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과 이장우, 실수해도 받쳐주는 어른이 있는 세상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2024. 02.02(금)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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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기성세대(旣成世代)와 청년세대 간의 갈등은, 즉 세대 간의 갈등은 특정 순간의 일만은 아니다. 그 옛날에도 어김없이 일어났던 현상으로 오늘날에 이르러 더욱 극심한 모양새를 띠고 있을 따름이다. 청년세대는 기성세대를 일명 ‘꼰대’라고, 기성세대는 청년세대를 ‘맑눈광’(맑은 눈의 광인)이라고 풍자하며 서로 이해할 수 없는 부류로 여기는데,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야 하니 갈등이 일어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다.

‘꼰대’와 ‘맑눈광’, 물론, 모든 이들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며 더더욱 모든 이들이 동의하는 것도 아니다. 일부분은 그저 대중적으로 소비되는 이미지에 불과하기도 하나, 문제는 따로 있다. 세대 간의 갈등에 관해서는 수많은 예와 이야기들이 오가는데, 세대 간의 올바른 협력 관계나 화합의 형태에 관해서는 그만큼 회자되지 않는다는 거다.

먼저 삶을 살아간 이가 세계와 좌충우돌하며 얻은 귀한 지혜를 공유하고, 덕분에 이제 갓 살아 나가기 시작한 이는 실수로 넘어져 좌절을 맞닥뜨려도 다시 일어날 힘을 얻는다. 또 하나의 삶의 지혜가 축적되는 순간으로 이는 다음 세대로 연결되니 기성세대와 청년세대는 서로를 존경하고 존중하는 협력관계를 형성하며 더 나은 세계를 만들어 나간다.

거의 ‘유토피아’ 수준의 이야기라 여겨지는가. 그렇다면 이미 기성세대와 청년세대 간의 대치 상황이, 하도 보고 듣고, 어느 때는 겪다 보니 익숙하다 못해 당연하게 된 상태라 하겠다. 하지만 여기, 실은 그렇지 않고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예가 있다.

지난 28일 방영한 ‘장사천재 백사장2’ 13회에서 보여준 백종원과 이장우의 관계다. ‘장사천재 백사장’ 시리즈는 요식업의 대부라 해도 과언이 아닌 백종원이, 해외의 한식 불모지 중 선정된 장소에서 정해진 기간 식당을 열고 운영하며 주어진 미션을 완수하는 프로그램이다. 시즌2의 장소는 스페인의 산세바스티안으로, 무려 2호점까지 내며 장사 천재의 품격을 뽐내고 있다.

“아.. 이게 실수하면 안 되는구나”
13회분에서 2호점은 이장우의 몫이었다. 이미 전날 ‘청년 포차’ 콘셉트로 꽤 쏠쏠한 성공을 거둔 후여서 이장우의 기세는 어느 때보다 등등했다. 새로운 기획한 메뉴는 그가 수없이 손질해 봤고 먹어 본 족발로, 오픈 전부터 줄 서 있는 사람들까지 생겨 매출의 상승이 충분히 예상되는 바였다. 이때만 하더라도 곧이어 봉착할 난관은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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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완성해 놓고 주문까지 받아놓고 맞닥뜨린 현실은 생고기가 아닌 염장된 상태의 족발로 요리했다는 것. 결국 메뉴로 내놓지 못했고 덩달아 피크타임 또한 놓치고 말았다. 전날보다 반토막 난 매출도 매출인데, 문제는 대량으로 남아있는 족발들과 자신의 실수로 하루 장사를 망쳤다는 열패감에 사로잡힌 이장우의 상태였다. 이는 족발을 다 팔지 않는 이상 해결되지 못할 것이었다. 그리고 백종원은 이 맥락을 아주 정확히 파악했다.

“그런 게 해결될 수 있다는 걸 장우한테 보여줘야 돼”
2호점의 소식을 귀로 듣고 눈으로 확인한 백종원은 1호점의 장사를 마치고 나서 바로 2호점으로 향했다. 목적은 하나, 이장우에게 ‘톱니를 잘못 맞춰서 그렇지, 잘 맞추면 이런 가게도 살아날 수 있구나’를 알려주기 위해, 그리하여 일명 ‘족발의 저주’로부터 구해주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면 백종원의 명성에 걸맞게 두말할 필요도 없는 결말로, 족발을 비롯한 모든 메뉴가 완판되며 실수로 인식될 뻔한 하루가 매출 최고치가 기대되는 성공적인 하루로 역전되었다.

어쩌면 그냥 지나칠 수 있었던 하루였다. 실수했으니 감당하는 게 당연하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수도 있었다. 책임감을 기르기 위해 분명 필요한 방향이지만, 어떤 경우엔 약이 되기보다 악이 되기도 한다. 백종원은 이장우로 하여금 실수해도 괜찮다, 제대로 바로잡으면 오히려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몸소 경험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는 당시의 이장우에게 실수로 인해 뼈아픈 경험을 하는 것보다 더 필요한 부분이었다.

오늘의 청년세대에게 현 세계는 실수하면 안 되는, 단 한 번의 실수로 벼랑 끝에 몰릴 수 있는, 그러한 곳이다. 세계의 진면목을 알게 되면 하지 않을 오해이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청년들은 그만큼 절박하고 여유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시선으로 세계를 마주하고 있고 마주할 수밖에 없는 까닭에 한 번 넘어지면 그것으로 끝인 줄 아는 이들이 태반이다.

하지만 기성세대는 알고 있지 않나. 몇 번이고 넘어져도 몇 번이고 다시 일어나면 되는 것이며 이는 절대 흠이 아니라 이전보다 성숙한 모양새를 갖추어 가는 과정이 될 뿐이라고. 세계와 삶의 진면목으로, 이것을 깨닫기 위해서는 실수했을 때 실수해도 괜찮다고 해주며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뒤를 받쳐주는 누군가가 옆에 있어야 한다. 기성세대만이 해줄 수 있는 역할인 동시에 청년세대가 받을 수 있는 중 최고의 가르침이지 않을까. 백종원과 이장우가 보여준 협력관계의 모양새가 더없이 귀하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tvN ‘장사천재 백사장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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