하게 되는, 아주 평범하고도 특별한 감정의 흐름들이다.

타이틀곡 '그런 날'은 크래커가 바쁜 현대인들에게 전하는 위로의 메시지와도 같았다. 대감은 "요즘 사람들을 보면 너무 치열하게 삶을 살지만 어느 것으로부터도 위로받지 못한 채 지나가버리는 것 같았다"며 "흘러가버리는 날들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덧붙여 이두는 "저마다 '그런 날'은 다르게 해석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꼭 힘들고 지친 날뿐 아니라 좋은 날, 기쁜 날, 우울한 날 등 여러 감정의 날들에 대한 노래"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크래커가 전하는 '그런 날'은 리스너들 각각이 처한 상황과 그에 따른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에서 크게 위로로 작용하는 것이었다. 대감은 "무조건 '괜찮아' '힘내'라는 응원의 메시지보다 '나도 똑같은 생각이야' '나도 그래'와도 같은 공감의 메시지가 리스너들에게 더 큰 위로를 준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타이틀곡 '표정'은 크래커의 실제 이야기에서 만들어진 곡이었다. 노래는 권태기를 겪는 오랜 연인의 마지막 헤어짐의 순간을 담고 있다. 마주한 두 남녀는 서로의 얼굴에서 이제껏 본 적 없는 낯선 표정을 읽고는 이별을 직감한다. 이별을 앞둔 두 남녀는 헤어짐에 슬퍼하기보다 이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서로에게 좋은 모습으로 마지막 기억을 남기고자 애쓰고 있다.

특히 가창에 참여한 윤현상과 김이지의 눈물도 미소도 없이 담담한 창법이 인상적인 가운데 멤버들은 "보컬들에게 요청했던 사항은 딱 하나였다. 최대한 슬프지 않고 담담하게 불러달라는 것이었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또한 평소 친분이 두텁다는 크루셜스타와 함께한 '떠나자'는 여행에 대한 로망, 일탈을 꿈꾸는 세 남자의 대화에서 비롯됐단다. 대감은 "크루셜스타랑 작업하다보면 대화 주제가 삼천포로 빠질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여행과 관련된 얘기를 많이 했다. 서로 좋았던 여행 얘기를 떠올리기도 하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열망을 드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여행을 떠나려고 보면 시간이 없어서 못 가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런 제약들에서 벗어나자는 일탈의 의미에서 만들어진 곡이다"고 설명했다.

그 가운데 사랑에 막 빠진 달달한 분위기의 '머릿속'은 멤버들에게 작업 과정이 특별했던 시간이었다고. 멤버들은 기존 흑인 소울 베이스의 음악을 작업하던 초영과의 쉽지만은 않았던 협업 과정을 회상하며 "기존 저희 음악과 색깔적으로 많이 달랐지만 함께 곡 작업을 하면서 충분히 소화를 잘 해주셨다. 초영에게 고맙게 생각한다"고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이번 앨범의 마지막 트랙에 자리잡은 '나는 너였다'는 끝인 동시에 시작과도 같았다. 순서상 '표정'의 다음 트랙인 '나는 너였다'는 이별 후 그동안의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모든 감정을 정리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대감은 "결국 감정을 다 정리해야만 또 다른 시작을 할 수 있지 않나. 이 곡이 마지막 트랙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는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이번 앨범을 두고 “가장 크래커다운 앨범이다"고 입을 모은 크래커는 "여러 가지 장르와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에 조금 더 크래커의 음악을 가깝고 친근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무겁고 진지하게 듣기 보다는 일상에 녹아드는 편안한 음악으로 들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끝으로 당분간 여행과 운동을 즐기며 재충전의 시간을 갖겠다고 밝힌 크래커는 앞으로도 다양한 색깔의 음악을 선사하며 리스너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것을 약속했다. 대감은 "크래커의 음악을 좋아해주는 분들과 음악으로 인생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나이 들어가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고, 이두는 "삶의 힘든 시간 속에서 누군가 옆에 없더라도 크래커의 노래가 위로될 수 있도록 음악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티브이데일리 김예나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문화인, '시작, 끝' 앨범 재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