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의 영민한 ‘군백기’ 활용법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2024. 04.08(월) 15:15
티브이데일리 포토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20여 년 전 ‘가위춤’으로 한국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가수 유승준은 입대를 앞두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면서 입국 금지 명단에 올랐고, 10여 년 전 특출난 재능으로 가수는 물론, 프로듀서로서도 예능인으로서도 대대적인 사랑을 받았던 엠씨몽은 어금니 고의 발치 및 공무원 시험 허위 응시 등, 군복무를 피하기 위한 정황이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이며 방송사 출연 금지 명단에 올랐다.

데칼코마니처럼 닮은 이 두 사람의 비극은 입대를 회피했다는 의혹에서 시작되었다. 한국 연예계에서 활동하는, 신체 건강한 남자 스타라면 아니, 일반인이라 하더라도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게 병역 의무일 테다. 하루하루가 귀한 오늘, 아무리 기간이 짧아졌다 하더라도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 삶의 자유를 저당잡히고 싶은 사람은 없으니까.

특히 스타들에겐 군복무 자체보다 그로 인해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빚어지는 공백기, 일명 ‘군백기‘에 관한 부담이 상당하단 이유가 가장 크겠다. 입대하기 전까지 입지를 다져놓았다면 놓은 대로, 그렇지 못했다면 또 그렇지 못한 대로 잊힐까 혹은 아주 기회를 잃을까 앞날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군백기’, 그동안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어진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는 오차범위 큰 해결법을 제시하는 다였던 이것에, 최근 모범답안이라고 할만한 예가 등장했다. 바로 BTS(방탄소년단)다. 현재 모든 멤버가 군복무 중인 BTS는 공백기, ’군백기’란 말이 무색할 만큼, 각자 입대 전까지 제 스타일에 맞게 해낸 활동의 성과를 아주 활발하게 되돌려받으며 여전한 인기를 입증하고 있기 때문.

제이홉이 지난 29일 발매한 스페셜 미니 앨범 ‘홉 온 더 스트리트 VOL 1’은 영국 오피셜 차트에서 자체 최고 순위를 경신했으며 지민은 1년 전 발매한 ‘라이크 크레이지’로 세계 최대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한국어 솔로곡 역사상 처음으로 10억 스트리밍을 달성했고 뷔 또한, 지난해 9월 발표한 ‘러브 미 어게인’으로 5억 스트리밍을 돌파했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정국도 빼놓을 수 없다. 스포티파이에 따르면 그는 첫 솔로 앨범 ‘골든’으로 위클리 톱 앨범 글로벌 차트에 역대 K팝 솔로 가수 최초로 최장기간인 22주 연속 이름을 올리는 영예를 차지하고 있다. ‘어거스트 디’로서 첫 솔로 월드투어 ‘디-데이’를 성황리에 마친 슈가는, 그의 파이널이자 앙코르 공연으로 서울에서 3일간 열렸던 콘서트의 실황을 담은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그의 유튜브 ‘슈취타(슈가와 취하는 타임)’는 지금도 2, 3주에 한 번꼴로 새로운 영상을 업데이트 중이다.

전역이 코 앞으로 다가온 진에게는 그가 입대 전 발표한 첫 솔로 싱글 앨범 ‘디 애스트로넛’이 세계 최대 음원 검색 플랫폼 샤잠 일본에서 1위를 재탈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1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는 순간이겠다. RM은 BTS의 단체 활동이 잠정적으로 중단된 후 본인의 취향을 살려, 인간과 삶에 관한 여러 지식들을 흥미롭게 다루는 프로그램 ‘알쓸인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인간 잡학사전)’에 출연하여 BTS의 철학적 기조에 있어 핵심적인 존재로서의 가치를 가감 없이 자랑했다.

물론 BTS 또한 보통의 군복무에 들어서는 나이대와 비교해 보았을 때 입대 시기에 늦은 감이 없진 않다. 하지만 회피하고 싶어 무작정 늦춘 것과는 엄연한 차이를 갖는데, 멤버가 하나둘 입대하면서 주어진 단체 활동 휴식기를 각자 제 나름대로 충분히 누리고, 입대해서는 해야 할 병역 의무에 최선을 다하는, 심지어 즐기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에서 알 수 있다. 즉, 군복무를 두고, 아이돌그룹, 스타로서의 입장에서 충분히 많은 고민과 그에 따른 성실한 준비 과정을 거친 결과이다.

이는 BTS가 전세계적인 사랑을 받게 된 기본 동력인, 진정성과도 일맥상통한다. 아미가 아닐지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BTS를 좋아하는 건, 즉, 싫어할 수 없는 건 그들이 자신이 하는 음악과 퍼포먼스에 진심이라는 믿음과 신뢰의 분위기가 단단하게 구축된 까닭이니까. 병역 의무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그러한 모습이 부각된 것. 솔직하게 그들 각자가 가진 두려움과 걱정을 내비치며 최대한 모든 것을 대중과 공유했다.

아마도, 이 과정이 본인들에게도 ‘군복무’라는 벽을 담대히 맞닥뜨리고 오히려 제대로, 그저 벽이 아닌 디딤돌로 활용할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는지 모른다. 지켜보는 이들 또한, BTS가 그냥 운 좋게 만들어진 아이돌그룹이 아니란 감상을, 새삼스레 하게 되었으니 더욱 그러하다. 이제껏 병역 앞에서 수많은 잡음을 겪어야 했던 한국 연예계에서 여러모로 귀감이 될 만한 사례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BTS 공식SNS, 진&RM&슈가&지민 SNS]
기사제보 news@tvdaily.co.kr
키워드 : BTS
싸이월드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