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좋은 기회가 찾아왔지만 또 아쉬운 선택의 반복이다. 시청자들이 정말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하며 같은 길만 뱅뱅 돌고 있는 '놀면 뭐하니?'다.

지난해 김태호 PD의 하차 이후 '놀면 뭐하니?'의 방황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바다. 아무래도 '무한도전' 등을 연출한 스타 PD였던 만큼 팬층이 두터운 탓에 단숨에 그의 존재감을 지우긴 쉽지 않을 테고, 새롭게 부임한 박창훈 PD가 적응할 시간도 필요하기 때문.

김 PD의 대체자라는 점에서 많은 부담이 있었겠지만, 박 PD는 김 PD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다방면에서 여러 노력을 기울였다. 정준하, 하하, 신봉선, 이미주를 고정 멤버로 합류시키며 시즌2의 문을 열었고, 이게 통하지 않자 시즌3에선 박진주와 이이경을 추가했다. 유재석의 부캐 위주로 프로그램을 이끌었던 김 PD와 달리 여러 특집들을 선보이며 새 시작을 알리려 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박 PD가 야심 차게 선보인 특집들이 이미 '무한도전'이나 '런닝맨' 등 다른 예능에서 봐왔던 것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던 탓이다. 출연자도 유재석으로 같다 보니 시청자들의 기시감은 배가 될 수밖에 없었다. 싸늘한 반응은 시청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4%대(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 시청률은 이제 당연한 일이 됐고, 화제성 순위에서도 톱10에서 밀려난지 오래다.


박 PD에게 분위기를 반전시킬 기회가 없던 건 아니었다. '놀뭐복원소' 특집을 통해 시청자들의 감성을 건들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후 '동계훈련' '재벌집 내놓은 아들' 등 진부한 특집만을 선보이며 실망감을 선사했고 대구 간식으로 소개된 '찹쌀도넛 콩국'이 구설수에 오르며 좋지 않은 분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최근에도 좋은 기회는 찾아왔지만 박 PD는 이번에도 이를 시원하게 걷어찼다. 이미 유재석이 짜놓은 판을 카메라에 담기만 하면 됐는데 그러지 못했다. 최근 방송에서 제작진은 지인들과 아이돌 댄스를 연습하는 유재석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입수하고 이를 유재석에게 보여주며 콘텐츠화를 제안한다. 이를 본 시청자들은 유재석이 과거 '무한도전'에서 엑소와 함께 '댄싱킹' 무대를 선보인 것처럼 아이돌 멤버로 돌아오는 게 아닐까 기대했으나 돌아온 건 또 기획사 대표 콘셉트였다. 이후엔 지인들을 초청해 '놀면 뭐하니?' 멤버들과 간단한 게임을 진행하는, 그야말로 고민 없는 기획의 연속이었다.

유재석의 소장곡을 자기 멋대로 사용하는 결례도 범했다. 분명 유재석이 사비로 산 곡인데 이를 무작정 콘텐츠로 만들자고 제안한 것. 이것만으로도 선을 넘은 행동인데, 박 PD는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한다. 매니저·코디가 되어 가수가 된 유재석을 서포트하는 멤버들 편, 혹은 음악 PD가 되어보는 유재석 등 무궁무진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으나, 그저 이를 이미주와 박진주 곡으로 발매하자고 제안하며 평범한 음악 콘텐츠로 전락시킨다. 유재석이 차려준 밥상을 제대로 먹지도 못하니 팬들 입장에선 답답할 뿐이다.

'놀면 뭐하니?'의 새로운 얼굴이 된지도 벌써 1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박 PD는 자리를 못 잡고 방황하고만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대로는 위태롭다. 본인의 하차나 '놀면 뭐하니?'의 폐지를 막기 위해선 새로운 변화가 필요로 해 보인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MBC '놀면 뭐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