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아이 같은 말투에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체크무늬 의상, 그런데 경찰에 유능한 프로파일러란다. 배우 김다미는 '나인 퍼즐' 속 독특한 이 주인공에게 생동감을 불어넣으며 제 몫을 다한 활약을 펼친다. 그간 대중이 봐온 김다미의 얼굴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얼굴이다.

지난달 종영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나인 퍼즐'(감독 윤종빈)은 10년 전, 미결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현직 프로파일러인 이나와 그를 끝까지 용의자로 의심하는 강력팀 형사 한샘(손석구)이 의문의 퍼즐 조각과 함께 다시 시작된 연쇄살인 사건의 비밀을 파헤치는 추리 스릴러다.

김다미는 주인공 이나 역을 맡아 열연했다. 흡사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독특한 스타일링과 아이 같은 모습으로 독보적인 캐릭터를 구축해 긴 호흡의 추리물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그의 활약으로 '나인 퍼즐'은 공개 이후 디즈니+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한국 콘텐츠 2위를 기록하는 한편, 아시아-태평양 지역 서비스 국가 7곳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콘텐츠 1위를 기록하는 등 흥행했다. 시청자들도 함께 추리 싸움을 펼치며 드라마 과몰입이 이어졌다.

김다미는 "초반에 작품이 공개된 이후 주위에서 '범인이 누구냐'라고 많이 궁금해하시더라. 반응이 직접적으로 오니 드라마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걸 몸소 느꼈고 기분이 좋았다"라며 "시청자 분들도 우리는 생각지도 못했던 사소한 부분을 발견하고 의심하시더라. 이나 손톱 색깔의 의미가 뭔지 파헤치는 걸 보고 정말 재밌었다"라고 말했다.

'나인 퍼즐'은 그가 처음으로 도전한 추리물이다. 평소 추리물을 그다지 즐겨보지 않았다는 김다미는 "처음 대본을 봤을 때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글이었다. 범인이 누구인지, 이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너무 궁금해서 앉은자리에서 대본을 다 읽었다"라며 출연 이유를 밝혔다. 또한 그간 뛰어난 연출력을 선보였던 윤종빈 감독에 대한 믿음도 큰 작용을 했으며, 남성 캐릭터 위주의 서사를 주로 그려오던 윤 감독이 그려낼 여성 주인공 이나에 대한 궁금증도 한몫을 했다고 밝혔다.

김다미 인터뷰

극 중 이나는 부모를 잃고 삼촌과 함께 살던 고등학생 시절, 삼촌의 살해 현장을 목격하고 기억을 잃는다. 프로파일러가 되고 경찰로 일하면서도 자신이 살인을 한 것은 아닐지 오랜 시간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못하는 독특한 특성을 지닌 캐릭터다. 김다미는 출연이 확정된 이후 윤 감독, 손석구와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캐릭터의 빈 부분을 채워 나갔다고 말했다. 대본 상의 설정을 토대로 새롭게 만들어진 설정들이 더 많아 재미있는 작업이 됐단다.

김다미는 이나의 어린아이 같은 특성을 살리되 '만화적인 느낌'을 주고 싶었다는 윤 감독의 말에 동의해 말투나 손짓까지 모두 정하며 캐릭터를 구성했다고 말했다. 넥타이, 패턴이 있거나 붉은 계열 위주의 의상들, 네일아트와 귀걸이 등 이나라는 캐릭터를 생각하면 바로 떠오를 수 있는 시각적 포인트도 캐릭터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하나하나 완성이 됐다.

특히 프로파일링을 할 때나 집중을 할 때 안경을 꺼내 쓰는 모습은 마치 만화 '명탐정 코난' 속 코난을 연상케 한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쏟아졌던 터다. 김다미는 "만화 캐릭터 같은 느낌을 성공적으로 구현해 낸 것 같아 기분이 좋고 재밌었다"라고 말했다. 아이 같은 목소리 톤이 주변 인물들 사이에서 너무 튀지는 않을지 걱정은 있었지만, 그 또한 '이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을 것'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확신을 토대로 이뤄진 계산된 연기였다고.

김다미는 "어떻게 보면 이나를 만들어 나가는 모든 과정이 연기적으로는 도전이었다. 시청자 분들은 어떻게 받아들이셨을지 모르겠지만, 배우고 도전하는 모든 과정이 재미있었다"라고 회상했다. 추리물 특성상 대사 양이 굉장히 많았고, 프로파일링을 통해 사건의 개요를 잘 전달해야 했기에 캐릭터의 특성을 유지하면서 사건 설명을 풀어 나가야 한다는 어려움도 있었다. 그는 "완급 조절을 통해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과정이 나름의 공부가 됐다"라고 말했다.

김다미 인터뷰

3년 만에 '나인 퍼즐'로 시청자들을 만난 김다미는 올해 하반기 넷플릭스 영화 '대홍수', JTBC 드라마 '백번의 추억'을 통해 계속해 대중과 만난다. 영화 공개가 연기되면서 본의 아니게 공백기가 길어졌지만 그만큼 더욱 깊어진 호흡으로, 또 다른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는 그다.

"관객 분들이 보셨을 때 인간 김다미보다는 캐릭터가 많이 보였으면 좋겠어요. 제가 보여드릴 수 있는 건 연기뿐이니까요. 아직 사극도 안 해봤고, 어두운 느낌의 캐릭터도 해 본 적이 없어서 하고 싶은 연기가 정말 많아요. 평소에 '내가 하고 싶은 걸 선택해야 후회가 남지 않는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후회 없이 다양한 도전을 펼칠 수 있는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U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