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둘 쌓이는 음방의 고충이 의미하는 바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2024. 05.17(금)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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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그룹 에스파의 첫 번째 정규앨범 ‘아마겟돈(Armageddon)’의 정식 발매를 앞두고 멤버 ‘윈터’의 활동에, 잠시나마 빨간불이 켜졌다. 16일 오전 Mnet ‘엠카운트다운’ 사전 녹화에 참여했다가 예기치 못한 화재 사고를 맞닥뜨리면서 컨디션 난조를 호소하게 된 것.

다행히 제작진 측이 초기에 감지해, 바로 진압했고 별다른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기흉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던 윈터에겐 그냥 넘어가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결국 ‘엠카운트다운’ 생방송 무대에 참석하지 못했음은 물론, 윈터의 향후 활동 또한 그녀의 회복 상태에 달려 있다는 불투명한 답으로 돌아와 많은 팬들의 우려와 걱정을 사고 있는 중이다.

음악방송, 일명 음방의 열악한 무대 상황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적지 않은 가수들이 무대 위에서 넘어져 본 아찔한 경험이 있고, 제대로 된 공연을 보여주고 싶어도 음방의 무대 현실에선 도저히 불가능하여 사비를 쏟지 않고는 못 배기며, 사전 녹화 시간은 맞추기가 쉽지 않아 목소리 컨디션을 지켜내는 것 자체가 미션 임파서블이 될 때가 태반이다.

거대화된 K팝의 역량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한 지점이 아닐 수 없다. 와중 유일하게 발전되었고 이제는 특출나다 보아도 될 게 있다면 무대를 촬영하는 카메라 감독의 영민하고 현란한 워킹 정도일까. 이마저도 개인이 보유한 기술의 영역인 까닭에 음방 자체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조금의 진보도 없었다고 여기는 게 옳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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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무조건 비판만 가할 수 없다는 게 또, 음방의 서글픈 현실이다. 빠듯한 제작비로 시선을 사로잡을 화려한 무대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그야말로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보겠다는 경제원칙에 충실한 방식으로, 문제는 최소 비용으로 낼 수 있는 최대 효과의 범위를 한참 넘어서는 결과물을 만들려고 한다는 것. 자연히 제작 환경은 열악해질 수밖에.

이렇게 탄생한 무대의 완성도가 좋을 리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무대에 참여한 가수들의 것일 가능성은 높고. 몇몇, 개인의 영향력을 어느 정도 갖춘 가수들이 음방 출연보다 좋은 무대를 보여줄 기반이 마련된 여타의 플랫폼을 찾아 나선다거나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 제공하는 등의 방향성을 취하려는 이유가 아닐까.

최근 음방 출연료로 추정되는 액수가 대중에게 공유되며 큰 화제를 낳았다. 개인이든 그룹이든 상관없이 5만 원이라는, 상상도 못 한 적은 금액이었으니까. 그렇다 해도 아이돌그룹에게 음방 출연은 포기할 수 없는 것일 터. 여전히 대중에게, 팬들에게 정식으로 선을 보이는 자리란 개념을 지니고 있으며, 직접 무언가를 해볼 여력이 없는 영세한 입장에 놓인 이들에겐 홍보 효과를 노려볼 만한 가장 선명도 높은 통로인 까닭이다.

직장이 불합리한 데다가 안전하지 못하기까지 하단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다니는 직장인의 입장 같다고 할까. 어떤 것에 관한 고충이 터져 나올 땐 정도가 지나쳤다는 의미다. 세련되고 높아진 K팝의 위상에 걸맞게 더 이상 열악한 게 당연한 일이 되지 않도록, 음방의 현실을 찬찬히 되살펴 보고 개선해야 할 것은 개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백번 양보하여, 무엇보다 신변의 안전만큼은 지켜줘야 하지 않는가.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유튜브 채널 ‘동해물과 백두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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