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영웅' 홍경, 올곧고 순수한 진심 [인터뷰]
2022. 12.17(토) 17:00
배우 홍경
배우 홍경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한 시간의 인터뷰 동안 배우 홍경이 뱉어낸 모든 말 끝에는 캐릭터를 향한 순수한 진심이 묻어났다. 캐릭터와 이를 연기하는 배우 사이, 그 밖의 외부적인 요인은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다는 홍경의 올곧은 연기관은 작품 속에서 유독 빛을 발하는 그의 섬세한 표정을 빚어내는 원동력이었다.

웨이브 오리지널 웹드라마 '약한영웅 Class 1'(연출 유수민, 이하 '약한영웅')은 상위 1% 모범생 연시은(박지훈)이 처음으로 친구가 된 안수호(최현욱), 오범석과 함께 수많은 폭력에 맞서 나가는 과정을 그린 약한 소년의 강한 액션 성장 드라마다.

홍경은 전학생 오범석 역을 맡았다. 부모들로 인해 받은 상처를 흔적처럼 지니고 있는 소년으로 '약한 영웅'이 돼가는 시은과 솔직하고 시원한 성격의 수호를 동경하며 강해지고 싶다는 열망을 품지만,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선을 넘는 행동을 저지르게 되는 인물이다. 홍경은 유약한 얼굴과 쉽게 속내를 짐작할 수 없는 눈빛으로 오범석 캐릭터를 단단히 쌓아 올렸다.

홍경은 앞서 'D.P.'를 통해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당시 함께 호흡을 맞췄던 한준희 감독이 그에게 '약한영웅'을 추천하며 작품과의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됐다고. 그는 "시나리오를 읽고 유수민 감독님을 만나 뵙게 됐는데, 당시에는 제가 할 수 없는 역할처럼 느껴졌다"라고 회상했다. "'약한 영웅'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이나 감정이 잘 녹아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점들 때문에 오히려 참여가 두려웠었다. 해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두 감독님의 격려와 믿음을 바탕으로 도전을 할 수 있었다"라고 유수민, 한준희 감독에게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특히 홍경은 오범석에게 '이상한 끌림' 또는 두려움을 동시에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작품 속 캐릭터를 실제 인물처럼 바라보고, 누군가에게 궁금증과 호기심을 느끼듯 캐릭터를 향한 관심을 키워 나가는 편이다. 그런 내게 오범석은 복합적이고 두터운 층을 쌓아 놓은 듯한 인물로 느껴졌고, 그가 처한 상황도 범상치 않았기에 쉽게 손을 내밀기가 어려웠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오범석이 너무 매혹적이었기에 지금 이 자리에 서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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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이 연기한 오범석을 한 마디로 정의해 달라는 질문에 "아직도 제 안에서 답을 찾지 못했다. 죄송하다"라고 솔직한 답변을 내놨다. 이어 "다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제가 발견한 오범석의 모습들을 생각해보면 그에게는 수호, 시은이 전부였다고 생각한다"라며 "처한 환경이나 주변 상황을 생각해보면, 범석이는 순수한 마음으로 친구들을 가장 소중한 존재로 여겼을 거다. 그래서 더욱 큰 상실감을 느꼈을 거다. 그런 범석이의 미성숙한 면이 절대적인 비난을 받아야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오범석은 방황하는 10대 청춘으로, 흔들리는 자아로 인해 그릇된 선택을 하기도 하는 인물이다. 홍경은 복합적인 감정을 연기해 내는 과정에서 특정한 설정값을 내려 노력하거나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저 범석이가 마주한 상황에서 어떤 감정을 느낄 지에 대해서만 고민했다"라며 "연기는 결국 순간에 솔직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나는 범석이가 느끼는 것들을 순간순간 최대한 표현해 내려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안경을 벗는 행위가 가진 의미, 헤어스타일 변화 등 다양한 추측과 해석이 오갔던 오범석의 외형에 대해서도 모든 것을 계산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촬영 초반에는 설정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나왔었는데, 나는 굳이 설정하지 않았으면 했다. 이미 대본 상에 너무나 캐릭터가 잘 묘사가 돼 있었고, 내가 잘 따라가기만 하면 범석이의 마음이 시청자들에게 닿을 것이라 생각했다"라며 "시청자 분들이 '매의 눈'으로 알아봐 주신 설정들은 배우 혼자 만들 수 없는 것이었다. 소품팀, 미술팀, 또 감독님의 덕이다"라고 겸손하게 공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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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홍경은 "연기하는 입장에서 이 친구를 잘 지켜내고 싶었다"라며 "극 중 범석이가 했던 행동이 용서받을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관객 중 어느 한 분이라도 이 친구 마음을 들여다 봐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었다. 그런 소망이 단 한 명에게라도 전해지면 좋겠다는 목표를 세웠었다"라고 말했다.

때문에 오범석 캐릭터에게 붙은 '범쪽이'라는 별명이 마냥 감사하다는 홍경이다. 그는 "시청자 분들이 캐릭터를 두고 '얘가 왜 이럴까' 생각해보려는 노력을 하셨다는 증거 아니냐"라며 "보통은 사람을 한 방향으로 단정 짓기 마련인데, 사실 인간에게는 다양한 모습이 있다. 단정 지으려는 태도가 되려 위험하지 않나 생각한다. '약한영웅'을 통해 범석이를 이해해보려 하시고, 나아가 타인에 대해 이해해보려는 시청자 분들이 시도 자체가 마음을 울린다"라며 감사를 전했다.

홍경은 "평소 영화를 보며 해석을 하고 하나의 답을 찾으려는 행위를 지양하는 성향이다. 시청자들이 상상할 여지, 자유를 남겨두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조금 넓게 보자면 우리가 살고 이는 세상도 그렇다. 조금은 모호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자꾸 편을 나누고 서로의 색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조금은 모호하고 불투명하더라도 서로의 생각을 들여다 봐줄 수 있다면 다양한 해석과 생각이 공존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서 온라인상에서 다양한 감상평을 공유하고 때로는 연대의식을 느끼고 있는 '약한영웅'의 시청자들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약한영웅'은 공개와 동시에 2022년 웨이브 유료 가입자수 1위를 기록하며 인기 몰이를 했다. 작품성을 인정받은 것은 물론, OTT 시장에서 다소 약세이던 웨이브의 이름을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키는 큰 공을 세우기도 했다. 홍경은 "반응을 굳이 나서서 찾아보는 편은 아니지만 평이 좋다는 이야기는 전해 들었다. 배우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좋은 말씀들을 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인사했다.

세간의 호평에도 홍경은 그저 자신의 연기를 톺아보고 부족했던 점을 눈에 담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평소 완벽주의는 아니고, 허술한 면도 많지만 연기에 있어서 만큼은 내가 할 수 있는 온 마음을 쏟자는 생각이다. 그런데도 막상 모니터를 하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라며 "내가 옆에서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간 캐릭터인데, 그 캐릭터의 마음을 다 표현하지 못하면 괴롭고 힘든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홍경은 이처럼 묵묵하게, 그저 자신 앞에 주어진 일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삶을 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주목받는 작품, 대작, 그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다. 어떻게 하면 작품 속에 전력투구를 할 수 있을지가 걱정일 뿐"이라며 담백하게 진심을 털어놨고, '어떤 배우가 되고 싶으냐'는 상투적인 질문에는 "그건 관객들이 봐주시는 시선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온 마음을 쏟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뿐"이라는 진솔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가 진심을 눌러 담아 선보일 앞으로의 이야기가 더 많은 관객의 마음을 파고들기를 바란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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