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나는 신이다' 조성현 PD가 다큐멘터리 제작 비화부터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 등에 대해 말했다.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하 ‘나는 신이다’) 조성현 PD 기자간담회가 10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 서울 에메랄드룸에서 진행됐다.

'나는 신이다'는 대한민국 현대사 속 '메시아'들과 이들 뒤에 숨은 사건과 사람을 추적하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종교라는 이름 아래 저지른 사이비 종교 교주들의 만행을 담아내 시청자들의 울분을 자아내고 있다. 기독교복음선교회(JMS) 교주 정명석과 오대양 사건의 박순자, 아가동산의 김기순,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목사 등의 파렴치하고 충격적인 행위를 수면 위로 드러낸 것. 다큐에 따르면 이들은 자신을 '메시아' 혹은 '주님(신)'이라고 칭하며 신도들을 성폭행하고, 노예처럼 착취하거나, 돈을 갈취했다.

◆ "사회에 화두를 던지고 싶었다" 조성현 PD가 '나는 신이다'를 만든 이유

조성현 PD는 먼저 '나는 신이다'를 제작하게 된 이유를 들려줬다. "저희 가족들 중에도 사이비 종교의 피해자가 있다. 곁에 있는 친구들 중에도 피해자가 있다"는 그는 "그렇다 보니 이건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내 이야기였다. 언젠간 다루고 싶은 숙제 같은 존재였다"라고 설명하며 "정말 많은 분들이 이 종교들과 사건들에 대해 인지하고 아셔서 사회적인 화두를 던졌으면 했다. 그런 면에서 이미 사회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것 같아 좋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 PD는 '나는 신이다'를 연출하며 가장 신경 쓴 부분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이 사람들이 이런 몹쓸 짓을 했습니다'로 끝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피해자들에게 어떤 피해가 있었는지 그게 얼마나 끔찍했는지, 그럼에도 왜 여전히 이들을 메시아라고 믿고 있고 사건이 반복되고 있는지 많은 분들이 아시고 고민했으면 좋을 것 같았다"라고 밝혔다.

조 PD는 다큐멘터리의 주제가 된 특정 종교를 선별하게 된 비화도 들려줬다. "인간의 존엄성이 가장 훼손된 종교가 어디일까 찾아봤다"는 그는 "그렇게 후보 종교들이 몇 개 가려졌는데, 그중 증언을 해주실 분들이 많이 있는, 할 말이 많은 분들이 있는 종교를 중심으로 선택했다. 예를 들어 아가동산의 경우 예전에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한 번 다루려 했으나 엎어진 적이 있다. 인터뷰까지 다 진행된 와중에 방송이 되지 못한 탓에 피해자분들 입장에선 당하기만 하고 얘기할 기회를 잃어버렸다. 하고 싶은 말들이 많을 거라 생각했고, 그래서 다루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다른 피해자들의 섭외 과정은 어땠을까. 조 PD는 "사실 섭외가 쉽지 않았다. 특히나 여성 피해자분들을 섭외하기가 힘들었다. 더군다나 PD인 제가 남성이다 보니 연락을 받지 않는 분들도 많았다. 그런 점이 프로그램을 제작하며 느낀 가장 큰 어려움이기도 했다. 갑자기 사라지거나 연락에 응하지 않는 피해자분들도 계셔서 촬영하는 내내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면서 "그렇기에 처음엔 인터뷰를 배제하고 제작 의도가 무엇인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설명을 드렸고, 대화를 나누며 신뢰를 먼저 쌓았다. 이후엔 끔찍한 이야기들을 가감 없이 해주셔서 감사했다"라고 이야기했다.


◆ 조성현 PD "'나는 신이다'가 선정적? 사실을 정하는 게 중요했다"

조 PD가 진심을 담아 만든 '나는 신이다'는 이미 여러 방면에서 사회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다큐를 보고 종교에서 나왔다는 이들이 존재하는가 하면, 아가동산 김시군 교주가 설립한 음반 유통사 신나라 레코드에 대한 불매 운동도 일고 있는 중이다. 다만 프로그램이 일으키고 있는 영향력과는 별개로 자극적인 연출 탓에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선 갑론을박이 일고 있기도 하다.

조 PD는 선정성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문제의식을 느끼신다면 그렇게 느끼시는 게 당연하다. 다만 이건 영화나 드라마가 아니고 실제로 누군가가 받았던 피해다. 그렇기에 문제점들을 제대로 인식하려면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하다 생각했다. 예를 들어 다큐에 담긴 몇 개 영상은 이미 언론을 통해 몇 차례 모자이크 된 채로 공개된 바 있다. 하지만 그때마다 종교 측은 말도 안 되는 해명을 내놓으며 방어 논리를 펼쳤다. 이런 대응을 막기 위해선 정확하게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생각했다"라고 답하면서 "또 일반적인 사람들은 그런 사진을 보며 성적인 매력을 느끼진 못할 거다. 오히려 참담함을 느낄 거다.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제작 의도를 살펴봤을 때 이와 같은 공개 방식이 맞다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넷플릭스와도 수위 문제 때문에 의견 충돌이 있기도 했다"라는 조 PD는 "어디까지 보여드리고, 어디까지 재연해야 할까 넷플릭스와 함께 고민했다. 개인적으론 넘지 말아야 할 선은 넘지 않고 지켰다고 생각하지만 보는 입장에 따라선 차이가 있을 수도 있을 거라 본다"라고 덧붙였다.

◆ "잘못은 신도가 아닌 교주가 한 것, 마녀사냥 벌어지지 않길 바란다"

또한 조 PD는 '나는 신이다'를 통해 의도치 않은 피해를 입고 있는 이들에 대해서도 말했다. 직장이나 학교 내에서 특정 종교의 신도들을 찾아내려는 이른 바 '색출 작업'이 진행되며, 사건과 연관이 없음에도 피해를 입고 있는 이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

이와 관련 조 PD는 "취재하면서 정말 놀랐던 건 사회 곳곳에 사이비 종교 신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고위층에도 존재한다. 하지만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는 나라에서 살고 있는 만큼 종교를 믿는다는 것만으로 잘못이 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잘못은 종교를 믿는 사람이 아니고 종교를 매체로 잘못된 길을 가게 만드는 교주들인 만큼 마녀사냥은 벌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 "사이비는 우리 사회가 길러낸 괴물이라고 생각한다. 단적으로 이번에 우리 프로그램에서 다뤘던 정명석 JMS 교주를 보면 그렇게 많은 여성들에게 몹쓸 짓을 했는데 10년형을 받지 않았냐. 반면 미국판 JMS로 불리는 곳의 교주가 받았던 형벌은 종신형+20년형이었다. 강도로만 보면 정명석 씨가 더 쏀텐데 그 정도의 형벌만 받은 거다. 더군다나 정명석 씨는 전자 발찌를 차고 출소한 뒤에도 많은 피해자들을 만들어냈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서 '우린 이런 사건들을 한두 번 본 게 아닌데 왜 우리 사회는 교주들에게 안전한 나라가 되고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종교에 대해 방관자 적인 시선을 갖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