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정’의 ‘유퀴즈’, 언니 혹은 누나도 인생은 처음이라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2024. 11.30(토)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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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배우 고현정이 15년 만에 예능프로그램에 등장했다. 출연하길 그토록 고대했다는 그녀의 말마따나,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고현정은 그 어느 때보다, 아니 처음으로 자신의 우여곡절을 진솔하게, 있는 그대로 드러냈고 이는 보는 이들에게 저마다의 울림을 선사하는 무엇이 되었다.

‘몰랐어요’, ‘생각대로 안 돼요’, ‘너무 모르고 지난 거예요’ 등의 말을 가장 많이 한 고현정의 지난날 이야기는, 우리 또한 너무도 잘 아는 바로, 한 번 사는 인생들이라면 동일하게 지니고 있는 패턴인 까닭이다.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처럼 되돌아갈 수 있는 능력이, 같은 시간의 삶을 두 번 이상 살아볼 기회가 있다면야 상관없겠다만.

“배우가 살면서 정말 경험하기 힘든 일이었는데 그 소중함과 귀함을 몰랐어요”
19살, 89년도 미스코리아 선으로 발탁되며 대중 앞에 등장한 고현정은 놀랍게도 예능프로그램의 진행자로 연예계 생활을 시작한다. 이후 라디오 디제이와 연기 등 주어지는 것이라면 마다하지 않고 해나가다 95년, 배우로서 인생작을 만난다. 바로 드라마 ‘모래시계’, 당시 ‘귀가 시계’라는 별칭이 붙고 하나의 신드롬이 될 정도로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다.

하지만 당시 고현정은 사랑에 푹 빠져있었고 ‘모래시계’가 끝나자마자, 자신을 향한 대중의 애정 어린 관심을 채 느껴보기도 전에, 배우로서의 존재 가치를 채 경험해 보기도 전에 결혼을 하여 연예계를 떠난다. 이때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삶이 너무도 중요했으니까, 그렇게 ‘모래시계’가 그녀에게 있어 다시 돌아오지 않는 ‘시퍼런 청춘’으로 남을 줄 몰랐을 테다.

사랑하는 사람과 두 아이와 바꾼 ‘시퍼런 청춘’, 실은 너무도 고단하여 겉늙어버린 그녀의 스물 몇 해의 삶이 ‘정착’할 곳을 찾느라 정작 ‘고현정으로서의 삶’이 지녀야 할 의미와 가치를 제대로 생각해 볼 기회나 시간은 놓치고 지나갔던 건 아닐지. 뒤늦게 찾아오는 깨달음은, 후회와 자책을 동반하고 한발 더 나아가 깊은 상실감을 불러일으킨다. 결국 이혼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고현정은, 연예계를 떠난 지 10년 만에 복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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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미실’이란 인생 캐릭터를 만나고 누구나 인정할 만한 실력 있는 배우로 등극하며 자신의 삶을 되찾지만, 삶은 얄궂게도 그녀가 구멍이 뻥 뚫린 듯한 상실감에 쫓기고 몰려 놓치고만, 잃고만 또 하나의 소중하고 귀한 것을 일깨운다. “엄마라는 사람은 그냥 편해야 되잖아요. 살이를 같이 안 해서 ‘친하지 않은’ 감정을 느꼈을 때, 친하지 않은 것이 이렇게 슬픈 건지 몰랐어요. 채울 수 없잖아요, 없어진 거니까.”

놓고 온, 잃어버린 두 자녀를 향한 엄마로서의 애틋한 마음, 지독한 상실감이 또 다른 얼굴을 하고선, 이번에도 뒤늦게 고현정을 찾아온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그녀와 관련하여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떤 논란이 있었는지와 상관없이, 고현정 또한 이번 생이 처음일 뿐인, 그래서 때로는 너무 모르고 지나오다 뒤늦게 깨달아 짙은 죄책감과 후회에 짓눌려 눈물을 터뜨리고 마는, ‘사는 데 별 재간이 없는’, 우리와 별다른 것 없는 존재임을 새삼 가늠해 보게 된다.

“좀 모르면 어떤가, 좀 계획이 틀어지면 어때”
그런데 이 우리와 별다른 것 없는 존재가 상실감에 그저 넘어져 있다거나, 그로부터 비롯된 고통을 외면한 채 매끄러운 삶의 외형만 붙잡고 있다거나 하지 않는다. 설사 나중에 지독한 후회를 맛보더라도 매 순간 자신에게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부딪히는데, 이렇게 결국 다다른 곳이, 이제는 좀 모르면 어떻고 좀 계획이 틀어지면 어떤, 그럼에도 ‘산뜻하게 열심히 하고 있’는 오늘의 ‘고현정’이다.

우리 또한, 모르고 지나오고 뒤늦게 알고선 후회하고의 순서를 반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일련의 흐름이 묘하게 공감이 되고 위로와 격려가 되지 않을 수가 없다. 요즘 가장 편안하고 행복하다는 고현정의 말에 괜스레 마음 한구석이 뭉클해진 이유인 동시에, 인생 자체가 처음이니 어쩔 수 없다고, 대신 지금보다는 좀 더 편안하고 행복하게, 이 삶을 있는 그대로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순간이 반드시 찾아올 거라고 되뇌며, 그녀처럼 ‘체하지 않게 하루하루 잘 살고’자 다짐해 보는 것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etvidet@naver.com. 사진 =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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