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연기에 정답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면밀하게 관찰하고, 치열하게 캐릭터에 파고드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그것이 배우 서현우가 연기한 캐릭터들이 우리에게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사람’으로 다가올 수 있었던 이유다.

지난 18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84제곱미터’(감독 김태준)는 84제곱미터 아파트로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영끌족 우성(강하늘)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층간 소음에 시달리며 벌어지는 예측불허 스릴러로, 서현우는 극 중 우성의 윗집에 사는 영진호를 연기했다.

영진호는 서현우에게 새로운 도전이나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과격함과 폭력성이 탑재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서현우는 “이렇게 까지 소리 지르고 발광하는 캐릭터를 긴 호흡으로 해봤나 싶다”고 했다.

그만큼 서현우가 준비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 우선 외형적인 것부터 영진호로 갖춰나가기 시작했다. 서현우는 “감독님이 패셔너블한 근육질이 아니라 파이터 같은 모습을 원하셨다”면서 “대화하기 불편한 느낌을 주기 위해 첫 등장에 팬티만 입고 나오는 게 어떻냐고 아이디어를 냈다. 팬티만 입었더니 허벅지 흉터 노출도 되더라”고 말했다.

영진호의 모습을 쌓아나간 서현우는 등장 신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 등장할 때부터 말 붙이기 쉽지 않은 아우라를 한 번에 보여주기 위해 고심했단다. 그렇다고 건달 같은 느낌을 원한 건 아니다. 서현우가 원했던 건 분쟁 지역이나 테러 위험 지역에서 취재를 하며 산전수전을 겪은, 영진호의 험난하고 폭력성이 가득했던 인생을 비주얼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서현우는 이에 대해 “영진호가 잠입 취재를 가는 과정 속에서 폭력성이 자라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그 과정에서 목적을 위해서 사람은 수단이라고 생각하고, 자기 성격대로 할 수 있을만한 인물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직업적 설정 때문에 특정 인물이 여럿 떠오르지만, 막상 서현우는 어떤 인물을 염두에 두고 연구하지는 않았다. 테러나 분쟁 지역 전투 영상을 많이 시청했단다. 이에 대해 서현우는 “이 사람이 목적 혹은 다음 취재 자금을 위해서 목숨 걸고 어딘가에 잠입하고, 그 취재한 걸 어디에 팔아먹는 습성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영진호의 이름에서도 그 특성을 알 수 있었다. 감독이 ‘영상으로 진실을 알린다’는 뜻을 담아 영진호라고 지었단다. 그래서 서현우는 영진호의 첫 등장이 중요했다고 했다. 그는 “이 인물이 처음 딱 등장했을 때 우성이가 뒷걸음질 칠만한 청년이 평범해 보이면 여지를 너무 많이 남길 것 같았다. 그래서 위압감으로 이 캐릭터를 시작해보자고 생각했다”면서 “그렇다고 반전을 위해서 연기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로 처음 만난 서현우는 의외로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수많은 작품 속에서 다양한 레이어를 쌓아 생동감 있게 표현해 온 인물들이 워낙 인상 깊었기에, 캐릭터가 아닌 서현우 그 자체는 오히려 어색하게 다가왔던 것이다.

서현우가 매 작품마다 온전히 캐릭터로 대중에게 각인될 수 있었던 건, 배우로서 자신의 취향이나 고정된 틀을 고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서현우는 “생각보다 복잡하게 접근하지는 않는다. 대본이 제시한 비주얼과 이미지에 집중한다”라고 했다.

무엇보다 익숙하고 검증된 선택만을 유지하는 것을 경계한단다. 서현우는 “저도 어떨 때는 욕심이 난다. 다음 작품 때 이렇게 하면 적어도 본전은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다른 스태프들이 제안해 주시는 의견에 귀를 많이 열어두는 것 같다. 어느 순간 취향과 자기주장을 내려놓고 보니 인물이 풍성해지더라”라고 말했다.

연기에 정답은 없기 때문에 서현우는 늘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고 말할 때 그 인물로 보일지 파고들고 또 파고들 뿐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외형적인 변화로 연기에 변주를 줬다면, 이제는 내면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보여주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서현우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