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KBS는 올해 타 방송사에 비해 많은 단막극을 내놨다. 미니시리즈 시간대에 편성된 3~4부작의 단막극부터 주말 밤 시간대를 차지한 70분짜리 단막극까지 다양한 형식과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 ‘땜빵 드라마’? 효과는 일당백


KBS는 올 상반기 4부작 단막 드라마를 소위 ‘땜빵’으로 활용하는 전략으로 재미를 봤다. 큰 기대 없이 공백을 메우기 위한 긴급 편성이었지만, 의외의 화제성을 낳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방송된 KBS2 ‘베이비시터’는 ‘무림학교’가 예상치 못하게 조기 종영을 맞이하면서 생긴 빈 자리에 편성됐다. 불륜을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방영 전부터 우려가 제기된 ‘베이비시터’는 심지어 첫 방송 이후에 신인배우 신윤주의 연기력 논란이 가중되면서 혹평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하지만 불륜 소재와 신인배우 연기력 논란을 덮을 만큼 연출에 대한 호평도 쏟아졌다. 자극적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불륜 이야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흐르는 스산함이 분위기를 압도했다. 이는 덤덤한 조여정의 내레이션과 그림 같은 연출이 더해지며 완성됐다. 특히 사물의 일부를 프레임으로 활용하거나, 감정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분할컷을 사용해 몇 마디 대사 없이도 복잡미묘한 남녀의 감정을 표현해 색다른 느낌을 줬다.

이후 KBS는 ‘백희가 돌아왔다’로 다시 한번 2주 간의 공백을 채우는 전략을 사용했다. 애초에 큰 기대 없이 시작된 ‘백희가 돌아왔다’는 첫 방송과 동시에 몇몇 배우들의 의외의 변신, 캐릭터들 간의 찰떡 같은 ‘케미’ 덕분에 주목 받았다.

지금까지 깔끔한 이미지를 보여줬던 배우 인교진은 지질한 섬마을 아저씨로 변신했고, 싸이코패스 살인마 역으로 연기를 인정받았던 배우 김성오는 순정파로 돌아왔다. 두 사람 모두 충청도 사투리를 완벽하게 소화했고, 누런 이 분장도 마다하지 않은 채 순박한 캐릭터를 소화해 웃음을 줬다. 더불어 시골 양아치로 변신한 배우 최대철과 함께 세 사람은 ‘아재 3인방’으로 뭉쳐 능청스러운 사투리를 주고 받으며 호흡을 맞췄다.

이밖에 3부작 단막극 ‘페이지터너’도 사고로 시력을 잃고 피아노를 그만두려는 소녀와 부상에도 절망하지 않고 피아노를 시작하려는 소년 등 청춘의 파란만장한 성장 이야기로 감동을 주며 이례적인 호평을 받았다.

◆ 전통의 ‘드라마스페셜’, 새로운 소재•인력 발굴의 장


KBS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단막극 프로그램을 일찍이 폐지한 여타 방송사들과 달리, ‘드라마스페셜’을 올해도 이어갔다. 이를 통해 신인 작가와 연출이 배출됐고, 신선한 소재를 이용한 실험적인 작품들에 도전하기도 했다.

총 10편의 작품으로 구성된 ‘2016 KBS 드라마스페셜’을 통해 총 3명의 PD가 입봉했다. 조웅PD는 ‘한 여름의 꿈’, 최윤석PD는 ‘즐거운 나의 집’, 김민경PD는 ‘국시집 여자’로 데뷔를 마쳤다. 더불어 ‘빨간 선생님’ 등 몇몇 신인 작가들의 작품이 빛을 보기도 했다.

‘드라마스페셜’은 수익과는 다소 거리가 멀기 때문에 제작진에 대한 압박이 많지 않다. 신인 작가와 감독들의 자율성이 많은 부분에서 보장돼 제작진이 원하는 바를 펼치기에 좋다. 이에 ‘드라마스페셜’에는 기존 드라마에서 보기 어려웠던 소재들을 이용한 작품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특히 이번 ‘드라마스페셜’에서는 미혼부, 사이보그와의 사랑 등이 이용돼 눈길을 끌었다.

이와 함께 다양한 장르가 활용되기도 했다. ‘빨간 선생님’은 1980년대 시대극, ‘전설의 셔틀’은 학원극, ‘피노키오의 코’는 형사물, ‘즐거운 나의 집’은 판타지 멜로다. 이러한 신선함과 다양성이 드라마 팬들에게 특별한 재미를 줬다.

[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KBS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