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갑내기 친구들이 서서히 친해지는 법, ‘굿데이’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
| 2025. 02.27(목) 15: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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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알다시피 동갑내기 친구들이 친해지는 게 은근히, 더 어렵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겠지만, 특히 딱히 가까워질 만한 어떤 요소나 계기가 하나도 없이 오로지 같은 해에 태어났다는 것만으로 친해져야 한다면 수없이 많고 다양한 신변잡기를 동원해야 할 테다. 여기 잘 보여주는 사례가 하나 있다. 지난 16일부터 시작한 MBC 예능프로그램 ‘굿데이’에서 ‘권지용(지드래곤)’이 주최한 88년생 남자 스타들의 모임, 일명 ‘88나라’다. 주최자인 권지용을 비롯하여 김수현, 광희(황광희), 임시완, 정해인, 이수혁이 함께했는데, ‘88 친구들 모임’이란 아이디어를 가장 먼저 냈고 그런 만큼 분위기를 유연하게 해줄 것만 같던 광희마저 초반에는 쭈뼛쭈뼛할 정도로 어색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서로가 친분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우선 광희와 임시완은 같은 아이돌그룹 출신의 16년 절친이고, 임시완과 정해인은 함께 여행을 다녀온 적도 있는 친한 관계다. 이수혁은 수년 전 광희와 예능프로그램을 한 적이 있고 권지용과 가까운 사이며, 김수현 또한 정해인, 임시완과 이미 서로 잘 알고 있고 광희와는 입대 시절 휴가 나왔다가 한 유명 뷰티편집숍에서 마주쳤었다고. 덧붙여 김수현은 앞서 조세호와 코쿤이 동반한 자리에서 권지용과 첫 만남을 가지면서 ‘88나라’가 시작되는 데 있어 큰 몫을 한 바 있다. 그래서 그런지 모인 88년생 친구 중에서 가장 빠르게 주어진 콘셉트에 적응하여 그에 걸맞은 행동으로 웃음을 유발하고,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화답해 주며 분위기를 한껏 살려주는, 아주 지대한 역할을 담당했다. 비록 그럼에도 이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앉는 과정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서로 말을 놓을 것인가, 말 것인가도 난제였다. 나서주는 친구가 한 명쯤 있으면 더없이 좋겠다 싶은 그때, 권지용과 임시완이 아주 적절하게, 다 함께 말을 놓자며 살가운 운을 띄우지 않았다면 미묘하게 어색하고 어려운 분위기가 좀 더 지속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88끼리 모이기 힘든데 다들 모여서 너무 좋은 거야” 그러자 정말 서로 어떤 친분을 가졌는지, 본인들의 나이가 어떤 나인지 등등 봇물 터지듯 이야기꽃을 피웠고, 김수현의 주도로 연락처마저 교환했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광희의 킥, 요즘 운동하고 있단 이야기를 하다가 찍어놓은 자신의 사진을 억지로 공유하며 보여주었고, 이는 ‘88나라’를 딱 동갑내기 남자들의 모임 느낌으로 한껏 끌어올렸다. 특히 지드래곤과 이수혁, 임시완이 보인, 즉각적이고 솔직한 반응이 주목할 만했다. 지드래곤은 보자마자 고개를 돌렸고 이수혁은 눈을 질끈 감으며 거부하다가 겨우 좋은 말 한마디 던졌고, 임시완은 완강하게 거절의 의사를 보이다가 안 될 것 같자 보지도 않고 대충 감탄하는 시늉만 한 것이다. 정말 편해진 친구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찐 모멘트’가 아닌가. 청소년기에서 대학생 시절 그리고 남자라면 입대, 이 시기가 지나가고 나면, 동갑내기 친구를 만나고 친해지는 게 사실상 쉽지 않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로 살아가는 삶의 방향, 그에 따른 모양새가 달라지다 보니, 친했던 동갑내기들은 어느새 멀어지고 환경이나 상황이 비슷한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과정을 겪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어느 날, 동갑내기인 사람과 더 어색한 기류를 형성하게 되는 지점에 이르게 되니, 아이러니한 삶의 흐름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또 알다시피, 동갑내기가 어떻게든 한번 친해질 계기를 얻게 되면, 상당히 빠르게 가까워진다. 그들이 공유하고 있는 동일한 시대감, 이는 다른 나이대의 친구에게선 찾을 수 없는 것으로, 더없이 귀한 공통분모니까. 동갑내기 친구들이 억지로 모여 친해질 이유가 별로 없는 오늘, 이들의 만남이 새삼 재미있고, 또 반갑게 느껴지는 까닭이 아닐까.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etvidet@naver.com, 사진 = MBC ‘굿데이‘ S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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