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묘’가 맞닥뜨린 뜻밖의 호재들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2024. 03.08(금)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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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영화 ‘파묘’가 개봉한 지 열흘하고도 하루 만에 누적 관객 수 600만 명을 돌파했다. 간만에 배우 최민식이 말하는 ‘어려운 우리 동네’, 한국 영화계에 촉촉한 단비가 내리는 중이다. ‘파묘’의 흥행은 여러모로 흥미롭다. 단순히 작품의 만듦새 하나만 놓고 이루어진 게 아니라 작품 외적인 상황 혹은 이슈가 제각각 호재로서 작용하며 만들어낸 기대 이상의 성과인 까닭이다.

우선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에 이어 ‘파묘’까지, 이제는 한국형 다크 판타지, 오컬트 장르의 장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장재현 감독의 작품이다. 장르의 특성답게 작품 내에서 그는 무속신앙과 기독교, 천주교, 불교 등 다양한 종교를 등장시키고 다루는데, 이를 한국적인 정서로 한데 버무리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그리하여 해당 장르를 좋아하는 이들은 장재현 감독의 작품이라면 먼저 관람부터 하고 보는 수밖에 없다.

게다가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역으로 최다 관객 수를 기록한 바 있는, 천만 배우 최민식이 함께 했다. 그는 어떤 장르, 어느 역할에 두어도 주어진 것 이상의 성과를 내고 마는, 한국 대중이 애정하는 대표적인 배우이자 영화인 중 하나다. 여기서 비롯된 막중한 책임감으로 한국 영화제가 현재 처한 어려움을 깊이 있게 인식하고 있는 그는, 기회만 된다면 어디든 출연하고 등장하여, 본인의 말을 빌려 열심히 뻐꾸기를 날리고(영화 홍보를 한다는 의미) 있다.

시사회에서의 모습이 특히 인상적으로, 그는 참석할 때마다 팬들이 선물한 소품을 착용하는데 대부분 캐릭터 모양의 머리띠 등과 같은 귀여운 것들이다. 그러다 보니 온라인상에서는 일명 ‘할꾸’(다이어리 꾸미기의 최민식 버전, 할아버지 꾸미기)라며 그의 착용 사진들이 연일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으레 배우들의 배우, 대배우라 불리는 최민식의 인간미 넘치는 장면에, 볼지 말지 망설이는 사람들까지 발걸음을 ‘파묘’ 쪽으로 옮기지 않고는 못 배기는 형국이다.

배우 김고은의 ‘돈값 해야지’를 또, 빼놓을 수 없다. ‘파묘’를 홍보하기 위해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그녀는, 배우로서 지녀야 할 ‘일말의 양심과 책임감’에 관해 진솔한 나눔을 하면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해 연기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렇게 애써 완성한 작품을 최대한 많은 관객이 볼 수 있게끔 홍보하는 일까지 포함되어야 한다며, 이러한 그녀의 생각이 집약된 한마디가 바로, 농담처럼 던지지만 진담이기도 한 ‘돈값 해야지’다.

마침 천정부지로 치솟는 배우의 출연료 문제로 시끌시끌할 무렵인지라 김고은의 ‘돈값’은 대중의 불편한 감정을 일정 부분 해소시키는 역할을 했고, 덩달아 ‘파묘’를 향한 대중의 관심과 호감도를 한껏 높였다. 물론, 이미 앞선 여러 작품에서 연기력으로 스스로를 입증하며, 개봉 전 ‘파묘’의 트레일러 영상에서 공개된 얼굴에 검은 재를 묻히는 한 장면만으로도 기대감을 충분히 상승시킬 만한 ‘김고은’이라서 가능한 일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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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제, ‘파묘’가 맞닥뜨린 것들 중, 가장 뜻밖의 호재를 이야기할 차례다. 영화 ‘건국전쟁’을 만든 감덕영 감독이 ‘파묘’가 거두고 있는 좋은 성적을 두고, ‘건국전쟁’에 위협을 느낀 좌파들이 반일주의를 부추기는 ‘파묘’에 몰린 결과라 해석한 것이다. ‘건국전쟁’은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과 건국 1세대의 삶을 재조명하겠다는 취지 하에 만들어졌으나 이승만의 과오는 덮는 쪽으로 재조명하고 있는 다큐멘터리로, 관객 수 100만을 돌파했다.

이에 김덕영 감독은 대한민국이 ‘편 가르기식 민족주의’를 떨쳐 버렸다며 선진사회로 나아가는 징표라고 소감을 남겼으면서, 정작 자신은 편 가르기식 논리로 다른 작품과 그 작품의 관객을 깎아내리는 데 앞장선 꼴이었다. 그리고 그의 발언이 일으킨 영향은 상당했다. 순식간에 우매한 대중으로 폄하되어 버린 사람들에겐 반발심을, ‘파묘’를 아직 보지 못한 이들에겐 도대체 어떤 영화길래 반일주의까지 언급하냐며 호기심을 한껏 ‘부추기는’ 바람에, 해당 작품은 의도치 않은 노이즈 효과를 톡톡히 누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극 중 인물들의 이름이 대부분 실존했던 독립운동가의 것에서 비롯되었고 감독 또한 어느 인터뷰에서 우리 과거의 아픈 상처와 두려움을 ‘파묘’해 버리고 싶었다고 한 바 있으니까, 장재현 감독이 ‘파묘’에 우리 역사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실은 건 사실일 터. 하지만 ‘항일(抗日)’과 ‘반일(反日)’은 엄연히 다른 개념이며, 어쩌면 아예 기획 의도부터 뚜렷한 목적을 가진 ‘건국전쟁’을 만든 감독이기에 ‘항(抗)’이 아닌 ‘반(反)’의 시선으로밖에 바라볼 수 없었으니, 이것이 그만 역방향의 힘을 발휘하여 ‘파묘’에 또 하나의 호재를 안기고 말았다.

현상에 관한 생각을 묻는다면 한없이 길게 늘어놓을 수 있고, 정확한 의견을 구한다면 또 아주 또렷하게 대답하긴 어려운, ‘파묘’가 현재 맞닥뜨리고 있는 특수(特需)다. 이렇게 영화 외적인 데에서 발생한 호재들이 하나로 맞물려 평균 이상의 흥행을 견인하다니, ‘될놈될’이란 표현이 바로 이런 경우를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 절대 간과하지 않아야 할 대목은, 그간 셀 수 없는 공을 들인 감독의 시간이 낳은 질 좋은 작품이었기에 이런 특수도 가능했단 것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쇼박스, 영화 ‘건국전쟁’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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