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룹' 김민기 "화초보다는 잡초이고 싶어요" [인터뷰]
2022. 12.05(월) 09:10
배우 김민기
배우 김민기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근 1년 간 입고 있던 한복을 드디어 벗었다. 두 편의 사극을 통해 존재감을 뿜어낸 배우 김민기는 드라마 속 냉철한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다른 자신감 넘치는 태도, 시원시원한 미소는 인터뷰 내내 상대의 시선을 잡아끌기에 충분했다.

4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슈룹'(극본 박바라·연출 김형식)은 사고뭉치 왕자들을 위해 치열한 왕실 교육 전쟁에 뛰어드는 중전 임화령(김혜수)의 파란만장 궁중 분투기를 다룬 퓨전 사극으로, 김민기는 세자 자리에 도전하는 보검군 역을 맡아 활약했다. 수려한 외모와 출중한 두뇌로 왕자들 사이에서 두각을 드러내지만 어머니 태소용(김가은)에게 발목이 잡히는 인물이다.

올해 스물한 살, 신예 김민기는 tvN '여신강림', SBS '라켓소년단'에 을 통해 안방극장에 얼굴을 알렸다. 특히 지난 5월 종영한 KBS1 '태종 이방원'에서 충녕대군, 훗날 세종대왕이 되는 역할을 맡았고 여기에 '슈룹'의 보검군까지 연기하며 연달아 사극에 출연, '왕자 전문 배우'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단단히 찍었다.

"나한테 온실 속 화초 같은 이미지가 있나 싶기도 했다. 잡초 이미지가 있고도 싶은데"라며 말문을 연 김민기. 그는 "실제로도 화초처럼 자라기는 했다. 화목한 가족 안에서 자라 부모님의 지지를 받으며 일을 하고 있다. 사랑받고 자란 것이 티가 난 점이 왕자 역할 캐스팅의 비결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라고 농담하며 환하게 웃었다.

김민기에게 '슈룹'은 '태종 이방원'을 통해 쌓은 내공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이자, 동시에 '태종 이방원'에서의 모습을 지워내야 하는 미션이 주어진 작품이었다. "사극을 연달아 두 작품 하다 보니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라며 말문을 연 김민기는 "다만 충녕대군과 보검군, 두 사람 다 지능이 뛰어나고 야망도 있는 캐릭터라는 점이 다소 비슷해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캐릭터가 겹쳐 보일 수 있으니 나름의 차별점을 두려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태종 이방원'은 대하사극에 맞는 목소리 톤이 따로 있다. 무겁고 진중한 분위기를 자아내야 한다. 반면 '슈룹'에서는 그런 생각을 내려놓고 상대적으로는 가볍게 느껴지는 말투를 쓰려했다. 같은 사극이어도 한층 현대적으로 풀어낼 수 있도록 했고, 감독님도 많이 도와주셨다"라고 말했다. 또한 보검군의 이성적이고 냉철한 면모를 강조하면서도, 그럼에도 어머니에게만큼은 다정한 아들이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태소용에게만 다정한 말투를 쓰는 등 세세한 부분에 신경을 썼다고 이야기했다.

두 작품의 현장에서도 서로 다른 부분들이 있었다고. 김민기는 "아무래도 '태종 이방원' 현장에서는 모두가 선생님이시고, 대선배이다 보니 폐가 되지 않으려고 잘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조용히 연기에만 몰입했었다면, '슈룹'에서는 왕자 친구들을 많이 만났고 어머니들도 많이 나오셔서 또래 배우들이 많았다. 재미있고 편하게 촬영을 했다"라고 말했다.

특히 왕자들과 끈끈한 우정을 쌓았다는 김민기다. 그는 "제일 나이가 많았던 상민이 형이 스물셋이었고, 두 살이 어린 나는 딱 중간에 있었다. 동갑으로는 유선호, 윤상현이 있었다. 다들 또래였다"라며 "감독님이 신인 위주로 캐스팅을 해주셔서 새로운 마스크들이었다. 사극도 대부분 처음이다 보니 서로 잘해보려고 으쌰 으쌰 힘내고, 자주 상의도 하고 '꿀팁'도 공유하고 했다. 힘든 촬영을 할 때도 마치 친구들과 놀러 온 것처럼 분위기가 좋았다"라고 말했다.

