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기와 십센치, 위기보다 중요한 건 대처 능력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2023. 10.03(화) 14:03
티브이데일리 포토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상황은 별다르지 않았다. 대처가 달랐을 뿐이다. 그래서 이들은 현재 서로 다른 결과를 받아 들었는데 한쪽은 비난을 받았고 다른 한쪽은 이해를 받았다.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겠지만, 때때로 그것을 어떻게 추스르냐에 따라 으레 전화위복이라 말하는 순간이, 혹은 진짜 위기가 찾아오기도 한다.

가수 십센치(권정열)와 이승기가 유사한 모양새의 곤란함에 처했다. 두 가수 모두 미국 투어를 기획했다가 한쪽은 일부 지역에서의 공연을, 다른 한쪽은 투어 전체를 취소한 것. 이미 해당 공연을 예매했거나 시기에 맞춰 개인적인 스케쥴을 조정해 두었던 팬들로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고, 적지 않은 반발과 불만이 일 게 분명했다.

하지만 두 가수가 맞닥뜨린, 그다음의 상황은 달랐다. 이승기가 현지 공연 기획사와 한인 매체로부터 시작된 부정적인 어조의 여론에 휩싸인 반면, 십센치는 기획사에서 내놓은 저조한 티켓 판매량, 아티스트의 건강을 고려하지 못한 무리한 일정 등의 이유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져 팬들의 이해와 옹호를 얻는다.

이 상반된 반응의 차이는 어디서 비롯된 걸까. 먼저 이승기의 경우부터 살펴보면. 이승기 측은 현지에서 티켓 판매 부진으로 취소되었다는 내용이 보도되자 바로 공연장 문제였다는 해명을 내놓는데, 이에 해당 공연장은 항의하고 현지 공연 기획사는 티켓 판매량을 구체적인 수치로 언급까지 하면서 정면으로 반박한다.

대중은 이승기 측이 아닌, 현지 공연 기획사와 한인 매체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사실 저조한 티켓 판매량은 이미 국내 공연에서부터 확인된 바로, 미국에서 일정대로 진행되었던 일부 공연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 정황인 까닭이다. 그러니 공연장을 운운하는 게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애꿎은 수작으로밖에 여겨지지 않는 것이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십센치 측이 취한 방식은 전혀 다른 방향이다. 듣는 쪽에서 조금의 의문도 갖지 못할 만큼 속사정을 세세하게 밝힌다. 십센치의 미국 투어는 애초부터 아티스트의 건강을 고려하지 않은 일정이란 점에서 부적절했던 건 사실이나 몇 달 전부터 준비해 온 것이라 변경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 공연을 담당한 쪽에서 티켓 판매가 저조하니 취소하자는 의견을 건네왔고 부득이하게 취소하는 쪽으로 결정하게 되었다는 일련의 과정을 모두 이야기한다.

그뿐만 아니다. 투어로 잡혀 있던 모든 일정은 아티스트의 휴식을 위해 쓰겠단 것은 물론, 갑작스러운 결정으로 인해 피해를 본 관객들에게 최대한 보상하겠단 약속도 잊지 않는다. 그야말로 어떤 꾸밈도 없는 진솔한 태도라고 느낄 수밖에 없는 대처다. 다른 건 차지하고서라도 관객석을 채우지 못해서 공연을 취소하게 되었다는 건 해당 아티스트에게 있어 치부나 마찬가지일 수 있는데 이것을 그대로 드러내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건 이제부터다. 이렇게 나와주니 대중에게 티켓 판매가 저조했다는 게 아티스트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지 못한다. 아티스트의 인지도나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상황이 그러했을 뿐이라고 그럴 때도 있는 게 아니냐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이참에 소속사 측이 내놓은 입장대로 아티스트가 몸과 마음의 휴식을 얻어 더 좋은 노래로 돌아온다면 오히려 좋다고, 응원과 지지의 마음을 보내는 것이다.

신뢰도가 상승하면서, 대중의 눈과 귀에서 불필요한 이물감이 제거된 결과다. 감추려 할 땐 낯부끄러운 변명에 불과했던 게 솔직하게 드러내자 낯부끄럽기는커녕 별다르지 않은 이유가 되었고 공감과 옹호를 얻었다. 비루한 핑계를 댔다는 오명을 쓴 이승기의 경우와 비교해 볼 만하다.

종종 상황은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는 방향으로 내달아 곤혹스러운 장면을 만들곤 한다. 이는 우리가 어쩔 수 없는 영역이다. 그러나 그 곤혹스러움을 어떤 사고방식과 자세로 대하고 다루느냐에 따라, 이토록 대비되는 결론에 다다른다. 역시 위기보다 중요한 건 대처 능력이란 이치를 다시 한번 되새겨보는 순간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이승기, 휴먼메이드, 십센치,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SNS]
기사제보 news@tvdaily.co.kr
키워드 : 권정열 | 십센치 | 이승기
싸이월드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