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동산' 전도연 "27년 만의 무대, 긴장되지만 즐겨보려 해요" [인터뷰]
2024. 06.11(화) 17:32
전도연
전도연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배우 전도연이 무려 27년 만에 연극 무대에 돌아왔다. 오랜만의 복귀라 여전히 긴장되고 관객들의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 어렵지만 "이 불안함 조차 즐겨보려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최근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에서 개막한 '벚꽃동산'(연출 사이먼 스톤)은 안톤 체호프의 고전을 현대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재창작한 공연으로, 아들의 죽음 이후 미국으로 떠났던 송도영(전도연)이 귀국한 후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리타 길들이기'(1997) 이후 무려 27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선 전도연은 복귀작으로 '벚꽃동산'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먼저 들려줬다. "추천을 받아 사이먼 스톤 감독이 연출한 '메디아'를 ITA Live(공연 영상을 라이브로 촬영해 영화처럼 배포하는 형식)로 국립 극장에서 봤는데 무대 위 배우들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는 "피가 끓는 감정이 생겼다. 처음엔 대본을 보고 거절하려 했는데 그 무대를 보고 사이먼 스톤의 무대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출연을 결심하고 이렇게 무대에 서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벚꽃동산'을 하며 실제로 피가 끓었던 순간은 없었냐는 물음엔 "아직은 없지만 기분이 좋았던 순간은 있다"라고 답하며 "다른 배우들이 내 연극을 보고 느낀 감정들을 얘기해 주는데, 내가 '메디아'를 보며 느꼈던 감정들이 떠오르며 행복해지더라. '우리 무대가 다른 사람들한텐 이렇게 다가가는구나'라는 생각에 감사하면서도, 객석에서 이 무대를 보지 못하는 게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다. 객석에 앉아 이 작품을 객관적으로 보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라고 작품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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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전도연이 오랜 연기 경력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27년 만에 무대 위에 오른다는 건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개막을 앞두고 무대 위에서 처음 들었던 생각이 '죽을 것 같다'였을 정도라고. 전도연은 "극도의 긴장감과 두려움이 감당이 안 되는 수준이더라. '편히 집에 누워 넷플릭스나 보고 있을 시간인데 내가 왜 여기서 떨고 있지?' '내가 내 발등을 찍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그런데 막상 무대에 오르고 나선 아무 생각이 안 들고 그저 내가 해야 할 것들에만 집중했다"라는 그는 "무대를 하는 중에도 동료들이 '잘 하고 있어' '걱정하지 마'라고 응원을 많이 해줬다. 그런 격려에 힘을 받고 무사히 첫 공연을 마쳤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힘겹게 첫 무대를 해내고 이제 일주일이 지났지만 전도연은 "여전히 무대에 적응하려 노력하는 중"이라고 겸손히 전하며, "아마 공연 끝날 때까지 익숙해지진 않을 것 같다. 무대 위에서의 익숙함은 내겐 없는 것이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도 혹시 내가 뭘 하더라도 무대는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다. 늘 불안함은 있지만 즐기려 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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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아'를 보며 꿈꾸던 사이먼 스톤과 실제로 호흡을 맞춰본 소감은 어땠을까. 전도연은 "첫 만남은 당황스러움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고 운을 뗀 뒤 "함께 일주일간 워크숍을 떠났는데 그야말로 막말 대잔치였다. 감독과 배우들끼리 개인적인 이야기를 막 꺼내놓는데 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이야기해야 할지, 뭘 말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대본을 다시 읽고 나와 도영이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내 경험에 빗대어 말했고, 그걸 캐치해 사이먼이 대사에 넣었더라. 나 역시 도영이처럼 변화를 두려워하고 상처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스타일인데 그런 점을 잘 녹여내줬다"라고 설명했다.

또 "낯 뜨겁긴 한데 '벚꽃동산' 대본을 처음 받고 '사이먼이 날 정말 사랑스럽게 봤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사이먼은 늘 '대본이 늦게 나오더라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너희들을 투영했기 때문에 금방 익숙해질 거다'라고 했는데 막상 대본을 받고 나선 '도대체 나에게서 어떤 모습을 봤길래 이런 대본이 나왔지?' 싶었다. 도영이라는 캐릭터를 굉장히 사랑스럽게 그려낸 걸 보며 사이먼이 날 정말 사랑스럽게 봤다고 느껴졌다"라고 이야기했다.

사이먼 스톤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디렉팅 스타일에 대해서도 말했다. 전도연은 "처음부터 사이먼은 '실수를 해라. 실수를 통해 계속 상대를 불안하고 불편하게 만들어라'라고 했는데, 사이먼은 실수조차 연출의 한 부분으로 보더라. 매회 똑같은 연기만을 반복하는 게 아닌, 실수를 하고 그걸 극복하며 새로운 장면이 나오길 바랐다. 개인적으론 연극 경험도 부족하고 오랜만이라 불안한 부분이 많았는데 안심이 됐다. 또 동료 배우들이 거듭 '아무 걱정 말아라. 실수해도 우리가 있으니 하고 싶은 대로 해라'라고 해줘 용기가 생겼다. 굉장히 든든하고 뭉클했다"라고 전했다.

끝으로 전도연은 "긴장감에 아직 관객분들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있는데, 꼭 마지막이 아니더라도 천천히 눈을 마주칠 용기를 가지려 노력하고 있다. 또 폐막까지 컨디션 조절을 잘 하며 마치고 싶다"라며 "많은 분들이 왜 '더블 캐스팅이 아니냐'라고 물어보셨는데, 사실 너무 오랜만이라 더블 캐스팅을 생각 못 했다. 막상 공연을 앞두고 나니 '아프면 어떡하지' '목소리가 안 나오면 어떡하지' 걱정이 뒤늦게 들었다. 끝까지 열심히 체력 관리 잘 하면서 마치려 한다. 아마 좋은 제안이 와서 다음 작품을 하게 되면 그땐 더블 캐스팅을 고려해 보려 한다"라고 유쾌하게 덧붙였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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