왕자들과 나눈 '꿀팁'이 무엇인지 묻자, 김민기는 "누가 '말을 더 멋지게 타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라고 물으면 '상체를 앞으로 숙여서 엉덩이를 들어'라는 답변을 주는 식이었다"라고 말하며 장난스레 웃어 보였다. 자연스레 승마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말을 타는 경험은 처음이라 출연이 결정된 직후부터 촬영에 임할 때까지 6개월가량을 꾸준히 배울 수 있었다며 "귀한 경험이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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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룹'은 최고 시청률 16.8%를 기록하며 종영했다. 고증 논란이 있기는 했으나, 드라마 속 왕자들의 각양각색 캐릭터는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김민기는 "시청자 반응을 다 살펴본다"라며 "가장 기억에 남는 댓글은 '역시 전생 세종이다'였다. '태종 이방원'에서의 충녕대군 역할도 인정을 해주셨고, 더불어 '슈룹'에서의 보검군 역할도 좋게 봐주셨다는 뜻이니 두 배로 기분이 좋더라"라고 말했다.

'슈룹'은 성남대군(문상민)이 세자가 돼 어머니인 중전 임화령과 형제들을, 나아가 나라를 지키는 우산이 되는 모습으로 마무리됐다. 보검군은 출궁 후에도 그런 세자를 보필하는 종친으로 남았다. 결말에 대해 문자, 김민기는 "왕이 못된 것은 아쉽고 약간은 욕심이 난다. 한 번 왕을 해봐서 인지 더욱 욕심이 나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실제로 왕자였다면 보위에 도전하는 대신 왕자의 삶을 즐겼을 것이다. 괜히 욕심 내다가 역모로 잘못됐을 것 같고, 그저 분수에 맞게 사는 게 제일인 것 같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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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인터뷰 내내 밝은 모습으로 유쾌하게 대화를 이어간 김민기. 그는 배우의 꿈을 가지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 의외의 이야기를 꺼냈다. 과거 대인기피증을 심하게 앓았고, 이를 치료하기 위한 일환으로 연기를 시작했다는 것. 김민기는 "학창 시절에 상대적으로 큰 도시로 이사를 오게 됐다. 환경이 바뀌니 그런 증상이 생겨났었다. 친구도 없고, 뭘 제대로 못하는 아이였는데 아는 형이 연기를 시작한다기에 얼떨결에 시작하게 된 것이 지금까지 오게 됐다"라고 말했다.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어 연기를 그만두려던 찰나, 김민기는 웹드라마 '언어의 온도' 오디션에 합격했고 이후 여러 작품을 거치며 단 2년 만에 현재의 위치까지 오게 됐다. 지금은 멈추려 했던 순간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연기가 너무나 재밌다는 그다. "대사가 입에 완전히 붙을 때까지 집에서 혼자 수없이 대본을 읽고, 때로는 상대 배역의 대사를 녹음해 함께 들으며 호흡을 맞춰나가곤 했다"는 김민기는 "예전에는 다른 작품에서 열연하신 선배님들의 연기를 롤모델 삼아 참고했다면, '슈룹'에서 만큼은 온전히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나가려 했다. 시청자 분들의 반응을 보면 그래도 잘해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조금은 든다"라고 말했다.

"우선은 현대극이 하고 싶다"라며 당찬 포부를 밝힌 김민기는 "연달아 비슷한 역할을 한 것 같아 이미지가 굳어질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잡초 이미지를 얻고 싶다는 말처럼, 앞으로도 다양하고 색다른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액션에 자신은 없지만, '라켓소년단'의 배드민턴, '슈룹'의 승마처럼 노력을 해서 어떻게든 해내는 편이니 액션도 노력하면 될 거라는 생각을 한다"는 그의 말 끝에 긍정의 힘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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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HM엔터테인먼트,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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