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한서율 기자] 밝은 모습 뒤에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에 나선 가수 겸 배우 김세정은 또 한 단계 성장했다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앞으로도 변화를 맞을 자신의 모습에 큰 기대를 품고 나아갈 것만 같다.

지난 20일 종영한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극본 조승희·연출 이동현)는 사극 배경에 영혼이 뒤바뀐다는 판타지적 요소를 담은 로맨틱 코미디다. 부인을 잃고 웃음을 잃은 세자 이강(강태오)과 기억을 잃은 부보상 박달이(김세정)의 운명 같은 만남을 그리며 다채로운 사랑의 감정을 담아냈다. 김세정은 극 중에서 박달이와 연월을 맡아 섬세한 연기를 펼쳤다.

30대의 시작을 열어준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에 김세정은 남다른 애정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늘 밝고 명랑한 역할을 하던 자신에게 신선한 바람이었다고. 김세정은 “이질감을 주지 않으면서 연기적으로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좋은 작품을 통해 새로운 캐릭터를 선보일 수 있게 돼 좋았고 잊지 못할 작품이 될 것 같다”라며 미소 지었다.

다만 쉬운 도전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김세정은 이미지에 변주를 주고 싶었지만 경험해보지 못한 사극 장르와 1인 3역을 연기해야 하는 상황은 자신을 주저하게 만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하고 나면 별거 아니지만 그 직전이 가장 무섭지 않나. 처음에는 너무 걱정되고 부담스러워서 도망쳤었다. 내가 소화를 못할 것 같아 제안을 고사하기도 했었다”라며 “하지만 주변에서 꼭 했으면 좋겠다고 해 용기를 냈다. 이 작품을 통해 또 다른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 것 같았다”라고 회고했다.

김세정

연월, 박달이, 이강의 영혼이 깃든 박달이까지 세 사람을 연기해야 했던 김세정. 그는 작품에 누를 끼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서로 다른 특징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김세정은 세 인물의 성장 배경과 성격을 염두해 각 캐릭터에 맞는 목소리를 준비했고 특히 남자인 이강을 연기하기 위해 상대 배우와 긴밀한 소통을 통해 그의 의견, 감정, 습관까지 모두 흡수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김세정은 “연월이는 양반집 규수로서 온화하고 기품 있지만 목소리를 크게 내봤을 것 같지 않아 단아한 목소리로 무게감을 잡으려 했고 박달이는 강단 있고 힘 있는 목소리로 표현하고자 했다. 또한 이강과 영혼이 바뀐 박달 이를 표현할 때는 상대 배우인 강태오와 대본을 바꿔 읽거나 녹음 파일을 주고받으며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다”라고 답했다.

그는 캐릭터별로 구분되는 목소리와 함께 사극 말투와 사투리를 적절히 구현하는 것 역시 숙제였다고 짚었다. 김세정은 “가수를 겸업하다 보니 발성에는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다는 마음이었다. 다만 사투리를 쓰는 사극이기에 연기 스터디를 했다”라며 “사극 톤이든 사투리든 결국 말이라는 걸 잊지 말라는 이야기를 듣고 톤에 사로 잡히지 말자는 생각을 하며 캐릭터를 그려나갔다”라고 전했다.

열심히 인물을 분석하며 섬세한 연기를 준비했던 그였지만 인물의 복잡한 설정에 혼란스러움을 느꼈었다고 고백했다. 특히 기억을 잃어버린 세자빈 연월과 박달이가 동일 인물이라는 설정은 풀어내기에 까다로운 부분이었다고 이야기했다. 김세정은 “과거 서사가 있는 상태로 그리는 인물은 처음이었기에 연월이로 돌아온 박달이를 연기하는 게 제일 어려웠다. 사투리와 표준어를 오가며 사용해야 하는 건 물론이고 두 인물의 심정 중에 어디에 중심을 둬야 할지 고민도 됐었다”라고 털어놨다.

김세정

그는 애정 어린 마음으로 완성한 세 명의 인물과 또 한 번 성장한 자신을 보며 벅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김세정은 “새로운 도전에 나서 30대 활동의 기분 좋은 첫걸음을 떼게 됐다.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를 통해 두려움에 맞서 싸울 용기를 얻었다”라며 “이번에 사극이 나와 잘 어울린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한 번 더 하고 싶고 다음에는 정통 사극도 찍어보고 싶다”라고 소망했다.

가수로 시작했던 그는 어느덧 연기자로서도 활동 영역을 넓혀 자신의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하지만 김세정은 “내가 아는 부분은 일부이고 배워야 하는 부분과 파헤칠 구석은 여전히 많다”라며 예술적 갈증을 내비쳤다. “연기가 끝나면 노래를 하고 싶고 노래가 끝나면 연기가 하고 싶다”는 그는 두 분야를 번갈아 수행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원동력을 얻는다고 밝혔다. 이러한 열정은 자연스레 새 앨범 작업으로 이어졌고 그는 성시경의 ‘태양계’ 리메이크 작업을 통해 가수로서 또 한 번의 성장을 일궈냈다.

연기에 이어 음악까지 쉴 새 없이 활동하고 있는 김세정은 자신의 열정을 오랫동안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자신을 돌보는 일에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괜찮다’며 스스로를 속이려 할 때마다 휴식이 필요한 건 아닌지 빠르게 판단을 내리려고 한다. 지치지 않으려면 내 상태를 직시하고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지 않나”라며 “내면의 아픔을 돌아보며 곪기 전에 주변인들에게 털어놓으려고 한다. 내가 거짓말을 하지 않고 꾸미지 않으니 주변에 안전하고 좋은 사람이 남더라”라고 밝혔다.

꾸며내지 않은 진솔함으로 세상을 마주하는 그의 태도에서 대중에게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고스란히 묻어났다. 좋은 말만 듣기에도 인생은 부족한 시간이라며, 상처 주는 말들을 의연하게 걸러내는 법을 배웠다는 김세정. 스스로를 사랑하고 지킬 줄 아는 그가 앞으로 보여줄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티브이데일리 한서율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